매일신문

머스크 신당 창당 선언, 트럼프 "더 많은 것 잃을 것"

엑스 통해 발표, 정당명은 '아메리카당'(미국당)
양원 박빙 구도 속 소수 의석으로 '캐스팅 보트'
美 정치사 속 제3정당 필패론 근거 '굳건한 양당제'

올해 3월 필라델피아 웰스 파고 센터에서 만난 일론 머스크(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올해 3월 필라델피아 웰스 파고 센터에서 만난 일론 머스크(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트럼프의 공화당 VS 머스크의 미국당"

대한민국의 고(故)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의 국민당 창당이 떠오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각을 세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5일(현지시간) 신당 창당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혁혁한 공을 세운 킹 메이커가 반란군을 조직해, 함 맞서보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더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머스크 신당은 '아메리카당'(미국당)

머스크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전날 자신이 엑스를 통해 실시한 신당 창당 여론조사에서 찬성 65%, 반대 35%로 나온 결과를 염두에 둔 듯, "찬반 2대1 비율로 여러분들은 새 정당을 원하며, 그것을 갖게 될 것"이라고 밝힌 뒤 "오늘 '아메리카당'(미국당)이 여러분들에게 자유를 돌려주기 위해 창당된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또 "낭비와 부패로 우리나라를 파산시키는 일에 대해 말하자면 우리는 민주주의가 아닌 '일당제' 속에 살고 있다"며 신당 창당 취지를 밝혔다. 기성 양당인 공화당과 민주당이 '낭비'와 '부패'에 관한 한, 서로 다를 바가 없는 '한통속'이라는 의미다.

작년 대선 때 트럼프 대통령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며 신흥 '트럼프 최측근'으로 부상했던 머스크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및 국경보안 강화책 등 핵심 의제를 두루 담은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며 트럼프에 각을 세운 바 있다.

머스크의 이런 행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 보조금 중단, 관련 사업체와 정부 간 기존 계약 해지, 더 나아가 머스크 국외 추방까지 검토할 수 있다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올해 5월 백악관에서 열린 트럼프 행정부의 회의에 참석한 일론 머스크가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 연합뉴스
올해 5월 백악관에서 열린 트럼프 행정부의 회의에 참석한 일론 머스크가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 연합뉴스

◆美 정치사, 제3정당 필패론

수백년 동안 지속돼 온 미국의 양당제 하에서 제3정당이 성공한 사례의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일론 머스크가 신당 창당을 발표했지만 현실 정치판에서는 험난한 앞날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머스크는 양당의 박빙의 구도 하에 소수 의석 만으로도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상원과 하원 선거에서 단 몇 석이라도 차지하기가 쉽지 않은 선거 구도다.

머스크는 신당 창당과 관련한 세부사항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전날 올린 글에서는 "상원 2∼3석과 하원 8∼10석에 극도로 집중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이 정도면 논쟁적 법안들에 대해 (가부를) 결정하는 표들로서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50개주 별로 각각 다른 정당법과 선거법, 기성 정치권의 견제 등을 고려할 때 미국에서 새로운 전국정당을 세우는 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에게조차 벅찬 일이 될 수 있다"고 미국 CBS 방송은 짚었다. 미국 선거전문가 브렛 카펠은 "모든 주의 주법은 양대 정당에 유리하게 편향돼 있고, 제3 정당의 출현을 어렵게 만들어 놓았다"고 말했다.

연방제 국가 특성상 미국에서는 주별로 정당 설립과 선거 출마 요건이 다르다. 막대한 수의 유권자들로부터 서명을 받아야만 정당 등록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 주별 정당에서 전국 정당으로 발돋움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를 위해선 연방선거위원회(FEC)의 자문 의견을 받아야 하는데, 기성 정당들이 소송 등으로 견제하는 경우도 많다.

실제 1992년 미국 대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억만장자 로스 페로는 전국 투표에서 18.9%의 득표를 얻었으나, 승자독식제 때문에 선거인단은 한 명도 확보하지 못했다고 W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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