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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교 의원이 가져다 준 축복 [최훈민의 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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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이야기(-2)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1소위원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입법 청문회에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이 사기 전과만 9범에 흉기를 들고 동거녀를 폭행해 구속돼 있는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1소위원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입법 청문회에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이 사기 전과만 9범에 흉기를 들고 동거녀를 폭행해 구속돼 있는 '자칭' KH그룹 부회장(왼쪽) 조경식 씨를 증인으로 앉혀 놓고 질의하고 있다. 국회방송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친 '인재'인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 건국 이래 음지에서만 유통됐던 일본 AV를 합법적으로 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건 순전히 서 의원의 노력 덕분이었다.

서 의원은 2023년 6월9일 민주당 간부 회의에서 "일본 드라마 '더 데이스'가 우리나라 넷플릭스에선 검색되지 않는다"며 "김건희 여사가 넷플릭스 관계자를 만났던 그날이 기억난다. 권력은 이렇게 함부로 쓰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넥플릭스일본'이 제작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를 담은 오리지널 드라마 '더 데이스'는 이 발언이 있기 8일 전 전세계에 공개됐는데 당시 한국에서만 볼 수 없었다.

당시는 후쿠시마 원전 이슈가 한창일 때였다. 서 의원은 넷플릭스가 대통령실 눈치를 봤는지 아니면 정권이 넷플릭스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알 수는 없지만 김 여사가 넷플릭스를 만났던 날이 떠오르니 어떻게 된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 말을 했다.

사실 '더 데이스' 공개가 늦어진 건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만든 규제 탓이었다. 정부는 1998년~2004년 사이 4차례에 걸쳐 일본 대중문화 수입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일본 영화나 음악, 게임, 공연 등이 모두 자유롭게 수입 허용됐지만 특이하게도 영상물은 극장 상영용 영화와 애니메이션만 수입이 허용됐다. 영상물 가운데 비디오나 DVD 전용 콘텐츠 등 '비디오물'은 허용되지 않았다. 일본 음란물이 대부분 비디오나 DVD로만 만들어져서였다.

OTT가 나오기 전 만들어진 규제였지만 어쨌든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비디오물로 분류됐다. 이런 걸 알 턱이 없던 서 의원은 일단 작은 공을 쐈고 영상물등급위원회는 발칵 뒤집어졌다. 2012년 넷플릭스가 처음으로 '릴리 해머'라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고 2016년 넷플릭스코리아가 설립되고 2023년 넷플릭스가 전세계 2억명 가입자를 모을 때까지도 움직이지 않던 영등위는 이 일이 있은 직후 일본 비디오물도 정식 수입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철폐했다. 서 의원의 노력이 어쨌든 한국 남성에게 단비를 내린 것이었다.

멀리서 보면 소음 같은 소리도 가까이서 보면 소중한 외침일 수 있다. 김 여사를 향한 서 의원의 노력이 한국 내 일본 AV 시장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누군가 자꾸 이상한 짓을 한다면 너무 욕만 하지 말고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서 의원이 요즘 보인 노력이 사법부의 진정한 건강함을 찾아줄지도 모를 일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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