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추경 효과를 반영해 우리나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8%에서 0.9%로 높였다. 완화된 재정·통화 정책으로 인한 내수 회복과 반도체 호황에 따른 수출 유지가 이유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경고성 메시지는 IMF 한국미션단 라훌 아난드 단장의 별도 기자회견에서 나왔다. 그는 성장률 2% 도달 과정에선 확장 재정이 필요하지만 3%까지 가려면 구조 개혁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초고령사회인 한국이 장차 상당한 지출 압박에 노출(露出)되는 만큼 중장기적 구조 개혁·재정 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는데 재정수입 조성, 지출 효율성 향상과 함께 연금제도 개편을 언급했다. 건강보험이나 연금 지출이 대규모로 증가하면서 국가부채도 급증할 수 있어서다.
국민연금 수급자는 올해 655만 명에서 내년 693만 명으로 38만 명 증가하는 데 비해 경제활동인구 감소로 가입자는 1천839만 명에서 내년 1천808만 명으로 31만여 명 감소할 전망이다. 연금 지급액은 올해 42조7천억원보다 5조7천억원 증가한 48조4천억원에 이른다. 지난 5월 국민연금의 예상 증가분보다 무려 2조원가량 늘었다. 3차 국민연금 개혁으로 보험료율이 내년부터 0.5%포인트(p)씩 높아질 예정이지만 구조 개혁 없이 연금 고갈(枯渴)은 불가피하다.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 등도 40년 안에 고갈된다. 예측 시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 재정도 바닥을 드러낼 전망이다.
이재명 정부는 123대 국정 과제를 확정하며 연금 개혁을 내세웠지만 연금 재원을 필요로 하는 정책들만 나열했을 뿐 지속성을 담보할 개혁안은 없었다. 국회는 연금특위를 구성해 구조 개혁 등 논의를 약속했지만 공회전(空回轉)에 그친다. 10월엔 국정감사, 내년 6월엔 지방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표가 되지 않는 공약'인 연금 개혁에 여야 모두 적극 나설 리가 없다.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는 연금은 사망 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정치권의 수싸움에 구조 개혁이 늦춰질수록 미래세대 부담만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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