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공항의 성패가 국제선에서 갈렸다. 부산 김해국제공항과 청주국제공항이 국제선 확대를 발판으로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린 반면, 대구국제공항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조차 회복하지 못한 채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23일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김해공항은 17일 제주를 제외한 지방공항 최초로 국제여객 1천만명을 넘어섰다. 인천국제공항과 연결된 환승 수요가 아닌, 김해공항 출·도착 국제여객만으로 1천만명을 돌파한 것은 1976년 개항 이후 처음이다.
수치로 보면 격차는 더 분명하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이달 15일까지 김해공항 이용객은 1천597만6천497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국제선 이용객만 989만4천127명에 달했다. 국제선 운항 편수도 5만9천914편으로 전국 지방 공항 가운데 가장 많았다.
청주공항의 상승세도 뚜렷하다. 지난해 이용객 458만명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세운 데 이어, 올해도 이달 중순까지 437만7천426명이 공항을 이용했다. 연말까지 500만명 돌파가 유력하다. 국제선 이용객은 180만5천586명으로 이미 팬데믹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국제선 노선은 지난해 5개국 11개에서 올해 하계 기준 8개국 22개로 늘었고, 국제선 운항 편수도 1만3천108편으로 확대됐다. 한때 '국제선 없는 국제공항'이라는 말까지 들었던 과거와는 딴판이다.
반면 대구공항은 같은 기간 전체 이용객이 339만4천764명에 그쳤다. 국제선 이용객은 141만5천888명, 국제선 운항 편수는 9천45편으로 집계됐다. 2019년 국제선 이용객이 250만명을 넘었던 점을 생각하면 회복 속도가 눈에 띄게 더디다. 전국 항공 수요가 빠르게 살아나는 상황에서 대구만 반등에 실패한 셈이다.
대구공항 부진의 원인으로는 국제선 노선 회복 지연과 인접 공항과의 경쟁, 장거리 노선 부재가 꼽힌다. 김해공항이 동남아를 넘어 중앙아시아와 유럽, 미주 노선까지 확장을 모색하는 동안 대구공항은 '태생적 한계'로 인한 단거리 노선 위주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일본·동남아 고빈도 노선으로 수도권 일부 수요까지 끌어온 청주공항과도 대비된다.
경기도 하남에 사는 한나리(39) 씨는 "최근 청주공항에서 일본 삿포로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며 "인천공항과 거리 차이가 크지 않은 데다 공항이 덜 붐벼 수속이 훨씬 편했다. 다음 일본 여행도 청주를 이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구시의회는 최근 국제선 운항 재정 지원을 핵심으로 하는 공항 활성화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신규 노선 결손금 지원 기준을 낮추고, 외국 항공사의 영업 대행사까지 지원 대상으로 포함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제도 손질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대구시와 경북도가 공동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단일 자치단체 차원의 지원을 넘어 광역권 수요를 묶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송기한 서울과학기술대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보조금을 준다고 항공사가 노선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않는다"며 "잠들어 있는 운수권을 끌어오고, 항공사가 사업적으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구 역시 연간 60만명 규모의 항공사 한 곳만 추가로 유치해도 과거 '지방공항 활성화의 모범 사례' 때 모습을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댓글 많은 뉴스
"군사분계선 애매하면 더 남쪽으로"…DMZ 내 北 영역 넓어지나
李대통령, 부전시장서 '깜짝' 고구마 구매…"춥지 않으시냐, 힘내시라"
박지원 "북한 노동신문 구독은 가장 효과적인 반공교육"
5년 만에 8천만원 오른 대구 아파트 가격…'비상 걸린' 실수요자
'윤석열 멘토' 신평 "지방선거 출마 권유 받아…고민 깊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