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이용객이 급증하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고용노동부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대구본부에 내린 작업 중지 행정명령이 해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과도한 작업중지 구간 지정으로 열차 도착 시간이 지연되는 사례가 빈번한 탓이다. 예정된 시각에 기차가 역에 도착하지 않아 국민 불편은 물론 수천만원에 달하는 지연배상금까지 발생하는 실정이다.
◆누적되는 승객 불편 천태만상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대구 달서구병)이 코레일과 대구지방고용노동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일 서대구역에 내려야 할 승객 300여 명은 신동역 인근에서 30분 가까이 대기를 했다가 동대구역에서 하차하는 일이 발생했다. 승객들은 동대구역에서 대경선을 타고 서대구역으로 이동해 예정했던 도착 시각보다 약 1시간이 더 걸렸다.
당시 신동역 인근에서는 긴급 선로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실제 작업시간은 3분 정도 걸렸으나 긴급작업 승인절차를 밟는 데에는 2시간 42분이 소요됐다. 최초 긴급작업 요청은 오전 8시 18분에 접수됐으나 코레일이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 유선, SNS, 문서 등으로 긴급작업 승인 요청을 한 뒤, 최종 승인을 받은 시각은 오전 11시였다.
지난달 19일 경북 청도에서 발생한 열차 사고 이후 고용노동부는 300㎞가 넘는 코레일 대구본부 전 구간에 대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 이달 초 열차가 다니지 않는 야간 시간대 작업은 해제됐으나 주간 작업은 여전히 금지된 상태다. 코레일이 긴급하게 주간 선로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지방고용노동청의 허가가 필요하다.
문제는 선로 장애 발생 시 즉각적인 대응이 힘들어지면서 열차가 지연되는 사례가 급증했다는 점이다. 경부선 중 정비 소요가 발생한 구간은 통과속도를 기존 시속 100㎞에서 시속 40~60㎞로 낮춰 운행되기 때문이다. 일반 선로 정비는 야간에, 긴급 선로 정비는 노동청 승인 절차 이후 진행된다.
실제로 경부선 무궁화호 사고 이후 기차가 예정된 시각에 역에 도착하는 정시율은 크게 떨어졌다. 사고 전 한 달간 경부선 전체 열차 정시율은 84.06%였으나 사고 후에는 72.68%를 기록해 11.38%포인트(p) 하락한 것이다. 경부선을 포함한 전 노선도 같은 기간 정시율이 91.92%에서 85.27%로 6.65%p 떨어졌다.
경부선이 수도권과 대구경북(TK)을 잇는 핵심 교통망인 만큼 지역민들은 열차 지연 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대구 북구에 거주하면서 서울 출장이 잦은 30대 A씨는 "회사 미팅 차 서울을 가면서 넉넉하게 기차 예매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20분이나 넘게 기차가 지연되면서 중요한 자리에 늦을 뻔했다"며 "한 달에 3~4번 정도 서울을 오가는데 요새 부쩍 지연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을 느끼고 있었다"고 했다.
경부선 지연 여파로 TK를 잇는 대경선의 지연 사례도 자주 발생한다. 경북 경산에 거주하고 있는 B씨는 "청도 사고 이후 대경선 배차시간표가 엉터리가 됐다. 어떨 때는 정시 운행을 하더니 어떨 때는 10분 넘게 늦는 경우도 부지기수"라며 "KTX처럼 안내라도 잘되면 좋을 텐데 그마저도 제대로 안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열차 지연 원인은 광범위한 작업 중지 범위 탓?
경부선 열차 지연 배경에는 고용노동부의 작업중지 범위가 타 사례에 비해 광범위하게 설정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5년간 중대재해 발생 시 작업중지 범위가 해당 장소 및 작업에 한정돼있었던 반면 이번에는 코레일 대구본부 전체 구간, 모든 선로 작업을 대상으로 삼아 소요가 커졌다는 것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평소 주간에 정비 작업을 하더라도 열차 운행에 지장이 가지 않는 선에서 충분히 작업이 가능하나, 현재는 과다한 작업중지 노선·작업 범위와 대구노동청의 허용 시간 지체로 서행·정차가 불가피하다"며 "긴급하게 주간작업이 필요한 경우에도 대구고용노동청의 작업 승인까지는 평균 약 3시간 5분이 걸린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구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는 "작업중지가 길어지는 것은 지양해야 하나 지방청이 직접 결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긴급작업승인이 늦어지는 것은 인력 부족 및 업무 과다 등 지방노동청으로서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작업중지 해제를 위해서는 코레일의 내부적인 문제들도 먼저 해소될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경부선 열차가 지연 사례가 급증하면서 코레일의 지연배상금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연시간 20분 이상 40분 미만 시에는 운임료의 12.5%, 40분 이상 60분 미만의 경우 25%, 60분 이상의 경우 50%를 배상해야 한다. 지난 6일 신동역 긴급점검 때는 7개 열차가 지연돼 지연배상금 1천169만3천원이 지출됐고, 지난달 28일 동대구역 긴급점검 때는 5개 열차가 지연돼 지연배상금 784만6천원이 발생했다.

◆작업 중지 명령 해제 시점 요원해
더 큰 문제는 작업 중지 명령 해제 시점 요원하다는 점이다. 철도 관계자들은 추석 연휴는커녕 연말까지도 작업중지 해제가 안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작업중지 명령이 해제되지 않을 경우 경부선 열차 지연 사례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5년간 작업중지 명령 후 해제까지는 최소 17일 최대 264일이 소요되기도 했다.
경부선 열차 지연 문제를 두고 권 의원은 조속한 작업 중지 명령 해제를 촉구했다. 이전의 작업중지 명령은 열차 운행에 큰 지장이 없는 명령으로 해제까지의 기간이 중요하지 않았으나 이번 조치의 경우에는 지속적으로 열차 운행을 지연시킬 수 있는 중대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권 의원은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취지에는 공감이 간다"면서도 "청도역 사고를 이유로 300㎞가 넘는 코레일 대구본부 전 구간의 모든 선로 작업들을 일률적으로 멈춘 것은 명백히 과도한 조치다. 이렇게 광범위하게 작업 중지 구간을 해둔 건 유례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열차가 계속 늦어지고 있으며, 시민들의 고통이 날로 커져만 가고 있다. 교통량이 증가하는 추석 전에 이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며 "과도한 작업중지 명령이 합리적 범위 안에서 신속히 조정될 수 있도록 정부는 서둘러 조치해야 한다. 안전을 빌미로 국민 불편을 가중시켜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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