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이 걷는 길은 마지막까지 빛났다. KBO 프로야구와 삼성 라이온즈 역대 최고의 마무리 투수 오승환이 은퇴식을 치렀다. 막이 내린 후에도 오승환과 후배들이 함께 엮어낸 이야기가 전해져 훈훈한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9월 30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이하 라팍). 2025 정규시즌 홈 최종전에서 삼성과 KIA 타이거즈가 맞붙었다. 이날 경기 후 현역 최고령(43살)인 오승환의 은퇴식이 예정돼 있었다. 오승환이 마운드에 선다면 선수 생활 마지막 등판인 셈.

삼성이 5대0으로 앞선 9회초. 수업 종료를 알리는 종 소리와 함께 삼성 쪽 불펜 문이 열렸다. 불펜 요원들이 우르르 몰려 나왔다. 그리곤 양쪽으로 도열했다. 그 사이로 오승환이 걸어나왔다. 후배들은 모자를 벗고 고개를 숙였다. 라팍을 가득 메운 팬들이 환호했다.
오승환이 마운드에 섰다. 박진만 감독이 직접 마운드로 올라가 손을 맞잡은 뒤 공을 건넸다. KIA가 대타를 내보냈다. 최형우가 걸어나왔다. 헬멧을 벗고 오승환에게 인사한 뒤 타석에 섰다. 울 것만 같은 표정이었다. 결과는 삼진. 이어 마운드로 가 오승환과 포옹했다.

KIA의 배려가 있었다. 경기 전 최형우는 1살 선배의 마지막 대결 상대가 되고 싶다고 했다. 둘은 한때 삼성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우정을 나눴다. 이범호 KIA 감독은 흔쾌히 승낙했다. 최형우는 "승환이 형의 마지막 투구를 꼭 함께 하고 싶었다. 완벽한 투수였다"고 했다.
삼성 쪽 불펜 문이 다시 열렸다. 마무리 김재윤이 걸어나왔다. 삼성 선수들이 마운드에 모였다. 오승환이 공을 김재윤에게 건넸다. 울컥한 김재윤은 쉽게 고개를 들지 못했다. 김재윤이 남은 두 타자를 범타 처리해 삼성이 5대0 승리를 확정했다.

오승환은 김재윤의 우상. 그런 만큼 '끝판 대장'의 공을 받고 포옹할 때 감정이 북받쳤다. 김재윤은 "오승환 선배가 '마지막 마운드에서 누구에게 공을 건네주고 싶느냐'는 질문에 나를 택했다고 들었다. 그게 생각 나 눈물이 날 뻔했다"며 "함께해서 영광이었다"고 했다.
오승환을 빼고도 이날 경기는 중요한 일전. 순위 싸움이 끝나지 않아 승리가 절실했다. 패한다면 라팍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갈 뻔했다. 외국인 선수 아리엘 후라도와 르윈 디아즈가 '잔칫날' 분위기를 만드는 데 한몫했다. 이들의 활약 속에 삼성은 4위를 확정했다.

후라도는 에이스다웠다. 7이닝 2피안타 10탈삼진 무실점 역투. 시즌 15승을 달성했다. 디아즈는 1회 선제 3점 홈런을 터뜨렸다. 시즌 50호. 일찌감치 승기를 잡게 하는 한 방이었다. 이 홈런으로 리그 최초로 '50홈런-150타점' 고지를 밟았다. 이들 둘 덕분에 삼성은 전설을 웃으며 보낼 수 있었다.
경기 후 디아즈는 "홈 마지막 경기이고 오승환의 은퇴식이 있는 날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해 정말 좋다"며 "(오승환과 최형우) 두 선수가 전설이라는 걸 알고 있다. 맞대결에 감동을 받았다. 먼 훗날 자식이 생기면 얘기를 들려줄 정도로 특별한 기억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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