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빨리 쭉! 더!" 강제 마약 투약 20대 남성…캄보디아서 숨졌지만 못돌아왔다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고수익 해외 취업' 등에 속아 납치돼 범행에 동원되는 한국인 피해 사례가 이어지는 가운데, 현지 범죄조직이 한국인에게 마약 투약을 강요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KBS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고수익 해외 취업' 등에 속아 납치돼 범행에 동원되는 한국인 피해 사례가 이어지는 가운데, 현지 범죄조직이 한국인에게 마약 투약을 강요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1일 KBS가 공개한 영상에는 캄보디아 모처로 추정되는 곳에서 20대 한국인 남성이 흰 연기를 들이마시고 내뱉는 모습이 담겼다. 그가 들고 있던 것은 마약 흡입에 쓰이는 장치로 추정된다. 영상 속에서는 중국 국적의 조선족 조직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빨라고 더 세게! 더 빨아!", "죽여버리기 전에 마셔, 빨리 쭉! 더 세게! 세게!"라고 고압적으로 명령하는 음성도 함께 녹음돼 있었다. 이에 한국인 남성은 계속 연기를 흡입해야 했다.

해당 한국인 A씨는 지난 8월 캄폿 주 보코 산악지대에 있는 이른바 '범죄 단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지난 7월 "은행 통장을 팔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국내 브로커의 말에 현지로 향했다가 납치돼 감금된 것으로 파악됐다. 조직이 강제로 마약을 투약시킨 것은 탈출을 어렵게 만들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A씨가 사망한 지 두달이 되었지만 시신은 아직도 유족에게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한국인 납치·감금 피해는 최근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외교부 자료에 따르면, 캄보디아 내 한국인 피해는 2023년 17건에서 올해 8월 기준 330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1~7월에는 252건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에 우리 정부는 지난달 16일부로 캄보디아 일부 지역의 여행경보를 상향 조정했다. 프놈펜에는 2단계(여행 자제), 시하누크빌·보코산·바벳 등지에는 2.5단계 특별 여행주의보가 발령됐다. 외교부는 여행 취소·연기를 권고하고, 체류 국민에게는 안전한 지역으로 이동할 것을 당부했다.

김건 국민의힘 의원이 외교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캄보디아 경찰에 체포된 한국인은 2023년 46명에서 올해 7월까지 144명으로 급증했다고 한국경제는 전했다. 특히 올해 붙잡힌 다수는 '웬치'라 불리는 대규모 사기 콜센터 단속 과정에서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지난 7월 대대적 단속에서 한국인 57명이 한꺼번에 체포됐고, 지난 2월에도 포이펫의 범죄단지에서 9명이 붙잡혔다. 이처럼 일부는 취업 사기를 당해 범죄단지에 감금돼 있던 사례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들이 현지 경찰·이민국의 부패 구조 속에서 본국으로 송환되지 못하고, 다른 조직에 재차 팔려가거나 거액을 내고 풀려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5월 시아누크빌 단지에서 한국인 15명이 붙잡혔으나, 불과 2주 만에 풀려나 다른 조직으로 넘어갔다는 사례도 확인됐다.

구금 시설의 인권 실태 역시 충격적이다. 지난 1월 포이펫 범죄단지에서 구조된 정모(26)씨는 한 달간 이민국 수용소에 갇혀야 했다. 4~5평 남짓한 공간에 10명이 함께 생활했고, 제공된 식사는 밥 반 공기에 국물 정도였다. 매점에서 초코파이 한 개가 4달러(약 5400원)에 팔리는 등 물가가 터무니없이 높아, 정 씨는 한 달간 약 1000만원을 써야 했다. 그는 "이민국 직원들이 한국인을 돈줄로 대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