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대구본부에 내린 작업중지 행정명령이 두 달 가까이 장기화되면서 추석 연휴에도 KTX 지연 사례가 속출했다. 행정명령이 10월 말에도 이어질 경우 열차 지연이 계속돼 자칫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위상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추석 연휴에도 반복된 지연…국민 불편 가중
고용노동부가 지난 8월 19일 경부선 무궁화호 사고 이후 코레일 대구본부 전체 구간, 모든 선로 작업을 대상으로 작업중지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열차 지연 사례는 이번 추석 연휴 내내 발발했다. 특히 APEC을 앞두고 고향 경주로 향했던 시민들은 "기본적인 시간 약속도 못 지키면서 어떻게 행사를 치르냐"고 입을 모았다.
서울에서 근무하며 지난 4일 경주로 향했던 A씨는 어김없는 열차 지연 소식에 혀를 내둘렀다. 그가 서울역에서 경주역으로 갈 때 탔던 'KTX 025' 열차는 9분 지연, 8일 서울로 되돌아올 때 탔던 'KTX 4164' 열차는 7분 지연 도착이 됐던 탓이다.
A씨는 가뜩이나 경주역이 도심지와 떨어져 있어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 시내로 가야 하는데 열차 도착 시각이 자주 지연되면서 불편이 커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A씨는 "몇 분 차이로 시내 들어가는 버스를 놓치게 되면 결국 최종 도착지까지는 30분이 넘게 늦어진다"라며 "APEC을 앞두고 경주 전체가 들썩이고 있는데 기차 지연 문제로 처음부터 안 좋은 인식을 심어줄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8일 고향 대구에서 서울로 향하는 'KTX-산천 198'열차를 탄 B씨는 도착 시각이 13분이나 지연됐다. 그는 "고향에 갔다가 보통 늦은 시간에 서울로 오는데 갑자기 도착 시간이 지연돼 버리면 지하철을 못 타고 택시를 타고 귀가해야 해 불필요한 지출이 생긴다"고 푸념했다.
고용노동부의 행정명령 후 코레일은 경부선 철도에 작업 소요가 발생할 경우 야간 또는 복잡한 작업승인 과정을 거치고 있다. 작업 전까지 문제가 된 구간은 통과속도가 기존 시속 140㎞에서 시속 60㎞로 낮춰 운행돼 열차 지연을 야기한다.
코레일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중대중대산업재해 작업중지 명령을 받은 건 2022년부터 총 5건이다. 앞서 4건은 모두 사고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작업에 국한해 부분작업중지 명령을 발부됐으나, 이번에는 전체 구간, 모든 선로 작업을 대상으로 작업중지 명령이 발부됐다.
코레일 관계자는 "이번에는 사고와 관련된 외부업체의 시설물 안전점검 외에도 코레일에서 직접 시행하는 상례작업, 열차운행이 종료된 후 시행하는 차단작업 등 모든 선로유지보수 작업에 대하여 작업중지 명령이 발부돼 열차 지연 사례가 급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연 배상금도 눈덩이…20억원 규모 넘어서
경부선 열차 지연 사례가 급증하면서 코레일의 지연배상금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대구 달서구병)이 코레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고용노동부의 작업중지 명령 후 지난 9월 말까지 누적된 지연배상금은 69만명 대상 21억7천만원에 달한다.
코레일은 지연시간 20분 이상 40분 미만 시에는 운임료의 12.5%, 40분 이상 60분 미만의 경우 25%, 60분 이상의 경우 50%를 배상하고 있다. 이 기간 지연배상금의 대부분은 20분 이상 40분 미만 지연 사례로, 코레일은 "평균 30분 지연 가정 시 (행정명령 후) 9월 말 기준 국가적으로 34만6천시간이 낭비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열차 이용 사례가 급증한 추석 연휴에만 지연배상금은 5억원 가까이 지출됐다. 코레일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9일까지 열차 지연 도착으로 지연배상금은 17만4천361건 대상 4억9천271만4천원이 나갔다. APEC 기간 동안 경주 등 대구경북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는 만큼 코레일은 지연배상금 지출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코레일, APEC 기간 경주역 정차 증편한다지만
코레일은 APEC정상회의 준비기획단의 요청과 예측수요를 바탕으로 오는 27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서울~부산 간 일부 KTX를 경주역에 임시 정차하는 방식으로 열차를 증편할 계획이다. 하루 4∼10회, 총 46회 추가 운행한다.
이 기간에도 열차 지연이 우려되고 있지만 작업중지 명령이 언제 해제될지는 미지수다.
코레일 측은 "근로자 의견 청취 절차를 거쳐 작업중지해제 신청서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할 예정"이라며 원론적인 입장만 보이고 있다. 코레일이 작업중지 명령을 해제하기 위해선 코레일 노조와의 협상이 선행돼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권 의원은 "고용노동부가 유례없이 코레일 대구본부 전 구간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면서 승객 불편은 물론 국가 행사까지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8월 사고 지점과 무관한 구간은 먼저 명령을 해제하고, 작업범위도 특정해 근로자 안전과 열차 이용객의 편의를 두루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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