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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잦은 가을비에 멈춘 추수…상주 문경 들녘엔 한숨만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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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탕으로 변한 일부 들판…이맘때면 콤바인 돌아가는 소리에 온 동네가 떠들썩해야 하는데, 올해는 논에 발도 못 들여놓는다"

추석 연휴 첫날부터 시작된 가을비가 보름 가까이 이어지면서 13일 쌀 주산지인 상주 들판 일부에는 누렇게 익은 벼가 논바닥 위에 힘없이 쓰러져 있다. 고도현 기자
추석 연휴 첫날부터 시작된 가을비가 보름 가까이 이어지면서 13일 쌀 주산지인 상주 들판 일부에는 누렇게 익은 벼가 논바닥 위에 힘없이 쓰러져 있다. 고도현 기자

13일 오후 여전히 많은 비가 내리고 있는 쌀 주산지 경북 상주시 성동동 일대 들녘. 10월 중순이면 한창이어야 할 수확의 계절인데도 들판은 고요했다.

누렇게 익어 고개를 숙인 벼들이 연일 계속 내리는 비를 맞아 논바닥 위에 힘없이 쓰러져 있었으며 논 일부는 진흙탕으로 변해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농민은 "추석이 일주일 지난 이맘때면 콤바인 돌아가는 소리에 온 동네가 떠들썩해야 하는데, 올해는 논에 발도 못 들여놓는다"고 했다.

최근 잘 그치지 않는 가을비 때문에 생긴 현상들이다.

추석 연휴 첫날부터 시작된 가을비는 보름 가까이 이어졌다. 일기예보에 따르면 당분간 큰 비가 더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다.

상주 농업인 김상기(72)씨는 "비가 한 번 오면 논이 마르기까지 2-3일이 걸리는데 올가을에는 돌아서면 또 비가 내려 논이 마를 틈이 없다"고 토로했다.

문경에서 벼농사를 짓는 고재흠(66) 씨는 "벼가 너무 많이 비를 맞으면 술에 취한 사람처럼 흐느적거리다 약한 바람에도 넘어진다"며 "이러다간 햅쌀을 평소의 절반도 못 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벼 수확이 지연되면서 피해는 벼농사에만 그치지 않고 있다. 수확 뒤 남는 볏짚을 소 사료로 사용하는 한우 농가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진흙과 빗물에 젖은 볏짚은 소가 먹지 않아 사료로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올 여름엔 폭염을 견뎌내고 벼가 정말 잘 자랐어요. 수확도 좋을 거라 기대도 했죠. 그런데 이 비가 다 망쳤어요. 추석연휴도 길어 마음이 푸근했는데,지금은 막막합니다."

가을은 풍요로워야 한다지만, 올해 상주와 문경의 들판엔 아직 '풍요'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치지 않는 비, 멈춰버린 추수에 농민들은 대책없이 비가 그쳐 논이 마르기만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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