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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반려동물 의료의 첨단화와 펫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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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동물 병원의 트랜드는 대형화와 첨단화, 그리고 전문화에 있다. CT, MRI 등의 첨단 의료 장비들을 도입하고 종양수술, 심혈관수술, 항암치료 등 진료 영역이 점차 더 넓혀지고 있다.
최근 동물 병원의 트랜드는 대형화와 첨단화, 그리고 전문화에 있다. CT, MRI 등의 첨단 의료 장비들을 도입하고 종양수술, 심혈관수술, 항암치료 등 진료 영역이 점차 더 넓혀지고 있다.

◆반려동물 의료의 첨단화

요즘 거리를 지나다보면 동물 병원의 간판들이 달라지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항암치료' 'CT/MRI'를 홍보하는 '동물메디컬센터'라는 명칭이 낯설지 않다. 이들 병원은 첨단 의료 장비들을 갖추고 도시의 중심가에 개원하고 기존의 동물병원과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는데 여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2024년 기준 국내 반려동물 보유수는 강아지가 499만 마리, 고양이가 277만 마리로 총 780만 마리로 추산한다. 반면에 키즈 산업의 대상으로 보는 14세 이하 아동의 수는 547만 명에 불과하다. 2025년 국내 반려동물 산업 규모는 7조 원 규모로 추정되며 2027년에는 1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성장률은 9.6%에 달한다.

동물 병원의 간판들이 달라지고 있다.
동물 병원의 간판들이 달라지고 있다. '항암치료' 'CT/MRI'를 홍보하는 '동물메디컬센터'라는 명칭이 낯설지 않다.

또한 세대가 젊을수록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비율이 높아지며 반려동물에 대한 배려와 책임감이 강하고 동물 건강에 대한 의식이 확고하다. 반려동물을 '가족'이나 '자식'처럼 대하는 'Pet Humanization' 정서의 확산은 반려동물 산업도 키즈산업과 마찬가지로 프리미엄 시장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것이다.

자연히 반려동물의 수명도 길어지고 그에 따른 질병 치료와 관련된 '반려동물 의료 시장'의 성장을 예상할 수 있다.

최근 동물 병원의 트랜드는 대형화와 첨단화, 그리고 전문화에 있다. CT, MRI 등의 첨단 의료 장비들을 도입하고 종양수술, 심혈관수술, 항암치료 등 진료 영역이 점차 더 넓혀지고 있다.

◆높아지는 동물진료비

8살 반려견이 내원을 했다. 보호자의 말에 따르면 갑자기 뒷다리를 절뚝거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건강한 개의 후지보행 장애의 주원인은 슬개골 탈구,십자인대 손상,퇴행성 관절염 등이 일반적이다. 드물게 디스크질환(IVDD)이 원인이기도 한다.X-ray 검사, 신경계검사 후 환자견이 척추신경의 이상을 의심하고 MRI 검사를 실시했다. 최종 진단은 척추골종양에 의해 척수신경을 압박하고 있었다.

첨단 진단 장비를 통한 질병의 조기 진단은 생명을 구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다.하지만 양질의 의료가 적용될 수록 동물 진료비 부담은 가중될 수 밖에 없다. (왼쪽은 척추 골종양환자의 MRI 영상, 오른쪽은 고양이 환자에 대한 흉수천자 시술)
첨단 진단 장비를 통한 질병의 조기 진단은 생명을 구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다.하지만 양질의 의료가 적용될 수록 동물 진료비 부담은 가중될 수 밖에 없다. (왼쪽은 척추 골종양환자의 MRI 영상, 오른쪽은 고양이 환자에 대한 흉수천자 시술)

첨단 진단 장비를 통한 질병의 조기 진단은 생명을 구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양질의 의료는 동물 진료비를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CT/MRI 검사를 받거나, 멸균 수술실에서 수술을 받는 경우 수백만 원 이상의 진료비가 청구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양질의 의료를 제공 받으면서도 동물 진료비를 줄일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반려 동물 의료 보험' 일명 '펫보험'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펫보험'이 비싸다는 오해

'펫보험'은 '의료비 보장형 손해보험'의 일종이다. 1년간 50만 원 정도의 보험 상품에 가입하면 동물에게 발생하는 일상적인 사고와 질병 치료비의 80% 정도를 보험사가 지급하니까 반려인은 동물 진료비의 20%에 해당하는 비용만 납부하면 된다. 현재 10여 개 정도의 펫보험이 출시되어 있는데 의외로 펫보험 가입률은 매우 저조하다.

지난해 상반기 국내 펫보험 가입률은 1.7%에 불과했다. (보험 계약 건수 : 약 16만 건)동물 진료비를 부담스러워하면서도 정작 펫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국민건강보험제도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부담스럽다는 주장이 많다.

최근 동물병원은 반려인의 니즈에 부합하기 위해 전문화 첨단화가 되고 있다.
최근 동물병원은 반려인의 니즈에 부합하기 위해 전문화 첨단화가 되고 있다.

펫보험을 국민건강보험과 객관적인 비교를 하자. 우선 국민건강보험은 국가가 운영하고 지원하는 '사회보험제도'이다. 2025년 직장 가입자와 지역 가입자의 건강 보험료율은 7.09%이다. 이 말은 소득의 약 7%를 매달 건강 보험료로 강제 납부를 하게 된다는 뜻이다.

월 소득이 200만 원이라고 가정하면 건강 보험료는 월 14만 원, 1년 동안 164만 원의 건강 보험료를 납부하게 된다.(직장가입자의 경우 절반은 사업주가 부담한다.) 그리고 이러한 재원과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전 국민에게 의료보험 혜택을 지원하는 공공의료보험제도라고 보면 된다.

근로자가 병원 치료를 받으면 진료비의 70% 정도를 보험 공단이 병원 측에 지불하고 나머지 30% 정도에 해당하는 본인 부담금을 병원에 지불하는 방식이다. 소득이 없는 국민들은 보험료와 본인 부담금을 경감되거나 면제되기도 한다.

이제 객관적인 수치로 펫보험과 국민건강보험을 비교해 보면 국민건강보험은 직장인 월평균 납입보험료가 14만 원, 본인 평균부담금 30%(월소득 200만 원 기준)이며 펫보험은 가입자 월평균 납입보험료 4만 원, 동물 진료비 보호자 평균부담금 20%이다.펫보험이 오히려 국민건강보험보다 실속있어 보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펫보험 가입이 저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동물 병원의 트랜드는 대형화와 첨단화, 그리고 전문화에 있다. CT, MRI 등의 첨단 의료 장비들을 도입하고 종양수술, 심혈관수술, 항암치료 등 진료 영역이 점차 더 넓혀지고 있다.

◆'펫보험' 가입율이 저조한 이유

반려인들은 동물병원을 찾는 빈도가 의외로 적다고 생각한다.동물은 아프면 그 자체를 숨기려는 본능이 있다. 반려인이 동물이 아파도 병세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동물은 자연 치유력이 있구나'하고 무심코 넘겨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반려인 중에서 질병이 심각해져도 동물병원을 이용하지 않는 비율이 의외로 높다.

2024년 국내 동물 등록율은 44%였다. 대도시도 60~80% 정도에 불과했다.반려동물 소유자라면 누구나 지켜야 할 의무 사항들이 있다. 동물 등록, 예방 접종, 중성화 수술이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러한 최소한의 의무를 지키지 않는 보호자들이 절반 이상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동물이 아프더라도 동물병원을 찾지 않는다. 약국에서 약을 사다 먹이는 정도면 그 중 배려심이 있는 편이라고 생각할 정도다.

개와 고양이를 돌보는 보호자마다 가치관의 차이가 크다는 사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0월 31일부터 3일간 대구 엑스코에서는 FASAVA 2025 (아시아 태평양 반려동물 수의사대회)가 개최된다.
최근 동물 병원의 트랜드는 대형화와 첨단화, 그리고 전문화에 있다. CT, MRI 등의 첨단 의료 장비들을 도입하고 종양수술, 심혈관수술, 항암치료 등 진료 영역이 점차 더 넓혀지고 있다.

◆반려인이 선호하는 '펫보험'은?

펫보험 확산을 위해서는 반려인의 니즈에 부합하는 다양한 형태의 펫보험이 필요하다.동물을 진심으로 소중히 여기는 반려인들 위해서는 더 많은 질병들이 보장되는 보장성이 높은 상품이 필요하다. 납입 보험료 부담이 높아지더라도 더 나은 의료를 제공받기를 희망한다. 이들은 동물에게 수술이 필요하다면 최고의 수의사, 최고의 의료 시설을 갖춘 동물병원에서 진료 받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사고와 질병에 대해 최소한의 치료를 보장하는 '실속형 펫보험'도 필요하다.보장 한도액을 제한하더라도 월 납입 보험료가 만 원 이하로 책정되는 '실속형 펫보험'이 필요하다. 보호자가 보험 한도액을 고려하여 적합한 동물병원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속형 펫보험

'실속형 펫보험'은 반려동물에게 최소한의 진료 기회를 제공하는 효과를 가질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가 실속형 펫보험을 시범사업으로 추진할 수도 있다. 유기견을 입양하는 가정이나 취약계층에게 실속형 펫보험을 지원하는 정책도 펼칠 수 있다. 2025년 7조 규모로 반려동물산업이 성장하며 정부는 매년 7,280억원 이상의 세수를 거둬들이고 있다.

반려인들의 소비를 통해 형성되는 세수의 일부라도 펫보험 활성화에 지원되었으면 한다. 동물에게 최소한의 진료라도 받을 권리를 보장한다면 동물유기를 예방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10월 31일부터 3일간 대구 엑스코에서는 FASAVA 2025 (아시아 태평양 반려동물 수의사대회)가 개최된다.
10월 31일부터 3일간 대구 엑스코에서는 FASAVA 2025 (아시아 태평양 반려동물 수의사대회)가 개최된다.
박순석
10월 31일부터 3일간 대구 엑스코에서는 FASAVA 2025 (아시아 태평양 반려동물 수의사대회)가 개최된다.

◆'K-pet 의료 산업'의 경쟁력 강화

오는 10월 31일부터 3일간 대구 엑스코에서는 FASAVA 2025 (아시아 태평양 반려동물 수의사대회)가 개최된다. 아시아 태평양 수의학 발전을 위한 '하나의 비전, 하나의 목소리'를 주제로 열리는 이 행사에는 세계 각국에서 4천여 명이 넘는 수의사와 관련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다.

학술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대회 3일 동안 40여 명의 국내외 전문가들이 총 74개의 주제로 강연한다. 여러 행사 중 세계 반려동물 수의사들이 지역의 동물 병원을 탐방하는 프로그램은 그 인기가 꽤나 높다. 그만큼 국내 동물 병원이 세계 수의사들이 벤치마킹하고 싶은 모델로 인정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향후 국내 반려 동물 의료계가 국제적 리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을 기대하는 바이다.

박순석

박순석 수의사

SBS TV 동물농장 자문수의사

경북대학교 수의과대학 겸임교수

한국수의임상수의사회 부회장

박순석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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