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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에 반응하는 직물'…계명대, 영화에서 현실로 가져온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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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영감 얻은 융합 연구, 국제학술지 표지 장식
빛에 반응해 색이 변하는 스마트 원단 개발
계명대·KIST 협력 연구, 공학·패션 융합의 새 지평 열다

ACS 논문에 게재된 저널 속표지와 우측 상단부터 계명대의 김지현 석사(제1저자), 김종현 교수(교신저자). 계명대 제공
ACS 논문에 게재된 저널 속표지와 우측 상단부터 계명대의 김지현 석사(제1저자), 김종현 교수(교신저자). 계명대 제공

빛을 입은 섬유가 색으로 반응한다. 계명대 연구팀이 영화 속 장면에서 영감을 받아 자외선에 반응해 색이 변하는 전자섬유(E-textile)를 만들어냈다. 공학과 패션, 예술이 융합된 이번 연구는 과학과 디자인의 경계를 허문 성과로 주목받고 있다.

계명대학교(총장 신일희) 기계공학과 김종현 교수, 텍스타일디자인과 김봉섭 교수, 패션디자인과 김은경 교수로 구성된 융합 연구팀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기후탄소순환연구단과 협력해 실용적인 웨어러블 공학과 첨단 소재 과학을 결합한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응용공학 분야의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미국화학회(ACS) 발행 Applied Electronic Materials에 게재됐으며, 저널의 속표지(supplementary cover)로 선정됐다.

연구진은 영화 K팝 데몬헌터스에서 주인공들이 초자연적 에너지를 사용할 때 피부 패턴이 빛나며 색이 변하는 장면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들은 자외선(UV)에 반응해 색상이 변하는 스마트 원단을 개발하며, 평범함과 비범함의 경계를 허무는 영화적 순간을 과학적으로 구현했다.

이번에 개발된 원단은 햇빛이나 인공 자외선에 노출될 때 색조가 즉각적으로 변하는 광반응형 전자섬유(E-textile)다. 핵심 원리는 자외선에 노출되면 구조가 변하는 '스피로피란(spiropyran)' 분자에 있다. 이 분자는 무색의 닫힌 구조에서 자외선에 반응해 선명한 색을 띠는 '메로시아닌(merocyanine)' 형태로 전환되며, 소량의 열을 가하면 다시 원래 색으로 돌아간다.

이를 통해 직물은 즉각적이고 가역적인 색상 변화를 구현하며, 단순한 디자인을 넘어 빛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무전원 안전 감지 센서 기능도 수행한다. 사용자는 자외선 강도가 높아질 때 색의 변화를 통해 위험 수준을 시각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

김종현 교수(기계공학과, 교신저자)는 "영화 속 시각적 마법을 현실 세계로 가져왔다"며
"K팝 데몬헌터스가 빛 에너지를 융합해 인간의 정체성을 표현했듯, 색변화 전자섬유는 공학·소재·패션을 하나의 웨어러블 과학으로 융합해 사람들에게 이로운 기술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저자인 김지현 석사(계명대 기계공학과)는 "영화 속 '색채 각성(color awakening)' 현상을 본떠 만들었다"며 "빛에 반응하면서도 일상생활에 실용적이고 살아있는 듯한 직물을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KIST 이지원 박사(공동저자)는 "이번 연구는 신소재 응용 범위를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안전 관리뿐 아니라 하이브리드 엔지니어링과 융합 예술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계명대 대학혁신지원사업(다차원 융합 선행연구 지원사업)과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미래형자동차 전문인력양성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색이 변화하는 웨어러블 센서 연구 컨셉 이미지. 계명대 제공
색이 변화하는 웨어러블 센서 연구 컨셉 이미지. 계명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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