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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18자리 숫자 하나면 끝"…프로야구 플레이오프 '티켓 선물하기'가 암표 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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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도 예매처도 손 놓은 사이, 되팔이만 웃고 있다

암표 판매자에게 빨리 표를 받고 싶다고 요구하자 돌아온 메시지. 메시지 내용으로 미뤄 조직적이고 대규모로 이뤄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찬민 기자
암표 판매자에게 빨리 표를 받고 싶다고 요구하자 돌아온 메시지. 메시지 내용으로 미뤄 조직적이고 대규모로 이뤄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찬민 기자

21일 열리는 프로야구 플레이오프(PO) 3차전을 앞두고, 티켓 암표 거래가 온라인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구단이 고지한 티켓 정가는 무색했다. 중고 거래 플랫폼에선 정가의 수 배 가격으로 티켓이 올라오고 있었고, 거래 방식은 훨씬 정교하고 교묘했다.

기자는 20일 오후,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PO 3차전 티켓을 중고 플랫폼을 통해 직접 구매해봤다. 거래 좌석은 VIP석 1매, 구단이 정한 정가는 80,000원이었다. 그러나 판매자는 단호하게 말했다.

"지금 320,000원이면 싼 편입니다. 내일이면 더 올라갈 수 있어요."

흥정은 없었다. 플랫폼에서 카드 결제했고, 판매자가 보낸 건 단 하나였다.

숫자 18자리의 PIN 번호.

이 PIN 번호는 예매처 앱의 '티켓 선물 받기' 기능에 입력하는 방식으로 사용된다. 기자는 실제로 해당 앱을 실행한 뒤, 선물 받기 항목에 18자리 코드를 입력했다.

핀번호를 선물받기에서 입력하자 예매처 어플에 티켓이 등록 됐다. 이찬민 기자
핀번호를 선물받기에서 입력하자 예매처 어플에 티켓이 등록 됐다. 이찬민 기자

즉시 경기 정보, 좌석 위치, QR 바코드까지 포함된 티켓이 등록되며 예매가 완료됐다.

티켓 예매는 하지 않았다. 이름도 바꾸지 않았다. 그러나 이 18자리 숫자 하나로, 기자는 정식 관람객이 되었다.

티켓은 실물도, 이미지도 오가지 않았다. 거래 내역도 '개인 간 금전 송금'이었고, 암표의 흔적은 외부에서 확인할 수 없었다. 전달된 건 오직 18자리 숫자 하나. 그러나 그 숫자는, 수백 퍼센트의 프리미엄을 합법처럼 위장한 유통 통로였다.

중고 플랫폼은 해당 거래를 방치하고 있었다. 거래 게시글에는 "PIN 전송 가능", "선물하기로 안전하게 전달"이라는 문구가 버젓이 적혀 있었다.

다른 판매자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문의해본 결과, 대부분 "PIN만 드릴게요"라며 동일한 방식의 거래를 안내했다.

"요즘은 다 이렇게 합니다. 선물로 보내면 티켓 추적도 안 되고 문제 생길 일도 없어요."

판매자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설명했다. 그 말처럼, 예매처의 '선물하기' 기능은 현재까지 사용 횟수 제한도, 가격 통제도, 인증 절차도 없다.

선물 기능은 원래 지인 간 양도 편의를 위한 시스템이다. 그러나 현재는 암표 유통의 핵심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기존의 실물 암표 거래보다 훨씬 빠르고 간편하며, 거래 흔적도 남지 않는다는 점에서 훨씬 위험한 방식이다.

암표 거래를 감시해야 할 플랫폼과 예매처는 모두 손을 놓고 있다.

중고 거래 사이트는 "개인 간 자유 거래"를 이유로 가격 제한이나 등록 수량 제한을 두지 않고 있고, 예매처는 "선물은 사용자 책임"이라는 원칙을 내세운 채 기술적 제어장치조차 마련하지 않고 있다.

권장원 대구가톨릭대학교 미디어영상광고홍보학부 교수 "예매처가 제공하는 선물하기 기능은 편의성이 높지만, 현재 구조에서는 암표 유통을 은폐하고 정당화하는 창구로 악용될 여지가 크다. 기술적 장치나 법적 장치 없이 방치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암묵적 방조에 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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