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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열전-조두진] 잊혀진 최민희 딸 결혼 축의금·대장동 항소 포기, 뜨거운 김건희 백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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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중국 역사가 사마천의 '사기(史記)', 진수의 정사(正史) '삼국지',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 일본 소설가 야마오카 소하치(山岡荘八)의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등 역사서와 문학작품 속 인물들의 행적에 비추어 현대 한국 정치 상황을 해설하는 팩션(Faction-사실과 상상의 만남)입니다. -편집자 주(註)-

▶대장동 항소 포기 이대로 끝?

국민의힘은 2024년 총선 이후 더불어민주당의 파상 공세에 무너져 온 이래, 최근 검사들의 집단 반발과 국민적 분노를 야기한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 역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국정조사도 특검수사도 정성호 법무부 장관 탄핵 추진도 흐지부지될 공산이 크다.

민주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구할 목적으로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들과 대장동 기소에 대해 징계와 국정조사 등 각종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대장동 논란이 계속되는 것은 손해라고 판단, 전선을 이탈했다. 문제는 국민의힘이 이를 물고 늘어지지 못한다는 점이다.

국민의힘은 이 모든 문제가 의석수 때문이라고 여기는 듯하다. 하지만 의석이 적다고 매번 밀리고 존재감을 입증하지 못하면 다음 총선에서는 의석이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약자의 무기는 치밀한 전략

전략은 나와 상대의 세력을 파악한 후 언제, 어디를, 어떻게 공격할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세(勢)가 약할수록 더욱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약자는 정면 승부를 피하고 다른 공격 방식을 택해야 한다. 그러자면 상황과 상대의 약점을 면밀히 파악하고, 자신의 화력을 최대한 끌어모아 신속·정확하게 가격해야 한다. 국민의힘에는 그런 전략이 부족하다.

▶노부나가의 요시모토 기습전

일본 전국시대(戦国時代·15세기 중반~16세기 후반). 전국 각 다이묘들이 각축전을 벌이던 혼란기였다. 오다 노부나가는 오와리(현재 아이치현 서부)를 차지한 소규모 다이묘였다. 이에 반해 이마가와 요시모토는 미카와·스루가·도토미(현재 아이치현 동부·시즈오카현 중부·동부·서부) 및 오다 노부나가 가문과 접경한 오와리 지역 일부를 지배하는 강력한 다이묘였다.

이마가와 요시모토는 교토로 진출해 전국을 제패하려고 했다. 교토로 상경(上京)하자면 오다 노부나가의 영지인 오와리를 먼저 점령해야 했다. 요시모토는 약 2만5천 명의 병력을 이끌고 자신의 본성인 슨푸성(현재 시즈오카시)을 출발해 노부나가의 영지로 나아갔다. 당시 노부나가의 병력은 최대 4천 명에서 2천500명에 불과했다.

요시모토의 대군에 노부나가는 농성전(籠城戰)으로 맞서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된장을 사 모으는 등 장기 농성전에 대비하는 모습을 연출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노부나가는 많은 척후병을 내보내 요시모토의 군대가 어떻게 이동하는지 면밀히 파악했다.

노부나가의 성 근처까지 진군한 요시모토는 오케하자마 협곡 근처에서 야영했다. 폭우가 내리는 밤이었다. 기회가 왔다고 판단한 노부나가는 곧장 소규모의 병력을 이끌고 좁은 산길로 말을 내달렸다. 요시모토 군대의 선봉을 우회해 곧바로 본진을 기습한 것이다. 예상치 못한 기습에 요시모토 진영은 혼란에 빠졌고, 요시모토가 전사했다. 지휘부가 무너진 요시모토 군대는 결국 퇴각했다. -1560년 6월 12일 오케하자마 전투(桶狭間の戦い)- 10분의 1 병력으로 대군을 격파한 것이다. 이 전투를 계기로 노부나가는 빠르게 세력을 키울 수 있었다.

▶최민희 딸 축의금 없던 일?

수적으로 크게 열세였던 노부나가가 요시모토를 무너뜨릴 수 있었던 것은 '절실함'과 '면밀한 상황 파악' 덕분이었다. 국민의힘에는 이 두 가지가 부족하다. 세력이 훨씬 더 강함에도 민주당은 정청래 대표, 김병기 원내대표뿐만 아니라 노장 박지원 의원까지 나서서 싸운다. 철 지난 문제까지 끊임없이 물고 늘어진다.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관련자가 거의 모두 구속돼 재판받고 있음에도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고 무시로 외치고, 김건희 여사 백을 물고 늘어진다.

이에 반해 국민의힘은 장동혁 대표, 나경원 의원, 주진우 의원 등 일부 의원들만 열심히 싸울 뿐이다. 무엇보다 국민의힘은 '죽기 살기'로 싸우지 않는다. 그 심각한 '최민희 의원 딸 결혼식 축의금' 논란을 지금 국민의힘 의원 중에 누가 문제 삼고 있나?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가 불거졌을 때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 탄핵감" "특검 실시" 등 공세를 펼쳤다. "최소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사퇴시켜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대장동 항소 포기 공세는 연기처럼 흩어졌다. 특검도 국정조사도 사실상 물거품 상황이다.

▶지형지물 제대로 이용 못해

전투에서 병력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지형지물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총칼을 들고 싸우는 전투에서 산·강·건물 등이 지형지물(地形地物)이라면 현실 정치에서 지형지물은 각종 사건·사고이다. 가령, 대장동 항소 포기와 최민희 의원 딸 축의금은 국민의힘에 매우 유리한 지형이고, 민주당에 불리한 지형이다. 반면 비상계엄과 윤 어게인은 민주당에 유리하고, 국민의힘에 불리한 지형이다. 지금 어느 쪽이 지형지물을 잘 이용하고 있나? 민주당은 유리한 지형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고, 국민의힘은 불리한 지형(계엄 사과·윤 어게인)에 갇혀 1년 가까이 허우적거린다.

정치 사안뿐만 아니다. 사회·경제·환경·노동 문제를 비롯해 범죄 사건까지 지형지물이 될 수 있다. 흉악범죄가 터지면 "사형 집행"을 외쳐야 하고, 과로사가 이슈가 되면 "작업 환경 개선"을 외쳐야 한다. 상황에 따라 신사도 되고, '미친개'도 되어야 하고, 사안에 따라 우파 목소리뿐만 아니라 좌파 목소리도 낼 수 있어야 지형지물을 제대로 이용하는 것이다.

정체성을 버리라는 말이 아니다. 보수·우파 기조 아래 그것이 어떤 사안이든 민심이 들끓는 이슈를 붙잡고 싸워야 한다. 민심이 들끓는 이슈에 대해 국민의힘이 처절하게 싸울 때 보수·우파에 대한 국민 지지도 높아진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그걸 게을리하고, 못한다. 전투에서 지형지물을 외면하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전투에 임하면 학살당할 뿐이다. 대장동 항소 포기 사건에 국민의힘은 '미친개'처럼 거품을 물어야 한다.

김은혜 국민의힘 원내정책수석부대표 등 의원들이 2일 서울 국회 의안과에
김은혜 국민의힘 원내정책수석부대표 등 의원들이 2일 서울 국회 의안과에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외압 의혹'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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