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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김지수] 불신을 전제한 소통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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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사회부 기자

김지수 사회부 기자
김지수 사회부 기자

"어떤 절차를 거쳐서 주민설명회를 열게 된 건지 근거부터 말하세요."

지난달 26일 대구문화예술회관 달구벌홀. 대구시가 개최한 성서자원회수시설(성서소각장) 2·3호기 대보수 사업 첫 주민설명회는 시작 1시간 만에 파행, 종료됐다. 참석 주민 200여 명은 행사가 시작되자마자 대구시를 향해 '근거 없는 설명회'를 추진하게 된 배경부터 따져 물었다. 이들은 설명회를 열기 전에 주민들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는 절차가 우선됐어야 한다며 비판했다. 아무런 설득이나 대화 과정 없이 대구시가 일방적으로 개최한 설명회는 무효이며, 들을 필요도 없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었다. 거친 말이 섞인 고성이 오갔고 대보수 사업을 설명하러 온 용역업체 관계자들은 아무런 말도 못 한 채 이 상황을 지켜봐야만 했다.

이번 설명회 파행의 주요 원인은 '불통'이었다. 주민설명회를 열기까지 대구시와 주민 간 소통이 없었다는 게 참석자들이 우르르 자리를 뜬 이유였다. 주민들은 대구시가 대보수 방침을 설정하거나 용역을 시작하기 전에 미리 설명회·공청회를 거쳤어야 한다며 반발했다. 이들은 용역을 시작했다는 점 자체가 이미 대구시가 방침을 확정 지어 놓고 일방적으로 알리겠다는 태도이며, 설명회를 연 뒤에는 '설명회를 했다'는 이유로 사업을 계속해서 밀어붙일 것이라며 거부했다.

대구시는 설명회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축적된 자료가 필요했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대보수 사업 용역은 올해 6월에 시작돼 불과 5개월밖에 안 됐으며, 아무런 데이터 없이 설명을 할 수는 없다고 했다. "동별로 주민들을 찾아가 설득하는 시도는 할 수 있지 않았느냐"는 지적에는 주민 개개인을 대상으로 설명을 일일이 할 수는 없는 노릇이며, 대구시에 찾아와 설명을 요구하는 주민들은 응대했다고 했다.

주요 시책 설정에 있어 '불통'에 대한 불만은 반복돼 온 문제다. 대구시는 지난해 시내버스 노선 개편 당시 용역 과정에서 개편 방향을 공개해 버리면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칠 것을 우려해 공청회 전까지 용역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 결과 '깜깜이' 용역이라는 뭇매를 맞았다. 지난 6월 열린 대구도시철도망 구축 계획(안) 공청회에서도 같은 문제가 제기됐다. 각종 공청회 때마다 '불통'을 문제로 주민 반발에 부딪혀 곤혹을 겪었고 해명에 상당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대구시가 민원을 우려한 탓에 보여 온 소극적인 소통 행보에 주민 불신은 거듭 쌓이고 있다.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분명하지 않은 의사 전달도 불신을 가중시켰다. 대구시와 주민들은 과거 성서소각장 1호기 증설을 결정하면서 대구시가 보였던 2·3호기 연장 여부에 대한 입장을 두고 이견을 낸다. 주민들은 한목소리로 대구시가 2·3호기 연장 사용을 하지 않기로 약속했다지만 대구시는 그런 적 없었다며 선을 그었다. 시민들은 대구시 관계자의 구두 설명을 근거로 드는데 정작 대구시는 공문을 언급한다. 지나가듯 한 말을 믿었을 시민들의 마음을 들여다볼 의지는 어디에도 없었다.

성서소각장 2·3호기 대보수는 사업 필요성 설명 이전에 서로에게 가득 찬 불신을 해소하는 게 우선이다. 시내버스 노선체계 개편 방안 설명회,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안 공청회, 그리고 성서소각장 2·3호기 대보수 사업 설명회에서 볼 수 있듯이 불신을 전제한 대화는 불가능하다. 왜 매번 공청회 때마다 서로가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가 되고 불통이 되풀이 될 수밖에 없는지 되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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