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대 금융투자협회장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대형 증권사 출신 유력 후보들이 줄줄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세 후보 모두 결정적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 막판까지 접전이 예상되면서 당선자 예측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 차기 수장을 뽑는 투표가 오는 18일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열리는 임시총회에서 실시된다.
경쟁에 뛰어든 인물은 서유석 현 협회장, 이현승 전 KB자산운용 대표, 황성엽 신영증권 대표 등 세 사람이다. 당선자는 내년 1월부터 2028년 12월까지 3년간 협회를 이끈다.
올해 선거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무게감 있는 인물의 공백이다. 과거 협회장 선거에서는 주요 증권사 최고경영자나 금융계 중진급 인사가 경합을 벌였다. 하지만 올해는 정영채 메리츠증권 고문(전 NH투자증권 대표)과 박정림 전 KB증권 대표 등 굵직한 인물들이 줄줄이 출마를 철회했다.
경쟁자 숫자도 유례 없이 적다. 보통 4명에서 6명이 각축전을 벌였지만 이번에는 3명만 도전장을 냈다. 업계에선 "확실한 선두 주자가 없는 경기"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서유석 후보는 협회 역사상 처음으로 재선에 나섰다. 지난 1988년 대한투자신탁(현 하나증권)에 입사해 미래에셋증권 리테일사업부 대표,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 등을 거쳐 2023년 1월 제6대 금투협 회장 자리에 올랐다. 현직의 이점을 내세워 정책 지속성을 내세우지만 선례 없는 재선 시도에 대한 업계의 의구심이 만만치 않다.
이현승 후보는 32회 행정고시 합격자로 재경부를 시작으로 SK증권, 코람코자산운용, 현대자산운용, KB자산운용 등 다수 기관에서 최고책임자를 지냈다. 증권과 운용 양쪽을 섭렵한 전문가이지만 관료 경력이라는 꼬리표가 약점이 되고 있다. 협회 회원사들은 자체적으로 수장을 선출하는 만큼 당국 출신 인사에게 거부감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앞서 지난 5대 회장 선거에서 금융감독원 출신인 정기승 KTB자산운용 부회장은 대관 능력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득표율은 15%에 그쳤다.
황성엽 후보는 1987년 신영증권 입문 이래 38년을 한곳에서 보낸 원클럽맨이다. 현재도 신영증권 최고책임자로 재직 중이다. 다만 중소형 증권사 출신이란 배경이 걸림돌이다. 대형사들은 중소형사 출신 회장이 대형사에 불리한 정책 방향을 취할 것을 우려한다. 홈플러스 기업어음 사태와 관련 신영증권이 논란에 휩싸인 점도 부정적 요소다.
세 후보는 시장 활성화와 규제 합리화라는 큰 틀에는 공감하면서도 구체적 접근법에서는 온도차를 보인다.
서 후보는 현안 해결과 정책 제안을 중심으로 공약을 제시했다. 국고채 전문딜러(PD) 입찰 담합 과징금 문제 해결, 발행어음 인가 및 종합금융투자계좌(IMA) 지정 마무리, 신규 지정 요건 완화, 교육세율 인상 대응 및 유가증권 손익 통산 허용 건의,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를 열기 위한 정책 개발 등을 약속했다.
이현승 후보는 대형사와 중형사를 아우르는 정책으로 IMA·발행어음 인가 확대, 펀드 배당소득 분리과세 적용, 배당소득세율 인하, 민간 중심의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등을 제안했다.
황성엽 후보는 생산적 금융을 통해 자본시장을 국가 성장 플랫폼으로 만들겠다고 제시했다. 가계 자산의 증시·연금 시장 이동, 은행 중심 금융 구조의 자본시장 중심 전환, 자율 규제 기능 강화 등이다. 모험자본 범위 확대, 건전성 및 유동성 관리, RWA(위험가중자산) 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결선투표 갈까 … 소외됐던 중소형사 목소리 대변 기대감도
협회장 선거는 회원사 규모와 회비 납부액에 따라 차등 부여되는 비공개 투표로 치러진다. 전체 표의 30%는 회원사당 동일 투표권이 주어지고, 나머지 70%는 회비 분담 비율에 따라 배분된다. 실질적으로 대형 증권사들의 선택이 결과를 좌우하는 시스템이다.
1차 투표에서 과반 획득자가 없으면 상위 2인 간 재투표가 실시된다. 2009년 협회 출범 이후 재투표까지 진행된 경우는 2012년 2대 수장 선거 한 차례뿐이다.
업계에서는 강력한 후보 부재로 표가 분산되며 재투표 가능성도 점쳐진다. 서 후보의 재선 도전에 대한 대형사들의 판단이 최대 변수로 거론된다.
올해 선거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대형사 출신 대신 중견·중소형 증권사 이익을 비교적 잘 반영할 수 있는 인물들로 후보군이 구성됐다는 점이다.
최근 증권가에서는 IMA, 발행어음 등 주요 사업이 대형 증권사 위주로 승인되면서 업권 내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소형 증권사들은 위탁 중개나 한정적 사업에 국한돼 호황기에도 격차가 확대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후보들은 공약에서 중소형사 지원과 제도 개선을 강조했다. 서 후보는 발행어음 승인 요건 완화를, 이 후보는 중형사 발행어음 사업 점진적 확대를 제안했다.
중소형 증권사 한 관계자는 "막판까지 결과를 예단하기 곤란한 상황"이라면서 "7대 회장은 코스피 5000시대를 여는 중대한 시점에 시장을 이끌게 된다. 차기 수장이 대형사와 중소형사, 업권별 이해 충돌을 조정하고 상생 구조를 설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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