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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김수용] 엡스타인 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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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용 논설실장
김수용 논설실장

2025년 말, 미국 워싱턴은 거대한 진실의 폭풍에 직면해 있다. 오랜 세월 베일에 싸여 있던 '제프리 엡스타인 파일'이 마침내 세상 밖으로 나오기 시작해서다. 미 의회는 지난 11월 법무부의 기밀(機密) 자료 전면 공개를 강제하는 '엡스타인 파일 투명성법'을 사실상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그러나 공개 시한인 지난 19일 법무부가 내놓은 결과물은 실망을 넘어 분노를 자아냈다. 의회가 명한 '전면 공개' 원칙에도 불구, 법무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된 사진 16건을 포함해 핵심 문서들을 대거 삭제하거나 검게 가린 채로 공개했다. '의회 모욕죄'와 '탄핵'까지 언급하며 의회가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단순한 정치 공방이 아닌 법치주의의 존립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제프리 엡스타인은 자산가를 넘어 전 세계 엘리트들의 치부와 욕망을 관리하던 '정보 포식자(捕食者)'였다. 추악한 성범죄 네트워크는 정·재계를 망라한 유력 인사들의 인맥으로 지탱됐고, 수감 중 사망한 이후 그 명단은 워싱턴의 가장 위험한 '판도라의 상자'로 남아 있었다. 세간의 시선은 악마의 섬 '리틀 세인트 제임스'에 누가 발을 들였느냐는 자극적 명단에 쏠려 있지만 정작 폭발력을 지닌 진실은 명단 뒤에 숨은 '통제 기제(機制)'다. 엡스타인 파일은 여러 기관에 흩어진 기록의 집합이다. 연방검찰의 내부 메모, FBI 수사 보고서, 대배심 기록, 교정 당국 문서, 민사소송 증언들은 의회를 포함한 누구도 전체를 한꺼번에 볼 수 없게 설계돼 있다.

특히 민감한 대목은 2019년 엡스타인 의문사 전후에 오간 기밀 메모들이다. 특정 인물의 이름을 지우기 위해 사법 당국에 어떤 '비공식 지침'을 내렸는지, 은폐의 대가로 무엇이 오갔는지가 파일의 진정한 폭발력이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정치적 마녀 사냥'이라 규정하며 방어막을 치고 있다. 그러나 행정부가 불리한 정보를 선별적으로 은폐하려고 공권력을 동원했다면, 리처드 닉슨의 하야(下野)를 불렀던 권력에 의한 '사법 방해'와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다. 엡스타인 파일은 아직 완전히 열리지 않았다. 사건의 핵심은 파일에 무엇이 담겨 있느냐가 아니라 민감한 특정 내용이 어떻게 지워졌느냐다. 바로 그 지점에서 탄핵의 문이 열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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