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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와 함께 나누고픈 북&톡] 결핍과 상처가 만드는 성장의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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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상처를 드러내 보이며 전하는 단단한 위로
힘든 상황 처한 다른 이 살리는 단단한 조언과 힘

성장 관련 자료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성장 관련 자료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카뮈는 여러 작품을 통해 부조리한 인생 가운데 도망치지 않고 삶의 의미를 찾아내어 가치를 만들어 가는 인간을 이야기합니다. 결핍이 없는 인생, 좌절이나 굴곡이 없는 삶이 가능할까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잘 알지만, 부모가 되고 보면 자녀에게는 좋은 것만 주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일 것입니다. 아이가 자라면서 겪는 실패와 좌절, 관계에서의 상처와 어려움을 어떻게 다루도록 해야 할까요? 이유를 알 수 없는 고난과 불행 앞에 눈부신 성장을 일궈낸 두 편의 에세이를 소개합니다.

◆ 어둠을 통과한 자가 건네는 단단한 위로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의 표지

조승리 작가의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는 도발적인 제목만큼이나 흡입력 있는 문장과 이야기로 독자를 끌어당기는 책입니다. 열다섯 살이라는 나이에 시력을 잃기 시작한 작가는 스무 살에 전맹 시각장애인이 됩니다. 가장 예민한 청소년 시기에 절망과 좌절을 겪게 되었지만, 시각장애인 특수학교를 졸업하고 이제는 마사지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는 생활인입니다. 이번 수필집뿐만 아니라 소설집도 잇달아 선보이며 작가로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책은 한강 불꽃축제로 인해 도로가 꽉 막힌 택시 안에서 눈이 아니라 온몸과 마음으로 읽어낸 인생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창밖을 내다보아도 시커먼 어둠뿐이지만, 군중의 환호와 불꽃 터지는 소리를 통해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을 소환합니다. 마음속에 생생하게 살아있는 별과 불꽃이 있음에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시각장애인 친구들과 인솔자 없이 첫 해외여행을 무사히 다녀오는 이야기에 함께 기뻐하다가도, "앞도 못 보면서 여길 힘들게 뭐 하러 왔누!", "장애인들 저러고 다니는 거 창피하지도 않나"라며 무심코 던지는 말 앞에서 얼굴이 뜨거워지기도 합니다.

무수한 거절 끝에 개인교습으로 탱고를 배우는 모습은 감동적이고 멋집니다. 작가는 시력을 잃고, 친구를 잃고, 연인을 잃고, 가족을 잃으면서 둔감해지는 감정을 되찾기 위해 탱고를 시작한 것입니다. 실패가 두려워서 장애를 핑계 삼아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어깨를 펴고 고개를 도도하게 들어 인생이라는 벽 앞에 당당하게 일어선 것입니다. 또한 작가는 분명히 우리 사회에 존재하지만,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이방인과 같은 사람들에게 자신만의 방법으로 위로를 건넵니다.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 보이면서 함께 아파해주는 그녀만의 특별하고 단단한 위로가 책 속에 가득합니다.

◆ 상실이 아닌 성장과 아름다움의 이야기

'나는 한 팔을 잃은 비너스입니다'의 표지

'나는 한 팔을 잃은 비너스입니다'를 쓴 김나윤 작가는 스물일곱의 나이에 예기치 못한 오토바이 사고를 당합니다. 사고로 왼팔을 잃게 되면서 삶의 방향이 180도 달라지지만, 고통과 아픔을 상실과 결핍이 아닌 회복과 성장으로 일구어내면서 긍정의 에너지가 넘치는 책입니다.

헤어 디자이너로 10년간 일해 왔지만 한 팔을 잃으면서 경력도 단번에 사라져 버립니다. 하지만 재활을 위해 시작한 피트니스 운동이 대회 출전으로 이어지면서 일반인을 제치고 4관왕을 차지합니다. 지금은 자신처럼 신체 불균형으로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운동을 지도하는 트레이너이자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크리에이터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한 팔을 잃은 자기 모습이 마치 밀로의 비너스상을 닮았다고 생각해 '윤너스'라는 별칭을 지었고 또 그렇게 불리고 있습니다.

사고 이후 병원에서 꼼짝도 할 수 없이 견뎌야 했던 기나긴 치료의 시간은 목숨은 붙어있지만 생지옥과 다를 바 없이 괴롭고 처절합니다. 작가는 "불행은 왜 내게 찾아온 걸까?"라고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누군들 그 질문에 속 시원하게 답할 수 있을까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삶은 계속되어야 하고 다시 주어진 삶이니 더 의미 있게 살고 싶을 뿐이라고 씩씩하게 말하는 듯합니다.

위에서 소개한 작가들이 보여준 삶의 태도와 당당함은 정말로 특별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주어진 환경에 좌절하지 않은 것은 아닐 것입니다. 여전히 좌절감과 현실의 막막함 속에 있을지라도, 울고 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어깨를 펴고 고개를 들어 올리는 것부터 시작하지 않았을까요? 자신의 상처와 결핍을 당당하게 드러내 보이며 일궈낸 성장은 자신뿐 아니라 다른 이를 살리는 단단한 조언과 힘이 됩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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