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입지가 매우 불안정하다. 러시아가 무력 사용을 전제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종전 협상도 돈바스 지역 등의 양보 없이는 진척이 불가능해 보여서다. 종전 협상에 마침점을 찍더라도 국내 여건은 비우호적이다. 비리 연루 측근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면서 민심 이반이 여론조사 수치 등으로 확인된 탓이다.
◆첩첩산중, 종전 협상
젤렌스키 대통령은 28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마러라고에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인 별장에서 수정 종전안 20개 조항을 놓고 종전 방안을 논의한다. 여기에는 나토 조약의 핵심인 집단방위 조항 5조에 준하는 안전 보장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러시아의 재침공 금지 ▷우크라이나군 규모 유지 ▷전후 경제 회복 기금 마련 및 지원 등이 포함됐다.
두 나라 정상은 긍정적인 답변으로 일관하는 중이다. 그러나 주도권은 러시아 쪽에 기울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무력으로 해결할 것이라 공언한다. 평화적 해결 노력이라는 게 결국 돈바스 지역 등 동남부 4개 지역을 내달라는 것인데 사실상의 항복 선언을 하라는 것이다. 러시아는 현재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의 약 75%, 루한스크주의 거의 전부를 장악하고 있다.
수정 종전안 수용 가능성도 높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에 무게가 실린다. 뉴욕타임스(NYT)는 "전장에서의 진전으로 자신감을 얻은 데다 새 계획이 러시아 국민에게 승리로 포장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크렘린궁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시아의 점령지 정돈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러시아 국가두마(하원)는 소유주가 없다고 간주되는 주거용 건물을 압류할 수 있고, 유효한 서류가 없는 재산도 몰수할 수 있는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재산 몰수를 막으려면 소유권 증명을 하면 되는데 직접 방문해야 하며, 서류도 러시아 여권과 함께 제출된 경우에만 인정된다. 러시아 국민이 되라는 뜻으로 읽힌다.
◆'시계 제로' 대선 출마
종전으로 계엄령이 해제될 경우 우크라이나의 대선으로 가는 시계는 재작동할 것으로 보인다. 계엄령이 없었다면 대선은 지난해 3월 31일 치러졌어야 했다. 올 1월까지만 해도 젤렌스키의 대선 출마는 기정사실로 보였다. 키이우국제사회학연구소(KIIS)에서 조사한 국민 신뢰도 지표에서 52%를 기록하는 등 여론이 자신의 편이라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측근들의 비리 의혹이 불거지며 민심은 나락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난달 28일 자신의 '오른팔'로 꼽히던 안드리 예르마크 비서실장이 사임했다. 에너지·방산 분야 뇌물 스캔들의 몸통으로 지목된 바 있는 인물이었다. 헤르만 갈루셴코 법무장관과 스비틀라나 흐린추크 에너지장관도 관련 의혹으로 사직했다.
젤렌스키의 코미디언 시절 동업자인 티무르 민디치가 지난달 압수수색 직전 해외로 도주했을 때는 비호 의혹마저 일었다. 국가반부패국(NABU)은 27일(현지시간)에도 "반부패특별검사실과 잠복 수사를 벌여 현직 의원들이 포함된 조직적인 범죄 집단을 적발했다"고 밝히면서 또 다른 파장을 예고했다.
민심 이반은 여론조사로도 확인됐다. 키이우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여론조사 기관 SOCIS가 24일(현지시간) 공개한 차기 대선 지지율 조사에서 발레리 잘루즈니 전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이 64%의 득표율로 젤렌스키(36%)에게 압승을 거둘 것으로 조사됐다.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군 정보총국장이 출마해도 결과는 마찬가지. 44%대 56%의 득표율로 젤렌스키가 패할 것으로 예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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