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내놓은 '2차 경제형벌 합리화 방안'은 중대(重大) 위법행위에는 과징금 등 금전적 제재를 강화하고, 단순 행정 의무 위반은 과태료로 전환해 과도한 형사처벌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데 방점(傍點)이 찍혀 있다. 대리점 경영에 대한 부당 간섭이나 담합 등 시장 질서 훼손 행위에는 과징금 상한이 대폭 상향된다. 반복 위반에 대한 가중(加重) 제재도 강화된다. 반면 위치 정보 보호 의무 위반이나 유사 명칭 사용, 인력 현황 변경 미등록 등 고의성이 낮은 사안은 형사처벌을 폐지하거나 과태료로 전환한다. 형벌 대신 경제적 책임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경제계가 이번 조치를 환영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형사 리스크가 과도하게 확대되면서 정상적인 경영 판단까지 위축(萎縮)됐다는 불만은 오래전부터 누적돼 왔다. 당정이 지난해 1차로 110개 규정을 손본 데 이어 이번에 300개가 넘는 조항을 정비하고, 추가 과제 발굴까지 예고한 점은 기업 활동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투자·고용 여건을 개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외국 기업의 한국 시장 투자 진입 장벽을 낮추는 효과도 기대된다.
다만 이번 합리화가 '불법의 비용을 낮추는 신호'로 읽혀서는 곤란하다. 담합이나 소비자 피해를 동반한 중대 위법까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진다면, 제재(制裁)는 억제력이 아니라 계산 가능한 비용으로 전락할 수 있다. 고의와 과실, 경영 판단과 명백한 위법의 경계를 정교하게 가르는 기준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아울러 형벌을 줄이는 만큼 피해자 구제와 민사적 책임을 강화하는 보완 장치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과도한 경제형벌은 기업의 활력을 잠식(蠶食)해 왔지만, 지나친 완화는 법의 권위를 약화시킨다. 중요한 것은 처벌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명확한 기준과 일관된 집행이다. 고의적 불법에는 예외 없는 책임을 묻고, 경미한 위반에는 합리적 부담만 지우는 일관된 원칙이 필요하다. 이를 지킨다면 개혁이 될 것이고, 아니라면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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