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오년(丙午年) 붉은 말의 해가 밝은 가운데, 증권사 수장들은 새해 신년사를 통해 경영 청사진을 속속 공개하고 있다. 이들은 AI(인공지능) 기술력 강화를 통한 디지털 전환 가속과 반도체·재생에너지 등 국가 전략 사업 중심 모험 자본 공급 확대에 한 목소리를 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NH투자·미래에셋·신한투자·하나·KB·키움·유안타 등 국내 주요 증권사 CEO(최고경영자)들은 신년사를 내고 올 한 해 중점 추진 과제 등 경영 청사진을 제시했다.
공통적으로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단연 'AI'다. 디지털 전환이 전 산업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AI 기술·경쟁력을 강화해 투자자들에게 혁신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겠단 계획이다.
김미섭·허선호 미래에셋증권 대표는 올해를 '미래에셋3.0'의 원년으로 규정했다. 두 대표는 "디지털 자산 비즈니스 생태계의 기반이 되는 인프라와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구축하고 해외 법인에서 추진 중인 글로벌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와 디지털 자산 거래 플랫폼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미래에셋의 금융 생태계를 확장해 나가겠다"며 "AI 고도화를 통해 전통 자산부터 디지털 자산에 이르기까지 고객의 투자의사 결정을 보다 정교하고 효과적으로 지원하고 데이터 기반 분석 역량을 강화해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아시아 넘버원'으로 도약하겠단 포부를 밝힌 김성한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업의 경계를 넘어서야 한다"며 "AI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금융 라이선스를 가진 테크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AI는 단순한 지원 도구가 아닌 업의 경계를 부수고 새로운 수익의 영토로 나가게 하는 강력한 무기인 만큼 남들보다 한발 앞선 기술 도입과 신사업 발굴로 내일의 수익원을 만들어야 한다"며 "디지털 부문은 업무의 혁신적 효율화에 만전을 다 해 '열심히 일하는 것'이 아닌 '기술로 똑똑하게 일하는 것'이 우리의 새로운 경쟁력이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증권가 수장들은 모험 자본 공급 확대에 대해서도 한목소리를 냈다. 정부가 지난 연말부터 증권사들에 IMA(종합투자계좌), 발행어음 등을 대거 인가하며 모험 자본 공급 기능 강화를 주문하고 있는 만큼 정부 기조에 발맞추겠단 뜻으로 풀이된다.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는 "2026년은 배수지진(背水之陣)의 각오로 생존을 걸어야 하는 해"라며 "부분적 개선이 아닌 환골탈태(換骨奪胎) 수준의 변화로 발행어음 기반 모험 자본과 생산적 금융 공급을 확대하고 STO(토큰증권)를 포함한 디지털 자산 전환과 AI 중심의 사업·업무 재설계를 반드시 실행 단계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 IMA 인가를 획득하지 못한 NH투자증권의 윤병운 사장은 "IMA는 단순한 사업 확장을 넘어 자본시장의 자금을 창의적인 투자로 연결해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높이는 핵심 인프라"라며 "인가 완료까지 겸허한 자세로 철저히 준비하는 것은 물론, 이후에는 전사 차원에서 유망 기업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모험자본 투자의 선봉'에 서야 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증권가에서 잇단 전산사고, 내부 임원 비리 등 잡음이 지속되자 내부 통제 강화도 주요 경영 과제로 강조했다.
강진두·이홍구 KB증권 대표는 올해 핵심 전략 중 하나로 투자자 신뢰·보호를 제시했다. 두 대표는 "올해 자본시장은 지경학적 분절화(Geoeconomical Fragmentation) 심화와 고환율 압박 장기화 등 글로벌 복합 위기로 인한 불확실성이 지속되며 변동성이 더욱 커질 전망인데, 우리는 고객자산 보호를 최우선에 두고 선제적 리스크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며 "AI 기반 사전 예방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디지털 내부통제를 강화해 사고 예방 중심의 소비자 보호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유동성 공급(LP) 업무에서 1300억원 규모 손실이 발생했던 신한투자증권의 이선훈 대표는 "지난해 뼈를 깎는 심정으로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신뢰를 다시 세우기 위해 어느 때보다 혹독하게 스스로 채찍질하며 비상 경영 체제를 감내했다"며 "빨리 달리기보다는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모든 부분에 걸쳐 내실을 더 깊고 단단하게 다지는 게 올해 우리가 달성해야 할 가장 큰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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