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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등진 10대…피임약 주며 몹쓸짓한 계부, 친모는 "비위 맞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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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으로 다시보는 그때그사건
의붓딸 6년간 성추행·폭행해 극단선택…계부 징역 25년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자료사진 챗GPT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자료사진 챗GPT

의붓아버지에게 성범죄를 당한 11살 소녀의 삶은 6년여간 조용히 무너졌다. 그 아픔을 보듬어줄 수 있는 건 오로지 소녀 자신뿐이었다.

소녀는 자신의 울타리가 되어줘야 할 가정이라는 공간에서 철저히 고립돼있었다. 아이의 피해 사실을 알게 된 친모마저 아이를 외면했고, 아이는 자신에게 건네진 피임약을 바라보며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소녀는 결국 세상을 등졌다.

◇그저 어머니와 같이 살고 싶었던 소녀…계부 손아귀에

피고인 A씨는 피해 아동 B양의 계부였다. 사실혼 관계에 있던 친모와 함께 살며 가정과 생계를 쥐고 있었다. 어머니와 떨어져 살던 아이가 2주에 한 번 집에 올 때마다 추행이 이뤄졌다. 범행의 시작은 2016년 5월, 피해자가 만 11세일 때였다. 2017년에도 비슷한 범행은 반복됐다.

그럼에도 B양은 친모에게 차마 말할 수 없었다. 엄마가 자신을 싫어할까봐 무서웠고, A씨는 오히려 이런 B양의 심리를 이용해 피해자가 성적 요구를 거부하면 외출을 못 하게 하겠다고 위협했고, 집 안 분위기를 일부러 험악하게 만드는 등 B양을 체념하도록 만들었다.

B양은 초등학생 시절부터 어머니와 떨어져 지냈다. 그러다 2019년 무렵, 어머니와 A씨가 함께 사는 집에서 생활을 시작했다. 피해자는 엄마와 다시 살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러나 그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B양이 어머니와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범행은 더욱 노골적이 됐다.

범행은 집 안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가게와 차량, 펜션 등 장소를 가리지 않았고 범행은 10차례나 이어졌다. B양의 진술에 따르면 일일이 공소사실로 특정되지는 않았지만 범행은 고등학교 2학년에 진학한 뒤에는 빈도가 잦아졌고, 피해자의 오빠가 군 입대를 하고난 뒤 더 심해져 연속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임신을 염려한 A씨는 중학교 3학년 무렵부터 피임약을 주기 시작했고, 고등학생이 된 뒤에는 임신 테스트기까지 사줬다.

가정 안에서의 일탈은 점점 심해졌다. A씨는 미성년자인 B양에게 술과 담배를 권했고, 함께 음주와 흡연을 하기도 했다. 일부 범행은 어머니까지 함께 술을 마신 뒤 이뤄졌다. 재판부는 이러한 환경이 범행을 쉽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피해자가 극심한 고통을 잊기 위해 선택한 왜곡된 도피처가 되기도 했다고 판단했다.

◇누구도 소녀를 지켜주지 못했다…징역 25년

B양은 이런 사실을 어머니에게 그 사실을 털어놓지만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했고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대신 B양에게 애교를 부리는 등 A씨의 비위를 맞추라고 했다. 재판부는 "지쳐 보이는 어머니를 위하는 마음에 피해자가 피고인의 뜻을 거스르기 어려워했다"고 했다. 보호받아야 할 관계는 거꾸로 아이가 어른을 위하는 구조로 뒤집혀 있었다.

피해자의 고통은 몸으로 드러났다. 자해와 극단선택 시도가 이어졌다. 이러면 "제 생각을 해주고 걱정이라도 해줄까 하는 마음이었다"는 진술은 판결문에서 가장 아픈 대목이다. 그럼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A씨는 피임약을 복용하게 하면서까지 범행을 멈추지 않았다. A씨가 기소된지 일주일 만에 B양은 숨진 채 발견됐다.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선고 주문에는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신상정보 공개·고지,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기관 취업제한이 함께 담겼다. 형량만 놓고 보면 중형이었지만, 판결문이 기록한 시간의 무게는 숫자로 환산하기 어려웠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초범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그러나 수년에 걸친 반복 범행과 그 곁에서 침묵하거나 외면했던 보호 환경까지 종합하면 중형을 피할 수 없다고 밝혔다. 판결문은 한 가해자만을 기록하지 않았다. 아이가 도움을 청했지만 끝내 보호받지 못했던 시간까지 함께 남겼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마지막 모습은 피고인의 장기간에 걸친 범죄로 인하여 괴로워하면서 몸부림치는 과정에서 보인 피해자의 모습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며 "피해자가 생전에 겪었을 고통과 피해자의 죽음을 애도하며 피고인을 중형에 처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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