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으로 사람은 몰리고 지역은 점점 쇠락해진다. 조급해진 지자체는 묘수를 냈다.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기부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고향의 향수를 담은 답례품도 준비했다. 그렇다면 대구·경북을 향한 출향인들의 마음은 얼마나 컸을까. 데이터를 통해 그 깊이를 들여다봤다.
◆ 지방 살림 도우미 '고향사랑기부제'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자신이 거주하지 않는 지자체에 기부하면, 해당 지자체가 이를 지역 살림에 활용하는 제도다. 기부자는 세액공제와 함께 지역 특산물로 구성된 답례품을 받는다. 지방재정 확충과 기부 문화 확산을 동시에 노린 제도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모인 기부금은 879억3천만원, 기부 건수는 77만4천 건이다. 시행 첫해인 2023년과 비교해 금액은 35%, 건수는 47% 늘었다.
특히 비수도권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비수도권 지자체 1곳당 평균 모금액은 4억5천만원으로, 수도권(1억4천만원)의 3.3배 수준이다. 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역을 돕겠다는 제도 취지가 일정 부분 성과를 낸 셈이다.
기부금의 90% 이상은 세액공제 한도인 10만원에 집중됐다. 소액 기부를 중심으로 한 참여 구조가 정착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 대구 10개 기관 8억9천만원… 기부 지형 어땠나
대구시 본청과 9개 구·군이 2024년 한 해 동안 모은 기부금은 총 8억9천만원이다. 군위군이 2억1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대구시 본청(1억5천10만원), 달성군(1억1천100만원), 달서구(8천500만원)가 뒤를 이었다.
기부자의 주력 연령대는 30대였다. 전체 모금액의 61%는 11~12월에 집중돼 연말 쏠림 현상도 확인됐다.
◆ 내부 결속+외부 유입으로 만든 기부 구조
기부자 주소지를 분석한 결과, 대구 시민들의 '지역 내 상호 기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대구에 거주하면서 다른 구·군에 기부한 금액은 1억7천294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기(1억6천만원), 서울(1억5천747만원), 경북(1억5천444만원) 순이었다.
외부 기부금은 규모가 큰 자치구로 몰렸다. 달서구는 전체 기부의 48%가 서울·경기에서 유입됐고, 북구 역시 수도권 비중이 44%에 달했다.
대구 시민들의 '자기 도시 사랑'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남구였다. 전체 기부자의 42.4%가 대구 내 다른 구·군 거주자였다. 반면 수성구는 경북 거주 기부자 비중이 27.9%로 가장 높아, 대구보다 인접 지역의 기부자 비중이 더 컸다.
대구 시민들이 외부로 기부할 경우, 절반은 경상북도로 향했다. 이는 부산, 인천 등 다른 광역시에서도 공통으로 나타나는 경향이다.
◆ 먹거리 중심 답례품 전략
대구 본청과 9개 구·군이 답례품 구매에 쓴 비용은 총 2억512만원이다. 전체 모금액의 23% 수준이다.
가장 강세를 보인 품목은 가공식품과 밀키트였다. 동인동 찜갈비(동구), 신대장떡볶이(북구) 등 지역 유명 음식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제품들이 인기를 끌었다. '미식의 도시'라는 이미지가 영향을 준 셈이다.
전통적인 인기 품목은 한우와 쌀이었다. 군위군의 '현토미'와 한우, 서구 '풍국쌀' 등은 지역 대표 농산물로서 안정적인 수요를 유지했다.
◆ 집행은 제자리… 체감 효과는 미흡
모금 규모와 달리 기금 사용은 아직 소극적이다. 10개 기관 중 사용 내용이 있는 곳은 2곳뿐이다. 수성구와 군위군이 홍보비로 각각 850만원, 1천700만원을 사용한 것이 전부다. 나머지 기금은 전액 예치 중이다.
지정기부를 통한 집행 사례도 아직 없다. 지정기부는 기부자가 특정 사업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기부의 체감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수단이다. 전남 곡성군의 '소아과 선물', 충남 청양군의 '초·중·고 탁구부 후원'처럼 목표액을 조기 달성하는 성과를 거두는 것과 대조적이다.
◆ 대구형 전략 필요할 때
데이터는 고향사랑기부제가 '대규모 후원'보다 '일상적 참여'에 가까운 제도임을 보여준다. 고액 기부를 노리기보다, 소액 기부를 반복하게 만드는 구조 설계가 관건이다. 10만원 기부가 정착된 만큼, 참여 장벽을 낮추는 간편한 기부 동선과 직관적인 혜택 안내가 중요하다.
기부자의 상당수가 인접 지역에 분포한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는 대구가 전국 단위 경쟁보다, 출향인을 중심으로 한 기부 전략에 집중해야 함을 시사한다. 단순한 특산물 나열을 넘어, 지역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답례품 기획이 요구된다.
기부자의 상당수가 인접 지역에 분포한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대구가 전국 단위 경쟁보다, 출향인을 중심으로 한 기부에 공을 들여야 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단순한 특산물 나열이 아니라, 지역의 서사와 기억을 결합한 답례품 기획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기부 이후가 중요하다. 현재 대다수 기금이 예치 상태에 머물러 있는 만큼, 기부금이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는지 체감할 수 있는 장치가 부족하다. 지정기부 사업을 통해 기부 목적과 사용처를 명확히 제시하면, 일회성 참여를 지속적인 기부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고향사랑기부제가 출범한 지 4년째에 접어들었다. 이제 제도는 정착의 문턱에 서 있다. 고향사랑기부제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지, 지역 재정을 떠받치는 제도로 자리 잡을지는 지자체의 기획에 달려 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촘촘한 전략 설계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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