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구겨지지 않는 빳빳한 종이에 또박또박 덕담을 적는다. 새해에는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란다는 염원을 담아. 새해가 되면 서로 주고받던 '연하장'의 풍경이었다. 그해를 상징하는 동물 그림이 인쇄된 카드에 사인을 남기거나, 손수 그림을 그려 보내기도 했다.
연하장은 처음부터 누구나 주고받는 대중적인 것은 아니었다. 조선시대에 왕에게 올리는 새해 인사의 수단으로 사용됐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적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다. 도입부와 임금의 덕을 찬양하는 내용, 송축으로 마무리되는 엄격한 형식을 갖춘 일종의 의례 문서였다.
연하장이 대중화된 것은 근대식 우편 제도가 자리 잡으면서부터다. 1900년대 초 연하장은 우체국을 통해 각 가정으로 배달됐다. 그 인기가 대단해, 설날은 '우편배달부가 가장 바쁜 날'이라고 불릴 정도였다.
지금은 널리 사용하는 '근하신년'은 근대 일제강점기부터 쓰이기 시작했다. 새해를 축하한다는 일본식 한자어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유입됐다. 한정된 연하장 지면에 네 글자만 적어도 새해의 안녕과 행복을 전할 수 있어, 간결하면서도 실용적인 축하 인사로 널리 쓰였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연하장은 점점 자취를 감췄다. 새해가 되면 문구점마다 진열되던 각양각색의 연하장도 보기 힘들어졌다.
연하장은 형태를 바꿨을 뿐, 카카오톡과 문자 메시지, 이미지 파일로 새해 인사가 오간다. 가득 차던 우편함은 사라지고, 연신 울리는 메신저 알림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붉은 말의 해를 맞아 붉게 칠한 말과 떠오르는 해를 담은 이미지가 공유되고 있다. 정치인들은 자신의 얼굴이나 부부 사진을 함께 넣기도 한다. 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항상 건강하시고 소망하시는 모든 일들이 결실을 보길 바랍니다', '한 해 동안 감사했습니다'와 같은 짧은 인사말을 덧붙인다.
AI로 움직이는 연하장을 만드는 '꿀팁'도 공유되고 있다. 누구나 손쉽게 자주 뵙지 못하는 친척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영상 연하장을 만들 수 있다. 한복을 입은 사진을 합성해 영상을 만들고, 목소리도 AI로 생성해 붙인다. 발음이 또렷하지 않은 영유아의 목소리나, 거동이 불편한 부모님의 인사도 대신 전할 수 있어 호응을 얻고 있다.
새해의 복을 비는 마음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꾹꾹 눌러 적던 네 글자는 이제 화면 위에서 깜빡인다. 방식은 계속 바뀌겠지만, 새해를 맞아 안부를 묻고 복을 비는 행위만큼은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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