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국내 증시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온 '한계기업(좀비기업)' 청산을 위해 칼을 빼 들었다. 올해 하반기부터 시가총액 미달 기업에 대한 퇴출 기준이 강화되고, 주가가 1천원 미만인 이른바 '동전주'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증시에서 즉시 퇴출 될 예정이다.
당국은 이번 조치로 당초 예상보다 3배 많은 약 150개 상장사가 올해 퇴출 심판대에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12일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방안'을 발표했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혁신기업은 원활히 상장되고 부실기업은 신속히 퇴출되는 '다산다사' 시장 구조로 전면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강도 높은 구조조정안을 꺼낸 배경에는 코스닥 시장의 '동맥경화'가 심각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지난 20년간 코스닥 시장에는 1천353개사가 진입했으나, 퇴출된 기업은 415개사에 불과해 '다산소사'의 기형적 구조가 지속돼 왔다.
이로 인해 시장의 질적 성장은 정체됐다. 같은 기간 코스닥 시가총액은 8.6배 불어났지만, 지수는 1.6배 상승하는 데 그쳤다. 코스피 지수가 3.8배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권 부위원장은 "부실기업이 연명할 경우 시장 신뢰를 저해하고 불공정거래에 악용돼 투자자 피해를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개혁안의 핵심은 ▷집중관리기간 운영 ▷4대 상장폐지 요건 강화 ▷절차 효율화다.
우선, 거래소 부이사장을 단장으로 하는 '상장폐지 집중관리단'이 2027년 6월까지 가동된다. 거래소 경영평가에서 상장폐지 업무 실적 비중을 기존 0점(0%)에서 20점(20%)으로 대폭 높여, 거래소가 눈치 보지 않고 부실기업을 솎아내도록 독려할 방침이다.
상장 유지를 위한 문턱은 높아진다. 당초 단계적으로 상향하려던 '시가총액 퇴출 기준' 적용 시점을 앞당겼다. 코스닥의 경우 올해 7월부터 시총 200억원 미만, 내년 1월부터는 300억원 미만이면 퇴출 대상이 된다. 코스피 역시 내년 1월부터 시총 500억원 기준이 적용된다.
주가가 1천원 밑으로 떨어지는 동전주에 대한 퇴출 요건도 신설된다. 오는 7월부터 30거래일 연속 주가가 1천원 미만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이후 90일 동안 '45일 연속' 1천원 이상을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 폐지된다. 액면병합으로 주가를 억지로 띄우는 꼼수를 막기 위해, 병합 후 기준으로도 액면가를 밑돌면 퇴출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회계 투명성 감시도 강화된다. 기존에는 연말 기준 완전자본잠식만 문제 삼았으나, 앞으로는 반기 기준으로도 완전자본잠식이 발생하면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한다.
불성실 공시 법인에 대한 제재도 강화돼, 1년간 누적 벌점이 10점(기존 15점)만 넘어도 상장폐지 심사를 받게 되며, 고의적이고 중대한 공시 위반은 단 한 번만 적발돼도 즉시 심사 대상에 오르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가 도입된다.
부실기업이 소송 등을 통해 끈질기게 버티는 관행도 차단한다. 상장폐지 실질심사 기간(1·2심 합산)을 기존 최대 1년 6개월에서 1년으로 단축한다. 가처분 소송으로 퇴출이 지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법원과 신속 처리 협의도 진행할 예정이다.
금융당국과 거래소가 이번 강화된 기준을 적용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올해 상장폐지 대상 기업은 당초 예상(50개)보다 100개 늘어난 150개 안팎이 될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시총 요건 강화로 약 30개사, 동전주 요건 신설로 최대 135개사가 영향권에 들 것으로 추산돼, 코스닥 시장에 '퇴출 피바람'이 불 전망이다.
금융위는 부실기업이 빠져나간 자리를 인공지능(AI), 우주, 에너지 등 혁신기업으로 채우겠다는 구상이다. 권 부위원장은 "투자자들이 믿고 투자할 수 있고, 좋은 기업들이 상장하고 싶은 매력적인 거래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요건 강화는 오는 7월 1일부터, 절차 효율화는 4월 1일부터 각각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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