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법원은 성실하지만 불운한 채무자를 구제하기 위한 곳입니다. 사람을 살리는 일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겠습니까."
이종길 대구회생법원 선임부장판사는 회생법원의 존재 이유를 묻자 조금의 고민도 없이 답을 내놓았다. 이 선임부장판사는 2010년 대구지법 파산부를 시작으로 오랜 기간 개인과 기업의 회생·파산 사건을 다룬 도산 분야 전문가다.
올해 3월 문을 연 대구회생법원은 개원 두 달 만에 전국 회생법원 가운데 가장 높은 개인회생 사건 처리율을 기록했다. 신청부터 개시결정까지 걸리는 기간도 크게 단축됐다. 이 선임부장판사는 대구회생법원이 '독립된 전문법원'이기에 가능한 성과였다고 설명했다.
이 선임부장판사는 "지방법원 안의 한 재판부로 운영될 때는 일반 민사·형사 사건과 함께 처리해야 했지만 지금은 회생·파산 사건만 전담한다"며 "도산 사건 경험이 풍부한 판사와 실무진이 집중적으로 사건을 처리하면서 속도와 전문성이 모두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강조한 것은 신속성이다. 채무자회생법은 원칙적으로 신청 후 한 달 안에 회생 개시 여부를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보정 절차와 자료 검토에 시간이 오래 걸리면서 수개월씩 지연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선임부장판사는 "절차가 길어질수록 채무자는 채권자들의 독촉과 압박에 시달린다"며 "그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회생을 포기하거나 결국 파산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라고 했다.
회생 사건의 신속한 처리는 사회적 비용 감소로 이어진다는 게 이 선임부장판사의 설명이다. 그는 "우리 사회에는 빚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도, 심지어 일가족이 함께 목숨을 끊는 사례도 있다"라며 "회생법원은 이들에게 재도약의 기회를 제공하고 다시 생산적인 사회 구성원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안전망 역할을 한다"라고 강조했다.
회생법원이 채무자 편만 드는 기관은 아니다. 이 선임부장판사는 "채무자회생법 자체는 채권자 보호 원칙이 강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재산을 숨기거나 악용하려는 사람들을 걸러내기 위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들인다"라고 설명했다.
"회생은 인생에 한 번뿐인 기회라는 점을 늘 이야기합니다. 채무자가 성실하게 절차를 밟아 다시 사회 구성원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업회생 역시 회생법원을 구성하는 중요한 축이다. 그는 지역 경제에서 회생법원의 역할을 '도미노 붕괴를 막는 방파제'라고 표현했다. "지역 중소기업 하나가 무너지면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고 협력업체까지 연쇄 타격을 받습니다. 신용도가 떨어지고 압류와 경매가 이어지면 회사는 순식간에 무너집니다.
이 선임부장판사는 최근 중대재해 사고를 겪은 지역 기업 사례를 언급하며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수사와 재판은 물론 공공입찰 제한, 거래처 계약 중단, 신용도 하락 등으로 기업 경영이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며 "대기업은 충격을 견딜 여력이 있지만 지역 중소기업은 직원 해고나 협력업체 연쇄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대구회생법원의 다음 목표는 더 빠른 처리다. 현재 개인회생 사건은 접수부터 개시결정까지 약 11개월, 개시결정부터 인가까지가 약 3개월 정도가 걸린다.
이 선임부장판사는 "대구회생법원의 개원으로 많이 단축됐지만 서울이나 수원 회생법원에 비하면 크게 뒤쳐진다"라며 "회생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하루라도 더 빨리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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