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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주년 경찰의날, 이색 경찰 열전] 전 계급 특진 베테랑 경찰과 신임 순경 '좌충우돌' 근무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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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노숙인 가족 품에, 심폐소생술 생명 구조, 동성로 누비는 '두껍스'
레슬링, 검도, 유도 등 국가대표에서 경찰의 길로 나서기도
사회복지사·노인요양보호사 자격증 보유 경찰 비번날 꾸준한 봉사활동까지

매년 10월 21일은 경찰의 날이다. 올해로 81주년을 맞은 경찰은 형사소송법 개정에 따른 수사체계 변화 등 전례 없는 조직적 전환의 중심에 서 있다. 역할과 책임이 커지는 변화의 시기일수록 경찰이 지켜야 할 본령은 분명하다. 시민의 일상을 지키고, 생활치안을 강화하며, 지역사회 곳곳에 촘촘한 안전망을 구축하는 일이다.

현장에는 저마다 특별한 이력과 방식으로 시민 곁을 지키는 경찰관들이 있다. 20년 가까이 노숙인의 마음을 두드려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낸 베테랑과 새내기 경찰과 국가대표급 운동선수에서 치안 현장으로 자리를 옮긴 경찰 등.

제81주년 경찰의 날을 맞아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임무를 다하는 이색 경찰관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본다.

대구중부경찰서 중앙파출소 최성렬 경위와 황보정 순경. 베테랑 선임과 새내기 후임은 손발을 맞춰 동성로 일대 치안을 책임지고 있다. 대구경찰청 제공
대구중부경찰서 중앙파출소 최성렬 경위와 황보정 순경. 베테랑 선임과 새내기 후임은 손발을 맞춰 동성로 일대 치안을 책임지고 있다. 대구경찰청 제공

◆전 계급 특진 베테랑·새내기 순경 '특별한 동행'

"두 달 동안 말을 걸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침묵뿐이었죠."

대구 반월당역 인근 벤치에서 20년 가까이 노숙하던 한 남성. 그의 오른쪽 다리에서는 악취가 났고 파리까지 꼬였지만, 도움의 손길은 완강히 거부했다.

그런 노숙인의 맘을 열게한 건 두 경찰의 끈질긴 관심이었다.

"식사는 하셨어요? 병원에 한번 가보시죠." 순찰 때마다 건넨 안부, 그렇게 두 달을 두드린 끝에 노숙인은 마침내 마음을 열었다. 경찰관들은 여동생을 찾아 연락하고 보건소와 소방당국의 도움을 받아 대학병원 치료를 연결했다. 악화했던 다리 상태와 섬망 증상도 차츰 호전됐다.

20년간 닫혀 있던 마음을 연 주인공은 대구중부경찰서 중앙파출소 최성렬 경위와 황보정 순경이다.

두 사람의 이력은 극과 극이다. 최 경위는 순경부터 경위까지 모든 계급을 특별승진으로 올라온 베테랑이다. 반면 황보 순경은 이제 막 경찰 생활을 시작한 새내기다. 지난 2월부터 동성로 일대를 함께 누비는 두 사람의 별명은 '두껍스'다. 두꺼비처럼 묵묵하고 끈질기게 현장을 지킨다는 의미가 담겼다.

두 사람의 활약은 위급한 순간 더욱 빛났다. 지난 6월 동성로의 한 건물에서 이상 행동을 보이는 여성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3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여성의 호흡이 불안정하고 얼굴이 창백해지자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119에 공동 대응을 요청했다.

지난 9월에는 실종된 9세 자폐 아동을 찾기 위해 거리 곳곳을 수색했다. 아이의 특성을 고려해 게임장과 장난감 가게를 집중적으로 살핀 끝에 장난감 가게에서 아이를 발견해 부모에게 인계하기도 했다.

범죄 현장에서도 성과를 냈다. 여장을 하고 여자화장실에 침입해 불법 촬영을 시도한 남성과 역사관의 기록영상 저장장치를 훔친 프랑스인 관광객을 붙잡기도 했다. 기초질서 위반 단속 실적도 150건에 이른다.

최 경위는 대구경찰청 암행순찰팀에서 근무하며 도로 위 교통안전을 지켜온 경찰관이다. 경찰청 공식 유튜브와 방송에도 출연했던 그가 이제는 동성로 골목을 누비며 시민들의 일상을 살핀다. 그 곁에서 황보 순경은 현장을 배우고, 시민에게 먼저 다가가는 경찰관으로 성장하고 있다.

◆태극마크를 견장으로 바꿔달고 활약

매트 위에서 상대를 제압하던 선수들이 이제는 치안 현장에서 시민을 지킨다. 레슬링 전국대회 금메달리스트부터 세계검도선수권대회 준우승자, 국제 유도대회 입상자까지 종목도 다양하다.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와 겨뤘던 이들이 경찰 제복을 입고 새로운 승부에 나섰다. 종목도, 상대도 달라졌지만 오랜 훈련으로 다진 체력과 집중력,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승부 근성은 그대로다.

대구동부서 동촌지구대 채승훈 순경은 레슬링 전국체전 금메달 이력을 보유한 이색 경찰이다. 대구경찰청 제공
대구동부서 동촌지구대 채승훈 순경은 레슬링 전국체전 금메달 이력을 보유한 이색 경찰이다. 대구경찰청 제공

대구동부경찰서 동촌지구대 채승훈 순경은 레슬링 선수로 쌓은 화려한 경력을 뒤로하고 치안 최일선에서 시민을 지키고 있다. 대구체육중·고등학교와 동아대 체육학과를 졸업한 그는 2년간 레슬링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활동했다. 제106회 전국체육대회 금메달을 비롯해 대통령기 전국레슬링대회 3회 우승, KBS배 전국레슬링대회 금메달 등 전국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제7회 경찰청장기 대회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선수 시절 경찰청장기 대회를 준비하면서 경찰이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경찰관인 아버지를 따라 경찰의 꿈을 키운 끝에 제복을 입었다.

채 순경은 "이제는 운동선수가 아닌 대한민국 경찰관으로 근무하며 사명감을 가슴에 품고 있다"며 "주민들이 언제나 안심하고 의지할 수 있는 믿음직한 경찰관이 되겠다"고 말했다.

대구서부서 손용희 경사(왼쪽에서 두번째)가 검도 선수로 활약하던 시절의 모습. 대구경찰청 제공
대구서부서 손용희 경사(왼쪽에서 두번째)가 검도 선수로 활약하던 시절의 모습. 대구경찰청 제공

대구서부경찰서 손용희 경사는 검도 국가대표 선수에서 강력사건을 해결하는 형사로 변신했다. 약 20년간 검도 선수로 활동하며 2015년 세계검도선수권대회 단체전 준우승을 이뤘고, SBS검도왕대회 개인전 2연패와 전국체전 개인전·단체전 우승 등 굵직한 성과를 거뒀다. 은퇴 후 지도자의 길을 생각했지만, 경찰로 근무하는 검도 선후배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새로운 진로를 택했다. 2016년 무도특채로 입직한 뒤 9년째 형사로 일하고 있다.

손 경사는 "검도 선수 시절에는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 지금은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강력사건 해결과 범인 검거 유공으로 특별승진한 것은 형사로서 큰 보람이자 자부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도를 통해 다진 끈기와 집중력을 바탕으로 수사 전문성을 키워 신뢰받는 형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대구남부서 여성청소년수사팀 최금매 경장(맨 오른쪽) 역시 유도 국가대표 출신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활약했었다. 대구경찰청 제공
대구남부서 여성청소년수사팀 최금매 경장(맨 오른쪽) 역시 유도 국가대표 출신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활약했었다. 대구경찰청 제공

대구남부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 최금매 경장도 유도 국가대표 출신이라는 이력을 살려 경찰의 길을 걷고 있다. 한국체육대를 졸업하고 국가대표로 선발된 그는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했으며, 동아시아대회 2위와 2010년 USA 오픈 2위 등 국제대회에서 성과를 냈다. 국내에서도 2015년 춘계실업연맹과 청풍기 전국대회,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등 오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선수 생활을 마친 뒤에는 대구대 교육대학원에서 체육을 공부하며 교사의 길을 준비했다. 그러던 중 무도특채 경찰관 모집 공고를 보고 오랜 운동으로 다진 끈기와 집념을 살릴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찾았다. 2018년 경찰에 입직한 뒤 여성청소년 수사 분야에서 6년째 근무하며 피해자 보호와 사건 해결에 힘쓰고 있다. 비번일에도 교제폭력 사건 관련 가해자 검거에 신속하게 나서 구속 송치로 이어지도록 하는 등 현장에서 활약했다.

최 경장은 "오랜 시간 잊고 지냈던 가슴속 열정을 다시 느끼며 국민의 안전과 인권 보호에 힘쓰고 있다"며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경찰관이 되겠다"고 말했다.

대구수성경찰서 만촌지구대 손병승 경사는 올해 세계태권도 한마당 손날격파 부문 우승을 차지했다. 대구경찰청 제공
대구수성경찰서 만촌지구대 손병승 경사는 올해 세계태권도 한마당 손날격파 부문 우승을 차지했다. 대구경찰청 제공

◆격파왕부터 메달 수집가도…봉사 빛나는 경찰

경찰관의 명찰에는 계급과 이름이 새겨져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저마다 다르다. 세계태권도 대회서 손날격파 우승을 차지한 경찰관이 있는가 하면, 주짓수 국내외 대회에서 메달 30여 개를 따내고 동료들의 현장 대응 훈련까지 돕거나 비번과 휴무일을 쪼개 어르신들을 위한 봉사를 이어가는 경찰관도 있다.

대구수성경찰서 만촌지구대 손병승 경사는 올해 세계태권도 한마당 손날격파 부문 우승을 차지했다. 어린 시절 시작한 태권도를 경찰관이 된 뒤에도 놓지 않은 결과다. 2014년 경찰에 입직한 그는 지구대 근무로 체력 소모가 큰 일상을 보내면서도 주 2~3회 도장을 찾아 수련을 이어왔다. 하루 최대 1천 번씩 손날과 주먹을 단련하며 우승을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마침내 올해 대회에서 18장 가운데 14장을 격파하며 정상에 올랐다. 몇 차례 도전 끝에 이뤄낸 성과다. 손 경사에게 이번 우승은 단순한 경기 성적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바쁜 근무 속에서도 목표를 세우고 꾸준히 자신을 단련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태권도로 다져온 체력과 정신력은 돌발 상황이 잦은 지구대 현장에서도 든든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

손 경사는 "20대 때부터 이루고 싶었던 꿈을 이뤄 뿌듯하다"며 "앞으로도 태권도 8단에 도전하는 등 열정을 이어가면서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데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구달서경찰서 박연준 순경(현수막 왼쪽)은 주짓수로 국내외 대회를 누비며 30여 개의 메달을 거머쥔 무도 실력자로 유명하다. 대구경찰청 제공
대구달서경찰서 박연준 순경(현수막 왼쪽)은 주짓수로 국내외 대회를 누비며 30여 개의 메달을 거머쥔 무도 실력자로 유명하다. 대구경찰청 제공

대구달서경찰서 박연준 순경은 주짓수로 국내외 대회를 누비며 30여 개의 메달을 거머쥔 무도 실력자다. 주짓수 4단과 태권도 2단을 보유한 그는 전국주짓수선수권대회 2관왕에 올랐고, 2018년 일본 두마우컵에서는 3관왕을 차지했다.

박 순경의 관심은 개인 성적에만 머물지 않았다. 레슬링도 꾸준히 수련해온 그는 2023년 대구경찰청 레슬링 동호회 '팀태클'을 창단했다. 동료 경찰관들에게 레슬링을 알리는 동시에 실제 치안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함께 익히기 위해서다.

팀태클은 매월 1~2회 대구경찰청 물리력 교육 훈련장에서 활동한다. 레슬링과 주짓수, 유도 등 그래플링 기술을 경찰 체포술과 연계한 현장 맞춤형 훈련이 이뤄진다. 무도특채 출신 경찰관들도 함께 참여해 전문적인 지도를 보탠다. 박 순경은 달서경찰서 물리력 대응훈련 동료 강사로도 선발돼 경찰관들의 현장 대응 역량을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

박 순경은 "오랜 무도 수련을 바탕으로 국민 곁에서 신뢰받는 경찰관이 되겠다"며 "동호회를 꾸준히 운영해 동료들이 더 안전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성서경찰서 감삼파출소 정세원 경감은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2024년 7월부터 노인복지회관에서 어르신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대구경찰청 제공
대구성서경찰서 감삼파출소 정세원 경감은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2024년 7월부터 노인복지회관에서 어르신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대구경찰청 제공

대구성서경찰서 감삼파출소 정세원 경감은 메달 대신 봉사활동 기록으로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평소 노인복지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2024년 7월부터 노인복지회관에서 어르신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이어왔다.

비번과 휴무일을 활용해 어르신들과 상담하고 복지회관 주변 환경을 정리하는 등 손길이 필요한 곳을 살폈다. 2024년 7월 12일부터 현재까지 봉사활동은 총 206회, 1천79시간에 달한다. 2년 넘게 시간을 쪼개 이어온 나눔이다.

2027년 6월 30일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지만 봉사는 멈추지 않는다. 정 경감은 오늘도 어르신들의 안부를 살피기 위해 복지회관으로 향한다. 경찰관으로서 주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과 지역사회의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일이 다르지 않다는 믿음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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