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제도의 허점과 심사 구조를 누구보다 잘 아는 보험업 종사자들이 직접 고의 교통사고를 일으키거나 진료기록을 조작해 억대 보험금을 가로채다 금융당국의 무더기 중징계를 받았다.
특히 지병을 앓는 배우자의 서명을 위조해 몰래 종신보험에 가입한 뒤 사망보험금을 타내려 한 사례까지 포함돼 업계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고의로 교통사고를 유발하거나 허위·과다 입원 등의 수법으로 보험금을 편취한 보험업 종사자 29명(보험설계사 28명, 손해사정사 1명)에 대해 '보험업법'에 따라 등록취소 및 업무정지 조치를 결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제재는 지난 2014년 보험업법 개정(제102조의2, 제102조의3)을 통해 보험사기 연루 종사자에 대한 등록취소 및 6개월 이내 업무정지 처분 근거가 마련된 이후 실시되는 주기적 수시 검사의 일환이다.
금감원의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앞서 8월 26일 혐의자들에 대한 청문 절차를 거쳤으며, 지난 16일 최종 제재 수위를 확정했다.
처분 수위별로는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등록취소'가 19명으로 전체의 약 65.5%를 차지했다. 다음은 '업무정지 180일'이 7명, '업무정지 90일'이 3명이다.
적발된 29명의 범죄 유형을 분석해 보면, 지인 등과 공모해 고의로 사고를 낸 뒤 실제 사고인 것처럼 꾸며 보험금을 타낸 '교통사고 조작'이 16명(55.2%)으로 가장 많았다.
대표적인 사례로 한 종사자는 다수의 인원과 사전 공모해 고의로 차량 충돌 사고를 일으킨 뒤, 정상적인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처럼 허위로 사고를 접수하는 수법으로 A손해보험 등 8개 보험사로부터 총 4억8천948만원의 보험금을 편취했다가 등록취소 처분을 받았다.
병·의원 치료 과정이나 진단 서류를 거짓으로 꾸민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외출이나 외박을 일삼는 등 정상적인 입원 치료를 받지 않았음에도 허위 입·퇴원확인서를 제출해 보험금을 가로챈 '허위입원' 연루자는 5명이었다.
이 중 한 명은 입원할 정도로 질병이나 상해가 심각하지 않은데도 증상을 과장해 병원에 입원한 뒤 허위 서류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B생명보험 등 6개 보험사로부터 총 989만원을 타내 등록이 취소됐다.
병·의원에서 허위 진단서를 발급 받거나 본인이 직접 서류를 조작하는 '진료기록 조작' 유형도 4명에 달했다.
한 적발자는 단순 환상절제술(일명 포경수술)을 받은 보험가입자에게 질병코드가 기재된 허위 진단서를 제출하도록 유도하는 수법으로 C손해보험 등 5개 보험사로부터 총 2천90만원을 편취해 영업정지 180일 처분을 받았다.
발병 사실이 없는데도 거짓 진단을 받아내거나 상처가 극히 경미함에도 통원 치료를 반복하며 피해 사실을 부풀린 '허위·과다진단' 적발자 2명 역시 D생명보험 등 8개 보험사로부터 총 4천728만원을 가로챈 사실이 드러나 등록취소 등 제재를 받았다.
특히 가족의 질병이나 사망을 이용해 거액의 보험금을 노리다 미수에 그친 악성 범죄 사례도 확인됐다. '고지의무 위반'으로 적발된 1명은 과거 동생이 약물에 대한 집착 등으로 입원 치료를 받은 이력이 있음에도 보험 가입 시 이를 사실대로 알리지 않고 동생 명의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동생이 사망하자 E손해보험에 보험금을 청구해 총 2억원을 편취하려 했으나 미수에 그쳤고, 결국 영업정지 180일 처분을 받았다.
또 다른 기타 적발 사례(1명)에서는 타인의 서명을 위조해 사망보험금을 노리는 대담한 수법이 동원됐다. 해당 종사자는 평소 지병을 앓고 있는 배우자 몰래 서명을 위조해 배우자를 피보험자로 하는 여러 건의 종신보험에 가입했다.
배우자가 사망하자 F생명보험 등 3개 보험사에 사망보험금과 해약환급금 명목으로 총 4억6천746만원을 청구해 가로채려다 미수에 그쳐 영업정지 180일의 제재를 받게 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 결과는 보험 상품의 구조와 보험금 지급 심사 기준을 숙지하고 있는 전문 종사자들이 오히려 범죄의 설계자나 가담자로 전락할 경우, 선량한 다수 보험 가입자에게 보험료 인상 등의 피해가 전가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제재의 세부 내용은 금감원 홈페이지 내 검사결과제재 공시란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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