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배우의 국적은 달랐지만, 발자취는 신기하리만큼 닮은 점이 많았다.
1959년 연극 무대에서 연기 인생을 시작해 60여 년간 활동한 최불암과 패트릭 스튜어트가 하루 간격으로 세상을 떠났다.
30일 유족 등에 따르면 배우 최불암은 지난 29일 밤 서울 강서구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별세했다. 향년 87세다.
영국 배우 패트릭 스튜어트도 같은 날인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향년 86세인 스튜어트는 알츠하이머병과 루이소체 치매를 앓았으며, 마지막 순간에는 아내 서니 오젤과 가족들의 보살핌을 받았다.
두 사람은 생년월일부터 연기 인생의 출발점까지 공통점이 적지 않다. 최불암은 실제 1939년생이지만 호적상 생일은 1940년 6월 15일이다. 1940년 7월 13일생인 스튜어트와는 기록상 생일이 28일 차이다.
연기자로 첫발을 내디딘 해도 1959년으로 같다. 최불암은 연극 '햄릿'으로 데뷔했고, 스튜어트는 영국 링컨의 극단에서 연극 '보물섬'을 통해 전문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두 배우는 각기 다른 무대와 장르를 거치며 자국을 대표하는 연기자로 자리 잡았다.
최불암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대표작은 MBC 드라마 '수사반장'과 KBS 1TV '전원일기'다. 1971년 시작한 '수사반장'에서 그는 정의로운 박영한 반장 역을 맡아 강한 인상을 남겼다. 1980년부터 2002년까지 방영된 '전원일기'에서는 양촌리 김 회장으로 출연해 오랜 세월 시청자들과 함께했다.
특히 김 회장은 한국 사회에서 아버지와 어른을 상징하는 인물로 사랑받았다. 작품 속에서 보여준 묵직하고 따뜻한 모습은 최불암에게 '국민 아버지'라는 수식어가 붙는 배경이 됐다.
스튜어트는 TV와 영화 양쪽에서 세계적인 인지도를 쌓았다. 1987년 미국 드라마 '스타트렉: 더 넥스트 제너레이션'에서 우주선 엔터프라이즈호의 장뤼크 피카르 선장을 연기하며 국제적인 인기를 얻었다. 냉철한 판단력과 지도력을 갖춘 피카르 선장은 그의 대표 캐릭터 가운데 하나로 남았다.
2000년 개봉한 영화 '엑스맨'에서는 돌연변이들의 지도자 찰스 자비에 교수를 맡았다. 휠체어를 탄 채 등장하는 프로페서X는 강력한 정신 능력뿐 아니라 동료들을 이끄는 지혜로운 인물로 그려졌다. 휴 잭맨이 연기한 울버린과 함께한 장면들도 영화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활동 무대와 작품의 성격은 달랐지만 두 사람 모두 오랜 시간 대중의 사랑과 신뢰를 얻은 배우였다.
연기 활동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건강 문제를 겪은 점도 두 사람의 말년을 설명하는 대목이다.
최불암은 지난해 3월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은 뒤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14년 넘게 진행해 온 KBS 1TV '한국인의 밥상'에서 하차했다. 이후 재활 치료에 전념했다. 지난 5월 방송된 MBC 다큐멘터리 '파하, 최불암입니다'에도 직접 새 촬영에 참여하지 못했다.
당시 제작진은 가족들의 요청에 따라 최불암이 재활 치료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불암은 지난해 3월 직접 "곧 돌아갈 테니 걱정 마세요"라며 복귀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끝내 시청자들과 다시 만나지 못했다.
반면 스튜어트는 사후에도 신작을 통해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오는 12월 개봉을 앞둔 마블 영화 '어벤져스: 둠스데이'에 프로페서X로 출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블 스튜디오는 스튜어트의 별세 이후 공식 추모글에서 해당 작품을 언급하며 고인의 연기 인생을 기렸다.
가족들은 두 배우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했다. 최불암의 아내인 배우 김민자는 지난 29일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자녀들과 함께 운구 행렬에 동행했다. 1970년 결혼해 56년간 부부로 지낸 김민자는 남편의 마지막 길에서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스튜어트의 유족도 아내 서니 오젤을 비롯한 가족과 친구들이 임종을 함께했다고 밝혔다. 유족은 음악과 기도, 눈물과 웃음 속에서 고인의 마지막을 함께했다고 전했다.
동료 배우들의 추모도 이어졌다. 최불암의 뒤를 이어 '한국인의 밥상' 진행을 맡은 최수종은 고인을 기렸다. 최수종은 "한평생 배우라는 이름을 넘어 대한민국 이웃들의 땀방울과 밥상 위의 삶을 가장 깊이 경외하고 아껴주셨던 선생님"이라며 "선생님이라는 커다란 그늘 아래에서 함께 울고 웃을 수 있어서 참으로 행복했고 감사했다"고 했다.
스튜어트와 '엑스맨' 시리즈에서 함께 연기한 휴 잭맨도 SNS를 통해 추모의 뜻을 전했다. 휴 잭맨은 "무대와 스크린을 빛낸 위대한 배우 중 한 명을 잃었다"며 "내게 그는 훌륭한 친구이자 인간이었다. 그에게 정말 많은 것을 배웠고 평생 그리워할 것"이라고 애도했다.
최불암의 장례는 생전 오랫동안 활동했던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장으로 치러진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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