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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전쟁의 첫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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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시장 개방을 미리 내다보지 못했다는 구실로, 조각한지 열달만에 {새로운조각이나 다름없는} 각료경질을 하는 등 한풍낙엽이던 세모가 가고 새해가왔다. 우루과이 라운드가 펼쳐놓은 제 삼차대전의 첫해다. 이 경제전쟁은 기술개발이면 다 될 것 같이 생각하기 쉬우나 장관을 너무 자주 바꾸는 것 같은변덕을 그대로 가지고는 이길 수 없는 전쟁이다. 허다한 경우 왜 경질이 필요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줄지어 세워놓고 사령장 주는 광경도 너무 자주 보니 식상하다. 민심수습을 위해 각료를 바꾼다는 것도 이상하지만 그렇게 하면민심이 조금이라도 수습되는 것도 이상하다. 목이 달아나는 것을 보고 쾌감을 느끼는 소아병도 병이지만 그런 군중심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도 나쁘다. [대통령직을 걸고 쌀시장 개방을 막겠다]던 본인에게 책임이 있지, 농수산부 장관에게 무슨 죄가 있는가? 우루과이 라운드가 거듭되는 동안에도 한국대표는 자주 바뀌었다. 이는 전투중에 지휘관이 사흘이 멀다하고 바뀐것과같다.그 싸움이 잘 안될 것은 뻔하다. 장관이 겨우 업무파악을 할 때쯤 되면 물러나니 무슨 일이 옳게 되며 권위가 서겠는가? 장관 자신도 불안하고 무책임하게 마련이고 부하들도 차일피일 장관 바뀔 날만을 기다리는 수가 있을 것이다.김대통령 자신이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이 풍조를 지탄했다. 그런데 그가대통령이 되자 마찬가지가 아닌가! 장관을 바꾸면 무엇이 될 것 같고 희망이있을 것 같이 보이게 해 놓고 측근이나 지면들과 잔치를 벌이는 것 같다. 파벌, 지방색을 없앤다던 건 다 어디로 갔나?

성숙해지기를 요구하는 새해다. 지금까지는 무역장벽이 있어서 접전(접전)이보류되어 오던 것이 이제는 장벽의 제거로 말미암아 각개전투가 시작되었다.분야 대 분야의 각개전투지만 결국은 나라 대 나라, 민족 대 민족의 싸움이다. 옛날 무력전쟁을 통해서 수행되던 접전이 이제는 경제를 통해서 하게 되었다. 자유무역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자유와는 큰 상관이 없다. 무역장벽의제거는 경제적 강자들의 세계 정복을 의미한다.

이 전쟁은 미국과 같은 강대국에 의해서 시작되었지만 우리는 그들의 투쟁방식을 탓해도 소용이 없다. 어느 면에선 다행하게도 그들은 무력으로 무지막지하게 싸우자는 것이 아니고 쌀농사를 뺏는 대신 공산품을 더 많이 사준다는식의 페어 플레이를 표방하고 있다. 사기 싫은 쌀을 교묘한 수단으로 강매하는 것이니 페어 플레이가 아님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미 UR조합에 가입한 정부들은 그 게임의 규칙에 합의를 해 놓았다.

아무튼 당장은 한국에 이익이 되기 때문에 경제가 다급한 우리 정부로서는우루과이 라운드의 버스를 오히려 놓칠까봐 겁을 내고 쌀개방과 농촌 붕괴를무릅썼던 것 아닌가. 자진하여 논농사를 넘겨주는 위기로 짐짓 뛰어들게 된경위가 그러한 것이다. 어쩔 수 없이 그런 선택으로 몰려갔던 것이니 정부를너무 탓할 수도 없고 탓해도 소용없다.

싸움이란 한번 시작되었으면 최선을 다해서 싸우는 도리밖에 없다. 당분간은이 싸움을 면할 수 없고 이싸움에서 이겨야 살아남는다. 이 싸움은 우리의의무가 되어 있다. 기분에 좌우되는 사고와 행동, 엉터리와 천방지축, 불통일비일관성, 흐지부지 불철저, 불성실 불친절 부정직 불신 부패 등등 이 모든{부}자 돌림을 그대로 가지고는 이 싸움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으므로 그런의미에서 새 전쟁은 우리 민족에게 새사람들이 되라는 신호요 명령이다. 그렇다면 이 전쟁은 우리에게는 좋은 교육의 기회이며 신생의 기회이다. 이제 갖가지 분야들을 개방하고 보라. 개방이 아니었던들 도저히 안되었을 자기개혁이 저절로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희망의 새 시대다.

장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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