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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사라지는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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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녀석들은 외가가 있는 대전에는 가려해도 시골친가에는 가기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저 단순하게, 용변보기 어려워서 참아야 하는 고통때문이라 생각했다. 작년 봄 자기 삼촌이 집을 개량하여 수세식 좌변기를 들였는데도 별로 달라지지 않는 태도를 보고, 그 까닭을 이번 겨울방학을 맞이해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애들의 간단한 답은 시골가면 심심하다는 것이다.불편한 시설때문이 아니라, 함께 뛰놀며 정을 나눌 친구들이 없으며 따라서추억이 될 만한 일이 생기지 않기 때문임을 깨달았다. 나에겐 생각만해도 곧장 달려가고 싶은 고향인데도 내자식들에겐 사정이 그렇지 않다는 말이다.산기슭 훑어가며 칡뿌리 캐먹거나 논두렁에서 쥐불놀이할 친구가 없으며, 강얼음깨어 고기잡거나 언 못에서 얼음지칠 친구도 없고, 짚더미 헤치며 숨바꼭질하거나 연 만들어 날리며 골목길 누빌 친구도 없기 때문이다.작년 여름 국민학교 동창들이 처음 모임을 갖고 모교를 방문했을때, 1학년교실에 9개의 책걸상이 덩그러니 놓여있음을 보았다. 우리가 다닐 적에 90명 가까운 아이들이 콩나물 시루처럼 그 교실을 빽빽히 메웠음을 기억하고 세상변했음을 실감할수 있었다. 고향지키는 한 친구가, 앞으로 해가 두번 바뀌면 새로 입학할 아동이 한 사람도 없다고 했다. 말할 것도 없이, 아이낳을 젊은 사람들이 살길 찾아 도회지로 뜰 수밖에 없는 탓이었다. 우루과이라운드 타결이전의 얘기이니까 그 시기가 더 앞당겨져서 모교가 문을 닫아야 할는지 모른다.이제 시골은 더 이상 도시인의 마음속 향수나 달래기 위한 고향으로만 남아있을수 없다. 이 지경이 되도록 만든 우리 모두다 고향 잃어도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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