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구설수와 필화

신정과 구정사이에 토정비결보는 사람들이 많다. 그 책에 실리지 않은 얘기한토막 옮겨볼까 한다. 바로 천기(천기)를 하나 누설할 참이다.옛날 어느 마을에 구(구)씨 성에 이름은 설수(설삭)라는 총각과 성은 모르고필화(필화)라는 이름만 가진 처녀가 살았다. 동네사람들은 구설수가 말하는것마다 시비를 걸었고, 필화가 쓰는 것마다 이러쿵 저러쿵 흉을 보았다. 하다못해 구설수는 벙어리흉내를 내면서 살지 않을 수 없었고, 필화는 글쓸 줄모르는 양 살아가야만 했다. 둘다 마음에 응어리가 쌓이고 한이 맺혔다. 동병상련이라 서로 눈이 맞아 결혼하여 다른 고을로 이사를 했다. 그곳 사람들도 따돌림해서 둘은 무척 외로웠다. 그러다가 세월이 흘러 둘 사이에 귀여운자식 셋이 태어났는데 모두 사내아이였다.구설수와 필화는 사랑스런 자기 자식들마저 남들로부터 손가락질 받으며 쓸쓸히 살아가는 것 만큼은 막으려고 애쓰다가 지쳐 죽기에 이르렀다. 그래서세 아들을 불러 그들의 유언을 남겼다. "너희들은 문민정부가 들어선 나라로이사가서, 말하고 싶은대로 말하고 쓰고 싶은대로 쓰면서 살아라"하고.마침내 맏아들은 정치인이 되었으며, 둘째아들은 교수가 되었고, 막내아들은기자가 되었다. 세상사람들 얘기로 맏이는 아버지 구설수를 많이 닮았고, 막내는 어머니 필화를 빼닮았다고 했으며, 중간 아들은 부모 모두를 닮았다고한다. 그런데 세 아들 가운데 부모 유언대로 살지 못하는 아들은 둘째아들인교수뿐이라 한다.

자식노릇 제대로 못하고, 효자소리 못듣는 교수, 불쌍한 신세다. 가족 모두겁먹고 살아온 과거 경험이 유독 둘째아들의 무의식속에만 자리잡았나 보다.굿을 하든지 지금부터라도 천기를 성역없이 누설하여 돌아가신 부모님 한풀어드림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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