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꾸만 꼬이는 북핵

북한이 일부핵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 (IAEA)의 사찰을 거부하고 남북한 특사교환에도 응하지 않음으로써 북한핵문제가 또다시 꼬여 들고 있다.북한이 미국과 뉴욕실무접촉에서 합의한 동시이행조치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있기 때문이다.뉴욕실무접촉에서 합의된 이른바 {소규모 일괄타결}(small package)은 모두4가지로 이 가운데 북한측이 지켜야할 사항은 *IAEA의 {만족할만한} 사찰수용 *남북한 실무접촉재개등 두가지다.

북한이 이 두가지를 충실히 이행할 경우 한국은 올해 한미팀스피리트훈련을중단하고 미국은 오는 21일 북한과 3단계 고위급회담을 개최한다는 것이 소규모 일괄타결의 핵심골자다.

그러나 북.미간에 합의된 {남북한 실무접촉재개}는 문서상 표현일뿐 실제로는 특사교환까지 양해된 상태이며 따라서 아직은 북한이 이 부분에 관한 합의사항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이 한미양국의 입장이다.

또 IAEA도 영변지역 7개 신고핵시설에 대한 사찰활동을 마쳤으나 "북한이일부 핵시설에 대한 접근을 거부했다"고 밝히고 있어 역시 당초 합의대로{만족할만한}사찰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렇게 볼때 결국 북한은 뉴욕실무접촉에서 합의한 두가지 의무중 어느 하나도충족시키지 못했다는게 우리정부의 시각이다.

그러나 북한이 합의사항을 완전위배했다고 판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정부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북한측의 행동이 계산된 것이든 아니든, 북한도 "성의를 보였다"고 생색을낼 수 있는 여지는 어느정도 있다는 것.

따라서 정부는 현단계에서 {소규모 일괄타결}원칙의 전면 백지화를 거론하는 것은 다소 성급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으며 이같은 입장아래 향후대책을 가다듬느라 부심하고 있다.

정부가 마련중인 대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행스케줄}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북.미간 합의사항이 충실히 이행될 수 있도록 북한측의 태도변화를 계속 유도하는 것이라 볼수 있다.

우선 정부는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권리도 없어진다"는 상호주의 원칙아래북한이 두가지 합의사항을 확실하게 이행할 때까지 북.미 3단계회담을 연기하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또 북한측이 끝내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조건부로 중단을 선언한 올해 한미팀스피리트훈련도 재추진할 방침이다.

이와관련, 정부는 이날오전 외무부대변인 성명을 통해 "북.미 3단계회담 이전에 IAEA사찰이 성공적으로 완료되고 핵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간 특사교환이이뤄져야 한다"는 기존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정부의 이같은 방침은 오는 21일 열릴 예정인 IAEA 특별이사회에서 내려질북한에 대한 결정을 어느정도 예측한 가운데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정부당국자들은 공식적으로는 "IAEA가 내릴 결정은 IAEA만 알수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번 특별이사회에서는 일단 북한측에 추가사찰 수락을 촉구할것으로 보인다는게 IAEA 본부가 있는 빈의 분위기이다.

한편 정부가 북한핵문제 해결과 관련, {대화를 통한 해결}이라는 기존입장을바꿔 돌연 강경자세로 돌아서는 몸짓도 보여 주목된다.

김삼훈핵전담대사는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자청, "우리 정부는 물론 국제사회의 인내가 거의 소진단계에 와있다"면서 유엔 안보리회부및 제재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천명했다.

대북핵정책을 총괄하는 김대사의 이같은 발언은 오는 19일 특사교환을 위한8차남북실무접촉과 21일 국제원자력기구(IAEA)특별이사회가 예정된 상황을염두에 두고 나온 것이어서 정부의 강경선회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그의 이날 발언은 정부가 그동안 누누이 밝혀온 {대화를 통한 해결} 노력을사실상 포기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대사는 이날 "정부는 이 시점에서 정말 피곤하고 북한을 대화상대로 여겨야할지 강한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의 이같은 발언은 이날 오전 장기호외무부대변인의 성명이나 오후 장재룡미주국장의 브리핑내용과는 근본적으로 그 궤를 달리하고 있다.장대변인은 성명에서 IAEA사찰결과에 대해 우려와 유감을 표시하면서도 "IAEA가 사찰을 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지체없이 사찰이 실시되고 조속한 시일안에 특사교환 실현이 이뤄질 것을 촉구한다"고 밝혀 마지막까지 대화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장재룡미주국장도 김대사가 간담회를 갖기 2시간전쯤 한승주외무장관과프랭크 위스너 미국방차관의 면담결과를 브리핑하면서 "이 시점에서는 IAEA의추가사찰과 특사교환을 수용하도록 북한을 설득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해 대화를 통한 해결노력에 역점을 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김대사는 "북한은 지난 2월15일 IAEA와 합의한 것은 물론2월25일 미국과 합의한 사항까지도 명백히 위반했다"면서 북한과 더 이상 대화가 무의미하다고 천명한 것이다.

정부의 핵문제를 맡고 있는 김대사가 평소에는 장차 벌어질 상황을 가정해그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는 것을 가장 기피해왔던 것에 비춰볼 때 이날 발언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정부의 이같은 갑작스런 입장변화를 놓고 정부내에서는 여러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은 IAEA가 이번 사찰과 관련, "핵물질의 비평화적 전용여부를 확인할 수없다"고 밝힌 상황에서 정부가 계속 유연하게만 대처하다가는 북한에 계속끌려다닐수 밖에 없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북한을 확실하게 압박, 그들에게 현재의 중대한 상황을분명히 알리고 북한이 추가사찰과 특사교환을 수용토록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날 오전 정부내에서 강.온파간에 설전을 벌이다 외무부대변인성명의 논조가 너무 약하다는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적극 표출된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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