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수가 죽은 뒤의 그 지옥같은 며칠을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다. 준수의 일을 어머니에게 어떻게 얘기할 수 있었는지, 준수의 장례를 어떻게 치렀는지,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개학을 하고 곧바로 학교에 나가 수업를 했는지.....어떻게 그 많은 일들을 다 견뎌낼 수 있었는지.준수는 화장을 했다. 우리 삶의 아주 가까운 곳에 죽음이 늘 함께 하고 있는걸 은유하고 있는 듯이 화장터는 도시의 외곽에 위치한 작은 산속에 은밀히깃들어 있었다. 그냥 지나쳐 갈때엔 그곳에 화장터 같은 것이 있으리라곤생각도 해 볼 수 없었다. 북망산천 멀다더니 내집앞이 북망일세, 어디선가 선소리가 들려오는 것도 같았다. 나는 준수를 그곳으로 데려 가는 내내 차창을때리는 빗줄기만 바라보고 있었다. 준수가 자살(나는 자살이었다고 확신하고있었다)한 다음날부터 며칠간이나 줄곧 비가 흩뿌렸다. 태풍이 남쪽으로부터북상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실성한 사람처럼 끝도 없이 흐느끼면서도 준수의죽음을 현실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나에게도 역시 준수가 그저좀 먼곳으로 나들이 간 것처럼만 생각되었는데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기 전에는 실감할 수 없는 게 죽음인지도 몰랐다.
준수는 왜 하필 옷을 죄다 벗고 죽었을까. 준수의 충격적인 자살에 대해 내가 그렇게 생각한건 훨씬 이후의 일이었다. 준수의 갖가지 소지품들을 찾아태우면서야 그 생각이 났다. 혜수가 서울의 준수 하숙집에서 그가 쓰던 물건들을 챙겨 왔는데 그걸 태워 없애야 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터무니없게 느껴졌는지. 준수는 인간이라는 이 틀이, 이 옷이 한없이 거추장스러웠던 것일까?나는 준수의 옷가지들을 하나하나 펼쳐 불길 속에 던져 넣으며 중얼거렸다.죽음 자체가 의문이겠지만 준수의 죽음은 특히 온통 의문 투성이라는 생각이 든 것도 그때가 처음이었다. 직접적인 자살의 동기도, 왜 하필 그런 식으로 그곳에서 죽을 결심을 했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나는 한동안 말을 잊은채어머니를 돌볼 생각도 못하고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져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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