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연재소설-선인장 이야기(마지막회)

발길을 돌리며 나는 자꾸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아는 이를 한 사람이라도 만날 수 있었으면 싶은 외로움에 휩싸여 아아, 이곳은 사막과 같구나 하고 중얼거렸다. 비가 내린 뒤라서인지 불어오는 바람결이 차갑고 검질겼다. 집으로돌아가는 일이 아주 멀고 아득하게만 여겨졌다.더디게 걸음을 옮기다가 선인장! 하고 소리치며 나는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곤 오던 길을 되돌아갔다. 이 골목 어귀에 꽤 큰 꽃집이 하나 있었던 것 같아서였다. 느닷없이 머릿속에 떠오르곤 하던 그 선인장이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평범한 식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왜 이제야 나는 것일까.

[요즘은 선인장 화분이 인기거든요. 아파트 같은 건조한 실내에서도 잘 자라고 황색 토분에 심어두면 훌륭한 인테리어 소품이 되니깐요. 물을 자주 안 주어도 되니까 바쁜 도시인에겐 더할 수 없이 기르기 좋은 식물이구요, 품종도다양해서 아주 자그마한 것부터...]

꽃집 주인의 설명은 끝이 없었다. 나는 귓가로 그의 말을 흘려 들으며 작은수박통만한 선인장을 하나 골랐다. 둥근 모양에 가시가 빳빳한, 아주 평범한종류였다. 나는 내가 고른 종류의 선인장이 아주 하얗고 순결해 보이는 꽃을피운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고슴도치처럼 날카로운 침으로 온몸을 감싸고지키려는 것이 그 꽃이라고 생각하기엔 너무나 드물게 피어나고 또 쉽게져 버리는. 그 꽃의 희고 긴 목덜미!

하지만 나는 {밤의 여왕}이라고 불리기도 한다는 그 하룻밤의 짧은 생명을가진 꽃에 집착하여 선인장을 고르는 건 아니었다. 그렇다면 언제나 머릿속을 떠돌던 선인장을 실제로 눈앞에 두고 본다면 그 어이없는 연상작용에서벗어날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에서였을까? 잘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그리크게 몸을 사려 지킬 것도 없는 주제에 온몸에 가시를 달고 있는 그 붙임성없는 성미가 나와, 또 내 가족들과 무척이나 흡사한 꼴이라는 정도라고나 할까. 언젠가는 자만심으로 가득찬 저 몸체에 비해서는 턱없이 병약하고 의심많은 꽃이 피어나겠지.

어쨌든 난 갑자기 선인장 화분을 하나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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