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먹구영감}과 하늘

5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시골에는 {서리}란 장난이 성행했다. 말이 장난이지시쳇말로 표현하면 좀 도둑질이다. 어릴적 남다른 장난꾸러기인 나는 {서리}의 악동이었다.장마가 그친 어느 그믐날 밤에, 우리악당들은 {먹구영감}의 수박밭을 덮쳤다.주인이 귀머거리 {먹구영감}이라 마음놓고 설친 탓에 발각되어 도망가게 되었다.

달아나는 악당들을 {먹구영감}은 필사의 힘을 다해 쫓아 오면서 [이놈들아!하늘이 내려다 본다]고 외쳐댔다.

그날 이후 {서리}행위에 대한 아련한 추억과 더불어 {먹구영감}의 그 울부짖음도 인간의 한낱 넋두리 정도로 생각하며 살아왔다.

망각하며 살아온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며 구차하게 자신까지 망각하며 살아가는 나에게 40여년전의 세월이 흘러간 지금 {먹구영감}이 절규하던 [이놈들아! 하늘이 내려다 본다]는 그 말을 내 자신이 울부짖고 싶어짐은 웬일일까?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먹구영감}이 스스럼없이 외칠 수 있었던 하늘은결코 먼 피안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확신한다. 지극히 우리들 가까운 곳에 있는 양심과 순리와 도리를 좇아 살라는 가르침이 아닐까?나는 항상 하늘을 머리 위에 두고 살아오면서 엄연한 그 사실을 망각하려고바둥거리며 살아왔다.

그러나 사람들은 하늘을 두려워 할 줄 모른다. 옛날에는 하늘을 본받아 덕이이루어진다고 믿었지만, 지금은 그 덕을 돈을 주고 살 수 있다고 믿는다.천둥 번개치며 폭풍이 몰아치는 하늘만 두려워하지 말고, 맑고 푸른 하늘도두려워 할 줄 아는 마음가짐을 잃지 않을 때, 보다 밝고 맑은 떳떳하고 충만한 삶을 가꾸었으리라는 아쉬움과 회한을 안고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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