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백악관 총기난사 안팎

대통령의 침실이 하루에도 수만대의 차량이 통행하는 도심 간선도로에서 불과27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는게 문제다.백악관 뒷길은 마땅히 일반차량의 출입을 통제해야 한다] 백악관은 국민들의 집이다.대통령이 사는 집이 국민과 멀어지는 것은 국가 전체의 불행이다. 백악관은 가능하면 더욱 개방해야 한다.30일 발생한 백악관에 대한 직접적인 총기 공격 사건을 놓고 대통령 경호실과 비서실이 이렇게 옥신각신하고 있다.41명의 역대 대통령중 에이브러햄 링컨, 제임스 가필드, 윌리엄 매킨리, 존케네디등 4명의 목숨을 암살자에게 뺏앗긴 미국민은 사상 최초로 백악관에대한 총기공격이 발생하자 충격을 금치 못하고 있다.

다행히 힐러리 여사와 딸 첼시양은 집에 없었고 TV로 미식축구를 보던 클린턴은 무사했지만 만일 그때 클린턴이 종종 그러는 것처럼 백악관 뒤뜰을 조깅이나 하러 나타났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아찔한 생각으로 미국민들은 지금 충격속에 싸여 있다. 특히 범인이 본관 건물을 8발이나 명중시키는등 30여발을 쏜후 탄알을 갈아끼우는 사이 용감한 관광객이 범인을 덮쳐 잡는 동안에도 경호원들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은 더욱 놀랄 일이라는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경호실차장보 리차드 그리핀은 본관에서 불과 27m떨어진 백악관 뒷길 펜실베이니아 애버뉴를 차단하는게 급선무라는 말을 강조했다. 물론 범인이 총을 쏜 것이 경호원들의 집중을 끌고 실제는 다른 곳에서 더 큰 일을 저지르는 것으로 판단, 신중하게 대처했으며 범인에게 총을 쏘지 않은 것은 무고한 시민이 다칠 위험이 있기 때문이었다는 변명도 곁들였다.

이때문에 미국 언론들은 아마도 경호원들이 커피 마시러 갔던 것 같다 대통령의 목숨보다 관광객들의 부상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인간적인 경호원들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결국 이번 사건은 해묵은 백악관의 개방문제를 또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백악관은 현재 일요일과 월요일을 제외하고 오전중에는 일반 관광객에도대부분을 공개, 워싱턴의 관광명소가 되어있고 본관 북쪽 펜실베이니아 애버뉴는 지난 1818년부터 철망을 쳐놓고 있지만 완전히 공개되어 있다.그래서 본관 내부관광을 못한 수많은 내외국 관광객들이 이 펜실베이니아 애버뉴를 따라 철망사이로 클린턴의 침실쪽을 구경하고 있다.지난 9월12일 한 정신 장애자가 세스나기를 훔쳐타고 백악관에 추락한 사건에 이어 직접 총기 공격으로 이어지자 백악관을 통제하자는 목소리는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클린턴 대통령은 백악관을 고립시키려는 경호원들에게 반농담으로 일갈했다. 4일간의 중동 순방을 무사히 마쳤는데 우리집에서 무슨 안전문제가거론되는가. 오히려 내가 제의한 총기규제법 통과에 원군을 만난셈이다. 백악관은 국민의 집인데 국민들로부터 자꾸만 고립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범인이 사용한 중국제 SKS반자동 소총은 미국에서 90달러(약7만원)면 누구나구입할 수 있어 이같은 범행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레온 파네트 백악관 비서실장의 표현대로 미국인들은 {대통령의 안전}과 {대중의 자유}가 똑같은 무게로 존중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대통령의 침실이 일반도로에서 불과 27m밖에 떨어지지 않은게 과연 {대통령의 안위}와 {대중의 자유}를 똑같은 무게로 중요하게 여긴 것인지 하는 판단은 내년 1월 발표될 백악관 경호실의 {경호업무 개선책}에서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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