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공직사회에서의 행사라는 건 잘해야, 다시말해 완벽하게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추진해야 겨우 본전일 뿐 조그만 착오나 미비사항이 있으면그 행사는 구설수에 오르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상급자의 구설수에 오른다는건 진행자의 능력과 평가에 직결되기 때문에 더욱 어렵다. 그래서 진계장도제발 오늘 행사가 본전만 되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본다. 하긴 그 평가의 기준이란 것도 객관성의 것이 아니고 최고 관리자 한사람의 기분에 좌우되는 수가 많지만. 진계장은 감사위원들을 초조하게 기다릴 때 모양, 또 창틀에다 허리를 꺾어 걸치고 일행들이 도청 현관문을 빠져나가는 것을 한동안지켜보았다. 어둠속에서, 그러나 사람의 형상을 구분할 수 있는 조명 아래서, 그들은 웃고 떠들고, 또 악수를 하고, 연락을 하자며 나름대로 의례적인교환을 열심히 나누고 있었다.그들이 떠나고 도청마당이 조용해지는 걸 보고, 진계장은 조금전 의원들이앉았던 휴게실에 들어와, 마치 의원의 자세로 푸근하게 앉아 그들이 남겨놓은 다과조각들을 집어 먹었다. 아닌게 아니라 배도 고팠다. 그는 작년에도그들이 먹다가 남겨놓은 과자 부스러기를 집어 먹으면서, 많은 것을 생각했던 일을 떠올려본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두달 가까이 준비한 노력의 결과에 대한 흔적치고는 너무 쓸쓸한 느낌이 들었다.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은 것일까.
그리고 나흘뒤 아침, 이제 국정감사도 다 잊고 홀가분한 기분으로 출근하던진계장은 책상에 앉자마자 앞자리 직원이 바꿔주는 전화 한통을 받았다."진계장님되십니까?"
"예. 제가 진원숩니다만"
"여기 동남호텔인데, 지난번 국정감사 손님들이 우리 호텔에서 묵고 갔잖습니까, 그때 계산서에 빠진 게 하나 있어 그럽니다"
"아니 다 계산이 끝났는데, 또 뭐가 빠졌다고"
"비서들이 한 싸우나 값이 빠졌지 뭡니까?"
"얼마나 되는데요"
"요금은 얼마 안됩니다. 7만2천원입니다."
"알았습니다"
그는 수화기를 쾅 놓고 담배를 한개비 뽑아 물었다.
담배연기속으로 멀리 과장 뒷자리의 '멸사봉공'이라고 쓴 액자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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