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어붙은 세모의 거리제야의 종소리가 울려퍼진다
갑술년은 유난히도 추웠다고
집집마다 따뜻한 등불을 내걸고
훈훈한 체온과 사랑을 나누자
추운 거리에 울려퍼지는 세모의 종소리
그리운 이름들을 부르며 따사로운 인정이 아쉬운 때다.
유난히도 더웠던 지난 여름이었지만
우리들은 서로 한기를 느끼며
어둡고 매운 바람 앞에 비틀거린 한해였다
지존파의 피묻은 도끼날에 찍혀 넘어진 도덕
무너진 다리에 매달려 죄없이 죽어간 소녀들이
이땅의 무질서와 부조리를 고발했지만
거리마다 야타족이 우글거리고
시퍼런 칼날로 생선의 배를 가르듯
혈육의 목을 겁없이 잘랐지만
세도들의 검은 손이 우리들의 곳간을 넘보며
쇠고랑을 차고 줄을 섰지만
우리는 모두 아무 일도 없었는듯
남을 밀치며 짓밟고
나혼자만 달려온 일년 열두달이었다
황량한 마음의 들판에
날뛰는 허깨비들, 탐욕과 도적을 몰아내고
인륜과 양심의 새뿌리를 내려야 하는 밤이다
정의롭고 밝은 새 아침을 준비해야 한다
제야의 맑은 종소리를 들으며
닫힌 가슴의 문을 열고 한해를 돌아보자
그리고 소중한 우리의 것, 잃어버린 것들을
다시 찾는 밤이 되길 빌자
정성스레 제석의 등불을 밝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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