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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깜장 운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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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다. 지독하게 덥다. 너무 더워 피할 생각뿐이다. 피서다 바캉스다 하고떠나 보지만, 막상 집떠나면 고생길이다. 오며가며 길막혀 고생, 백사장마다골짜기마다 사람많아 고생이다. 앞으로 할 고생 미리 생각하면 피서고 뭐고다 집어치우고, 집구석에 돗자리깔고 누워 선풍기 틀어놓고 책읽는 척하다가 잠이나 실컷 잤으면 싶다. 그러나 너무 더워 어디 잠이나마 제대로 자겠는가.국민학교 시절, 그때도 대구는 끔찍하게 더웠다. 얼마나 더웠으면 아스팔트가 다 눅진눅진 녹았겠는가. 그래도 그 시절에는 그 무더위를 기다리는 맛이 있었다. 왜냐하면 눅진눅진 녹은 아스팔트위를 잠깐만 참고 걸으면 운동화 밑창을 아스팔트로 뚜껍게 포장할 수 있었으므로.

그 시절만 하더라도 운동화는 '와싱톤'으로 불리는 귀중품에 속했고 밑창이 닳으면 기워 신던 시절이 아니었던가. 그토록 귀한 깜장운동화를 오래 신고 싶어서 잘 녹은 아스팔트를 찾아 중앙통까지 타박타박 걸어갔던 것이 아니겠는가. 땡볕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와싱톤'생각으로 동무들과 함께 웃으며 걸어가던 열살 안팎의 내모습이 눈에 선하다.

찌는 듯한 더위에 찌들다가도 열살 안팎 그 모습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볼품없는 깜장 운동화지만 얼마나 근사한 희망을 신고 있었던가. 그후 40년,신발이야 훨씬 더 근사해졌지만 희망은 얼마나 볼품 없어졌는가. 뼈속깊이파고드는 차가움을 겪지 않고서 어찌 짙은 매화향기를 맡을 수 있겠는가. 또다른 깜장운동화를 만들어 신고 이 여름 끔찍한 더위속으로 그때처럼 땀흘리며 웃으며 걸어가고 싶다.

〈대구시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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