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히로시마 아시안 게임. 한국이 최종 메달 집계 결과 금메달 획득에서 일본을 앞지르자 나라 안이 온통 감격의 도가니에 휩싸였다. 그러나 뒤이어 일본 작가 오에 겐자부로(대강건삼랑)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식자층을 중심으로 승리의 감격은 묘한 열패감으로 바뀌어갔다.육체적인 요소가 중요시되는 운동 경기에서는 비록 일본을 이겼지만 고도의 정신적 산물인 문화 분야에서는 일본을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지 않나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광복 50주년을 맞은 지금 우리 문화·예술의 현주소는 과연 어디인지 자문해 볼 필요가있다. 일제 36년간의 통치 아래 굴욕적으로 강요받은 일본문화를 제대로 벗어나기나 한 것인가.
우리 사회의 지적 흐름을 대변하는 대학 사회가 해방 50년이 지난 지금일본의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탈피, 독자적인 흐름을 구축했다고 자신있게말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최근 약간의 변화 조짐이 보이긴 하지만 아직 일본 서적에 대한 의존도는엄청나게 높다. 인문과학·자연과학을 불문하고 일본 서적은 참고 자료로 절대적인 위치에 있다. 또일본식 학술 용어들이 여전히 전문용어로서의 효력을 지니면서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형태는 달라졌지만 식민사관이 아직도 끈질기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60년대 이후 해방 2·3세대 학자들에 의해 식민사관의 허구성을 무너뜨릴만큼 많은 학술적 성과가 나오고 있긴 하나 아직 근본적으로는 일제의 근대화론등을 타파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역사의 타율성론과 반도적 성격론, 근대화론, 당파성론, 조선문화 열등론, 민족성론등 일제가 식민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해 우리의 역사를 왜곡한 결과가 상당수 기성세대와 이들에게 교육받은 젊은 세대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지양', '보편타당성'등 철학 용어를 비롯, 해방 50년이 지나도록 일본식용어를 대체할만한 고유 용어 발굴은 엄두도 내지 못한 채 그대로 사용하고있다. 학술논문의 일본어투 문장 표현도 부지기수. '있을 수 있다', '있어야할', '한(던) 것이다', '한 바'등의 어투와 현대 국어에서 전 시대의 우리말과 달리 자주 나타나는 피동형 표현, '그것은 어느 비오는 날이었다'등비인칭대명사나 무정체(무정체)의 명사가 주어로 쓰이는 표현들이 넘쳐난다.
일상언어도 사정은 마찬가지. 1876년 병자수호조약부터 시작된 일제의 우리나라에 대한 언어 간섭정책은 1938년 신교육령 발표와 우리말 신문 폐간,1940년의 창씨개명등으로 이어지며 극에 달했다. 일본의 한글 말살 정책은오늘날까지 용어와 어법에서 우리말과 일본말을 혼동해 쓰도록 할만큼 악랄했다. 한글학회가 일본식 용어들을 순우리말로 풀이한 '쉬운 말 사전' '고치고 더한 쉬운 말 우리 사전'을 펴내고 이오덕씨등 여러 한글운동가들이일본말 찌꺼기 없애기 운동을 계속하고 있으나 큰 실효를 거두지는 못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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