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오지 마을에 선교사가 부임했다. 그는 하늘의 뜻을 열심히 마을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했지만 별 호응이 없었다. 모두가 그날그날 살기에도 힘드는 생활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산에서 나무를 베어 팔며 근근이 생계를 잇고 있었는데그들은 그 무거운 나무들을 직접 끌거나 이고 지며 나르는 것이었다. 안타깝게여긴 선교사는 본국에 수레를 보내달라고 요청하였고 얼마후 수레가 도착하였다. 이제 나무를 이 수레에 실어 나르면 힘도 안들고 한꺼번에 많이 옮길 수있어서 참 편리할 것입니다 하는 선교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마을사람 하나가 달려나와 하는 말, 에끼 여보슈, 우리는 이 나무 하나만 옮기려해도 힘든데이 커다란 수레까지 같이 옮겨야 한단 말이요? 하더란다.
어렵사리 설명하고 수레에 나무를 실어 끌고 나오려는데 수레가 잘 움직이지않는게 아닌가. 뒤에서 제대로 밀지 못해서 그런가 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먼바닷길을 건너오면서 짠 바닷바람과 쓴 소금물에 바퀴가 다 녹슬어 굳어 버린때문이었다.
겨우겨우 녹을 다 떼어내고 기름칠도 하여 나무를 다시 실었다. 그러나 산에는수레가 다닐만한 제대로 된 길이 없었다. 덜컹덜컹 내려오다 나무는 다 흘러내리고 물웅덩이에도 빠지고, 가파른 커브길에선 마을 사람들 몇이 허리도 다쳤다. 그러다가 그만 밀고 당기는 것에 익숙하지 않는 사람들과 함께 낭떠러지아래로 수레가 떨어졌다. 선교사도 크게 다치고 귀중한 수레는 박살이 났다. 이후 아무도 수레를 거들떠보지 않았고 마침내 선교사는 마을을 떠났다 한다.
어린 자식들 앞에서, 아픈 환자들 앞에서 늘상 내 바퀴는 삐걱이지만 수레의 가치를 모른다고 화내고 무시할 수 없고, 제대로 밀지 못하고 당겨주지 않는다고주위를 탓할 것도 없다. 찬찬히 수레바퀴를 살펴봐서 녹을 떼어내고 기름칠도하고 산길을 미리 살펴 평평하게 길을 고르며 기다리는 것 또한 사회를 이끄는또 하나의 수레가 되리라 믿는다.
〈세강병원.신경외과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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