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라운드 타결직후 지구촌 최대의 관심사로 급부상한 환경문제를 다루기위해 지난 94년3월1일 연재를 시작한 '녹색시대… 마지막 선택'시리즈가 지난 23일 1백26회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제1부 그린라운드, 제2부 신음하는 지구, 제3부 한반도 균형이 깨지고있다, 제4부 몸살앓는 5대양 6대주등 총4부의 녹색시리즈. 2년9개월간에 걸쳐 지구촌 환경파괴 현장을 누빈 본사환경특별취재팀의 취재뒷얘기를 기자방담으로 엮어본다.
-환경문제는 어느새 우리생활에서 가장 주요한 관심사의 하나가 돼버렸습니다. 10~20년전만 하더라도 멱을 감던 샛강마저 오염돼 요즘 어린이들은 동네 개울에서 물놀이 한다는것을 상상조차 하기 어렵게 돼버렸습니다.
또 거의 모든 먹거리는 농약등 유해화학물질에 오염돼 마음놓고 먹을수 없는것이 현실입니다. 이와함께 경제전쟁으로 불리는 환경라운드가 이미 시작돼 우리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같은 오늘의 환경현실을 진단하고 대책을 강구하기위해 2년9개월전 녹색시리즈를 시작했습니다. 우선 국내취재관련 얘기부터 풀어가지요.
-녹색시리즈를 시작하기전 기초자료를 수집하기위해 서울의 대형서점에 들렀을때만해도 그린라운드에 대한 전문서적을 찾아보기 어려웠는데 지금은 관련서적이 러시를 이루고있습니다. 그만큼환경문제에 관심이 높아졌다는 방증으로 볼수있을것 같습니다.
환경문제가 없는곳이 없겠지만은 취재팀이 찾은 현장들은 생각이상으로 심각한 환경파괴문제로신음하고 있었습니다.
울산온산공단의 비철금속단지와 석유화학단지 부근마을에는 한낮에도 어른 손가락보다 더큰 모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습니다. 농가에서 소를 모기장속에 넣어 키울 정도였으니 모기피해가 어느정도인지 짐작할수있겠지요. 벼를 베는 농민들은 논에 서식하고있는 모기에 팔뚝을 온통 물어뜯겨 보기조차 안타까울 정도였습니다. 또 주민들은 두드러기, 관절염등 각종 피부병과 원인모를 만성질병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대형모기가 나타난것은 샛강오염으로 서식조건이 좋아진 때문이며 만성질병은 토양과 대기의 중금속오염이 원인이었습니다.
-진해만 개펄오염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습니다. 연안목장으로 일컬어지던 청정해역이 생활하수오염으로 정화불능 상태로까지 더럽혀져 있었습니다. 악취가 코를 찔러 개펄 가까이 가기가 두려울 정도였으니까요.
포항송도해수욕장이 포항제철 건립이후 해류의 흐름이 바뀌어 백사장모래가 파도에 유실되는것도개발과 환경을 바꾼 파괴의 한단면이었습니다.
-골프장문제가 환경파괴의 빠뜨릴수없는 메뉴가 돼버린것도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경북지역도 마찬가지지만 1백여개소의 골프장이 난립해있는 경기도의 경우 민원의 상당부분이 골프장관련이란사실이 문제의 심각성을 대변해주고있습니다.
레이크사이드골프장 아래쪽 마을에는 비만 오면 흙탕물이 넘쳐흐르고 유독성제초제를 뿌린 오염물질이 배출돼 주민들이 생존투쟁을 벌이고있었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의 이같은 고통은 아랑곳않은채 도청 문화체육계 골프장 담당공무원은 월급받고 하는 유일한 일이 고위인사들의 골프장 안내일 정도로 골프장부킹에만 매달려있었습니다.
-샛강오염은 더이상 방치해둘수 없을 정도로 오염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경주시 안강읍사방리에 있는 약수탕은 바로옆 배수로가 축산폐수로 온통 시궁창이 돼버렸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약용으로 먹는 물옆을 시궁창이 되도록 방치해둔 행정당국의 무관심과 배짱이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수질오염을 말하자면 봉화 수하계곡의 오염을 들지않을수없습니다. 인가라고는 없는 천혜의 계곡물이 오염돼 흐르는 물에도 청태가 끼고있었습니다. 오염원은 상류에 있는 축산단지에서 흘려보내는 축산폐수였습니다. 또 상류쪽에 있는 천궁 재배밭에 뿌리는 유기질비료도 수질오염에 한몫을 하고있는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수질개선을 위해서는 현재 추진되고있는 하수종말처리장 개념을 우선 바꿔야할것같습니다. 하천오염은 종말처리장만 건설한다고 해결되는것이 아닙니다. 오염원에서 종말처리장까지의 오염은어떻게 합니까.
그런 측면에서 최근 대구시가 추진하고있는 오염원 밀착처리장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생각됩니다. 대단위 아파트밀집지역인 지산지구내에 전국 최초로 권역단위 처리장을 만든다는것인데 일본에서는 이미 상당한 선까지 확대되고있습니다.
-미국에서는 흰와이셔츠를 2~3일씩 입어도 한국과는 달리 옷에 검정이 묻어나지 않습니다. 이는대기중에 타이어 마모성분이 없기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한국의 도시지역 대기중에는 자동차타이어 마모성분이 적지않게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있는 만큼 이제 대기오염성분중 미세물질 오염에더욱 신경을 기울여야 할때라고 생각됩니다.
또 미국에서는 도시의 녹지공간을 조금이라도 늘리고 공해물질을 거르기위해 가로수를 우리와는다르게 가꾸고있습니다. 즉 대기오염 방지효과가 뛰어난 은행나무 가로수를 많이 심고 인도전체가 가로수터널을 이루도록 전지하는 가지를 2개이상으로 유지하고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겨울철 가지치기때 원줄기 하나만 남긴채 모든 가지를 쳐버립니다. 이렇게 되면 다음해 새로운 가지가 나도 나무는 위쪽으로만 자랄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해외취재 이야기를 해봅시다.
-이번 시리즈에서 중국과 아프리카의 사막화문제가 주요 이슈로 다뤄졌는데 남미취재중 문득 느낀점은 인간이 사는 도시자체가 사막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인구 2천만의 거대도시 상파울루 상공에서 내려다본 시가지는 또다른 사막이었습니다. 풀과 나무가 없는 대도시는 모래만 없다뿐이지 사막과 전혀 다를바 없습니다. 우리가 사는 대구도 예외는 아니라고 봅니다.-지구의 허파 아마존의 열대우림은 이미 10%정도가 파괴됐습니다. 8천m상공을 나는 비행기에서보면 아마존은 사방이 나무뿐이지만 지상에 내려오면 파괴돼가는 현장이 곳곳에서 목격됩니다.화전을 위한 방화,원시림을 베어내고 조성중인 목장, 무차별 벌목, 대형 숯가마등이 그것입니다.밀림의 아마존에 가뭄피해가 심각하다면 믿기지 않겠지만 가뭄은 이미 4~5년전부터 아마존을 괴롭히는 하나의 재해가 되고있습니다. 콩수확량이 줄고 제대로 자라지않는것이 증거입니다. 또 거북등처럼 갈라진 화전도 적지않습니다. 환경파괴영향으로 강수량이 점점 줄고있는것이 사실입니다.
-페루의 리마에서는 지난 94년부터 쓰레기수거가 시작됐습니다. 서울의 한강격인 리마강은 너무더러워 쓰레기반, 파리반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였습니다.
-아프리카 케냐에서는 무분별한 관광정책으로 천혜의 동물왕국이 파괴돼가고있었습니다. 국립공원내 관광객용 호텔인 롯지를 마구 건립해 동물들의 서석지와 이동경로를 차단하고 있어 다음세대 사람들이 현재와 같은 동물의 왕국 사파리를 즐길수있을지 모르겠다는 의문이 들정도였습니다. 사파리 미니버스가 야생동물 뒤를 쫓아 길도 없는 초원을 마구 질주,동물들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것은 물론 불임까지 초래하는 경우도 빚어지고 있습니다.
마사이마라 국립공원에는 코끼리, 꼬뿔소등이 격감했으며 들개는 돌림병이 돌아 거의 멸종됐으나서식상태 표본조사조차 제대로 않고있는 실정입니다.
-이집트의 카이로근교 라마단공단은 개발도상국가의 환경오염 실태를 극명하게 볼수있는 단면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사막속 공단 용수는 당초 나일강물을 끌어다 쓴뒤 정수해 사막관개에 쓴다는 것이 기본방침이었으나 폐수는 전혀 정수가 안된채 그대로 사막의 콩이나 밀밭 관개에 이용돼사막을 영원한 불모의 땅으로 파괴해가고 있었습니다.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기위해 찾은 공단용수관리사무소 직원들은 카이로의 공보처에서 취재협조 지시가 있기전에는 단한마디의 코멘트도할수없다며 취재를 거절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남아공은 지난시절 인종차별정책과는 별개 문제로 환경문제에 일찍 눈을 떤 유럽사람들이 지배한 국가여서 환경정비는 비교적 잘돼 있는 편이었습니다.
광산도시 요하네스버그인근 폐광산은 광산가동시 사용하던 샤프터등 각종 시설을 그대로 살려 관광자원화하고 있었습니다. 관광객들은 샤프터를 타고 지하 수백m씩 내려가 한세대전의 금이나 석야외자동차극장으로 개발돼 있었습니다. 남아공의 이같은 폐광 활용지혜는 오래전 사양길에 들어선 한국의 광산에도 도입해볼만한 모델로 여겨졌습니다.
다만 케이프타운 국립공원지역의 산불방제가 제대로 되지않아 절경의 해안도로변이 온통 그을린자국인 것은 이해하기 힘든 모습이었습니다. 특히 산불의 원인이 주말 야외바비큐 불티 때문인데도 전혀 통제가 안되고 있었습니다.
-취재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어떤 것이 있었습니까.
-러시아 바이칼호 오염문제 취재차 제지공장에 들렀을 때입니다. 폐수방류사진을 못찍게해 나오다 다시 담을 넘어들어 사진을 찍는데 관리인이 고함을 지르며 달려와 약2m에 가까운 높은담을어떻게 넘었는지도 모르게 훌쩍 뛰어넘어 도망간적이 있었습니다. 또 벌목해 쌓아놓은 목재를 촬영하기위해 어쩔수없이 관리인에게 우리돈 1만원정도를 주고 담장밑으로 난 개구멍을 안내받은적도 있었습니다.
-도시빈민을 취재하기위해 브라질 상파울루 빈민가 '파벨라'를 찾았을때 일입니다. 도착 첫날 아무것도 모르고 가이드도 없이 들어갔다 나왔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현지에 10년넘게 산 교포들도한번도 가본적이 없는 마약과 범죄의 소굴이라는 말을 듣고 역시 모르는것이 용감하다는 말을 다시금 깨닫게됐습니다.
또 엘니뇨현상을 취재하기위해 페루의 리마에서 5시간거리인 태평양연안의 '빠이따'항으로 가보니 엘니뇨감시초소에는 군인차림의 현지인 1명만이 장비라고는 온도계 하나만을 가지고 수온을측정하고있어 허탈감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빠이따'출장에서 허탕치는 바람에 전취재일정에서 이틀이 펑크나는 곤욕을 치르기도 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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