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에는 위천산업단지 지정이 완료되리라는 것이 현시점의 유력한 전망이다. 그렇게 된다면지난 늦여름은 이 문제에 관한한 중요한 획을 그은 분기점이 됐음에 틀림없다. 지난 8월22일까지만 해도 위천단지는 6년째 지정이 불투명했다. "낙동강 수질이 개선되고 난 뒤에나 할 것"이라는분위기가 오히려 팽배했었다.
그러나 이날의 이홍구(李洪九) 신한국당 대표 대구 방문은 결정적 계기를 만들었다. '지정될 것인가 안될 것인가' 앞날이 묘연했던 관련 시비에 종지부를 찍지 않아서는 안될 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그는 대구까지 찾아 와서 "낙동강물이 맑아져야 지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이 대구-경북지역민들을 흥분시켰다.
이대표 발언이 있자 시민들은 처음으로 '주먹'을 내밀기 시작했다. 부산-경남사람들이 대구시청마당에 상여를 메고 와 '노제'를 지낼 때도 자제하던 시민들이었다. 그쪽 인사들이 최소 6회 이상대구에 찾아와 시위를 해도 참던 중이었다. 주관없는 건설부(당시)가 "부산-경남의 합의를 받아오라"고 이쪽 요구를 내동댕이쳐도 시민들은 참았었다. "만에 하나 지역 감정이라도 생겨서야 되겠느냐" "그쪽 사람들도 얼마나 답답하면 그러겠느냐"고 이해하려 했던 시민들이었다.그러나 이대표 발언은 이러한 자제심을 한꺼번에 무너뜨렸다. "참고 있자니 해도 너무 한다"는 분노가 소용돌이쳤다. "부산-경남만 살고 우린 죽으란 말이냐" "중앙정부는 아무 줏대도 없이 눈치나 보며 일하느냐"…그리고는 9월3일 처음으로 '범시민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조직적 활동에 나섰다.
서명운동이 펼쳐졌다. "왜 우리동네에는 서명대가 없느냐"는 시민들의 성화가 빗발쳤다. 9월21일엔 3만명이 참가한 시민 궐기대회가 두류공원에서 열렸다. 추석 밑인데도 불구하고 적잖은 상가들이 철시했다. 노동계가 나서서 생존권적 위천 쟁취를 외쳤다.
이런 일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중앙정가는 "위천단지는 몇몇 정치인들의 인기놀음"이라는 식의안일한 인식에 빠져 있었다. 그러다 궐기대회까지 열리고서야 처음으로 지역민의 뜻을 읽었다. 위천 문제는 중앙정가의 뜨거운 이슈로 상경(上京)했다.
중앙정부도 이제사 낙동강 문제에 제대로 인식을 갖게 된 듯 내년 예산에서 처음으로 하수처리장건설비 무상 지원을 시작했다. 몇천억을 투입하겠다느니 하는 공약도 이런 몸살이 있고 나서야나왔다. 이제 이달 중에 있을 대구지하철 2호선 기공식에서는 뭔가 결론이 발표될 것이라고 모두들 기대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올 늦여름을 달군 위천 시비는 결코 올바른 열매를 맺기에까지 이르지는 못했다는 아쉬움을 여전히 남기고 있다. 그게 지정되느냐 마느냐 하는 것도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정립될 수 있을뻔 했던 광역수계(廣域水系) 관리에 관한 바람직한 원칙을 읽어내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한 것이다.
현재 우리 중앙정부는 어느 강물 양이 얼마나 되니 오염물질이 얼마 이상은 흘러들지 못하게 해야겠다는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다. 강물양이 부족하니 양을 얼마로 더 늘려야겠다는 식의 생각은 더더욱 그렇다. 이런 광역수계 관리 인식이 없고는 배출수 오염도를 얼마까지 허용해야 할지,어떤 조치를 해야할지 등을 정책목표로 제시할 수 없는 것이다. 위천 시비는 이를 정립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만,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앞으로도 위천 같은 시비가 재발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낙동강-영산강-한강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그러나 대구-경북 지역민으로서는 위천궐기가 오랜만에 저력을 내보인 계기였다. 2~28 이후엔 35년을 보내면서도 이같은 결집력을 표출한 적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를 계기로 지역이 다시 단합해 역경을 이겨가는 힘으로 삼길 기대하고 있다. 〈朴鍾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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