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보회오리와 지역정치권-TK'입지강화'기회?

한보 회오리로 정계 대개편이 예고된 가운데 대구·경북 정치권이 새로운 움직임을 조심스레 모색하고 있다.

한보 태풍이 무풍지대 TK목장에 이상기류를 조성하고 있는 것. 아직은 미약하고, 풍향에 대한 예측도 각각 다르지만 연말 대선을 앞둔 정치권이 한보 핵폭풍을 거치면서 얼마나 증폭될지 관심사다.

6일 여야의 중진과 신진 정치인을 통해 들어본 시각은 조금씩 달랐다. 그러나 하나의 공통점은있었다. 한보사태로 지역 정치권의 입지는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였다.

여권은 한보사태로 민주계 실세가 집중포화를 맞고있는 것과 관련, 지역정서에 맞는 인물을 대선주자로 내세우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야권은 두 야당 총재에 대한 지역의 반응이 미지근한 점을 들어 역시 새로운 인물을 창출하는 계기로 삼고 싶다는 내심을 비쳤다.민주계 실세로 평가되는 황병태(黃秉泰·경북 문경예천) 재경위원장은 물론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황위원장은 6일 "한보 사태는 민주계만의 문제가 아닌, 정치 전반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계에 쏟아지는 의혹의 시선이 곤혹스럽다는 얘기.

황위원장은 "대구·경북 의원들만 따로 모인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 미묘한 시점인만큼 오해를살 우려도 높고…"라고 덧붙이면서도 "PK니 가신그룹이니 말도 많은데 권력 핵심부도 반성할 점은 반성해야 한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그는 또 지역의 비상한 관심을 받고있는 이수성(李壽成) 국무총리의 여당 진입설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라고 말했으나 신중하게 다루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민정계 중진으로 자리잡은 강재섭(姜在涉·대구 서을) 의원 역시 지역 정치권이 당장 정치 중심으로 재진입하기는 어렵겠지만 발언권은 훨씬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강의원은 "한보사태로 민주계의 정국 운영능력에 대한 회의는 커질대로 커진 상태"라며 "지역정서에 맞는 이를 여당의 차기 대선주자로 선출할 가능성도 더불어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민정계의 의견이 수렴된 주자 선출을 강조했다.

6공 실세로 불렸던 박철언(朴哲彦·대구 수성갑) 자민련 부총재는 강도높게 지역 재단결론을 펼쳤다.

"이번 사태로 신한국당 민주계가 받은 타격은 말할 수 없을 지경이며 여당에 대한 지역의 혐오감도 더 강해질 것"이라고 평가한 뒤 "이 틈새를 활용, 지역정서에 걸맞는 행보를 해온 인물을 전면엔 내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신진으로 각광받고 있는 민주당 권오을(權五乙·경북 안동갑)의원이 거는 기대는 더 컸다.권의원은 "기성 정치인 거개가 한보사태에 연루됐다고 봐야한다. 정치권 전체를 판갈이해야 한다는 여망이 높다"고 말했다. 지금은 한보사태로 인한 국민적 피해가 큰 만큼 당리당략적 목소리를낼 때가 아니지만 새로운 정치세력의 기반은 앞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평가했다.〈李相勳·朴炳宣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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