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당사회'만들자(5)-거듭나야 할 檢察

'마피아의 총대로 만든 잣대!'

한 중소기업인이 일부 신문에 지난 27일 낸 이 광고는 검찰과 관계기관인 법원·변호사회는 물론일반 시민들에게도 큰 화제가 됐다.

검찰을 마피아 집단에 비유, 검찰이 정의의 칼로 부정 부패 비리를 척결하기보다는 마피아의 총으로 오히려 부정을 은폐·옹호한다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물론 발끈하겠지만 일반 시민들 사이에는 오히려 공감이 가는 내용이라는 반응이 적지않다.

이 중소기업인이 최고의 권력엘리트중 하나인 검찰을 통렬히 비판해 혹시 피해나 입지않을지 걱정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다.

이 광고에 실린 내용이 옳고 그르고는 검찰 스스로 판단할 몫이다.

그러나 "검사들을 해고하자"며 검찰을 정면으로 꾸짖는 광고가 나오고 이것이 공감을 살 정도로검찰에 대한 불신감이 우리 사회에 만연함은 큰 문제가 아닐수 없다.

검찰에 대한 불신은 법을 엄정하게 집행하고 정의를 실현해야 할 검찰이 엄정한 자세를 유지하지못하고 있다는데서 기인한다.

직무를 수행하면서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부여된 권한을 남용해서는 안된다는 기본적 임무를 망각한 일이 많았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가 시민들을 실망시킨 사례는 많지만 최근 있은 한보 비리사건의 수사는 시민들에게 실망감을 넘어 분노를 안겨줬다.

한보비리의 핵심은 약 5조원의 천문학적 금액을 대출해주도록 은행에 압력을 넣은 배후인물이 누구냐와 비자금조성 의혹이다.

한보비리는 권력의 외압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었는데도 검찰은 홍인길의원등이 은행장들에게 압력을 넣어 천문학적 규모의 돈을 대출케한 것이라 발표했다.이때문에 엄청난 특혜대출 뒤에 숨은 권력의 실체는 역시 드러나지않고, '깃털'만 있고 '몸통'은없다는 비아냥과 함께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의 골만 한층 깊게 했다.

'다음 정권때 재수사하면 될것'이라는 말이 일반 시민은 물론 검찰 주변에서도 흘러나오고 심지어는 지난 1월에 있은 검사장급 인사가 한보 비리사건의 수사를 축소하기위해 했던 '사전 포석'이었다는 말까지 생겨날 정도다.

지난 4·11총선과 관련, 검찰이 불기소처분한 선거법위반 사건에 대해 법원이 최근 잇따라 재정신청을 수용한것도 검찰에 대한 신뢰를 더 한층 떨어뜨린다.

선거부정에 대한 검찰의 편파적인 봐주기 수사에 법원이 정면으로 제동을 건 조치이기 때문이다.특히 재정신청이 수용된 9건중 8건(경북 3건)이 신한국당 의원과 관련된 것이어서 검찰의 선거부정수사가 여당엔 관대하고 야당에는 가혹했다는 비난을 피할수없게 됐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에 대한 불신의 골이 요즘처럼 깊게 패인 적이 없으며 이는 근원적으로 검찰의정치적 중립성이 크게 훼손됐기 때문이라 말하고있다.

검찰은 범죄수사권과 공소권을 갖고 기소편의주의라고 불리는 재량권을 누리고 있으므로 어느정도 독립한 지위를 누려야하며 특히 정치적 고려로부터는 차단돼야한다.

그러나 검찰이 기소편의주의를 남용, 법을 엄정하게 적용하기보다는 이런 저런 사정과 눈치를 보아가며 어떤 때는 그 권한을 지나치게 행사하고 어떤 때는 무혐의 불기소처분을 남발해 신뢰성에의문을 가질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다.

검찰의 중립성에 의문을 갖고 있기는 현직에 있는 일부 검사들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30일 한 일간지에 기고한 현직 검사의 글은 흔들리다 못해 추락의 위기에 빠진 검찰의 위상을 바라보며 안타까워 토해낸 '직언'으로 많은 공감을 얻었다.

이 글은 '검찰총장 퇴임후 공직제한'은 헌법에 위배된다며 검찰총장과 고검장급 간부들이 낸 헌법소원에 대해 "검찰의 독립이나 직무의 공정한 수행을 위해 검찰총장의 퇴임후 공직제한 규정은필요하다"며 정면으로 반박한 내용.

물론 일부에서는 검찰 조직이 내린 결정에 검사가 항명하는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란 지적이 있었지만 젊은 수사검사들의 생각을 속시원히 밝혔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한 중소기업인이 검찰을 마피아 집단에 비유해 낸 신문광고, 검찰의 불기소처분에 연거푸 제동을거는 법원의 재정신청 수용, 검찰 수뇌부에 대한 현직 검사의 반발….

최근 검찰에 부는 이같은 이상 기류에 대해 젊은 수사검사들은 '검찰 위기의 징후'라고까지 말한다.

이와함께 검찰이 왜 이 지경에까지 몰렸는지, 검찰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눈길이 왜 이처럼 따가워졌는지 자성해봐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 검찰은 그동안 정치권력과 관련있는 사건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고 추상같이 내려치던 칼끝도 무뎌지기 일쑤였다.

국민적 의혹을 사던 권력형 비리사건이 빈발하고 이때마다 검찰이 성역없는 수사를 공언했지만속시원하게 진상을 밝혀낸 적은 별로 없다고 시민들은 말한다.

또 이때문에 사회정의를 구현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사회비리에 대한 공분을 삭이며 묵묵히 일하는 대다수 수사검사들마저 한꺼번에 매도되고 검찰 전체가 정치권력의 예속자로 비쳐지기에 이른것도 사실이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몇 안되는 정치적 사건때문에 전체 검찰이 도마 위에 올랐다"면서 "검찰 인사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지지않고 정치적인 고려가 많이 작용하기때문에 정치적 중립성을 지탱하기가 어려울수밖에… "라고 안타까워했다.

국가기관인 검찰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한 축이다.

때문에 검찰에 대한 신뢰성 회복은 국가 질서의 유지와 공공 복리를 위해 반드시, 그리고 시급히이뤄져야한다.

"법을 법대로 엄정하게 집행하는 기관으로 새로 태어나기위해서는 검찰의 뼈아픈 자기반성과 함께 검찰을 정치적 고려로 움직이려는 정치권의 외압도 사라져야 합니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이 우리 사회의 엘리트집단인만큼 자정 노력을 통해 국민의 신뢰받는 검찰로 거듭 태어나는 일도 반드시 어려운 일만은 아닐것"이라 말했다.

〈許容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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