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면 얼었던 산천이 녹는다. 물이 녹고 흙이 풀어지면 4월의 초목은 싹을 내고 꽃을 피운다. 4월은 잔인한 달이라 했지만 그런말은 인간의 뜻일뿐 자연의 4월은 어김없이 왕성하고 아름답다.올해 우리의 4월은 어떠한가? 우리네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올 4월은 유난히 더럽고 추하다못해역겹고 고달파 정말로 잔인하다. 한보청문회가 꽃피는 4월을 문질러 버린 탓이다. 참으로 인간은숨길 것이 많아 우뭉하고 자연은 감출것 하나 없어 청명하다.
한보청문회를 통해 인간이 얼마나 엄큼한가를 다시 한번 맛보게 되었다. 속만 있는대로 상해 혈압만 올려 놓는 거짓말 공연장을 왜 꽃피는 4월에 벌여놓고 세상 사람들을 화나게 하는지 모르겠다. 정치적 속셈을 둔 신문(訊問)과 딱 잡아 떼는 진술이 맞장구들만 쳐대는 청문회를 보면 볼수록 입에 쌍욕을 담고 싶다.
한보청문회는 정치적 놀음으로 끝난 셈이다. 이제 한보의혹으로 돌아가 검찰을 주목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이미 국회 한보특위의 능력은 청문회로 한계가 드러나 백성의 눈에 나버린 셈이니검찰이 정신차려 거짓의 수렁 속을 파내주었으면 한다.
백성은 거미줄 같은 법을 미워한다. 거미줄에는 벌레만 걸려들지 새는 치고 나간다. 법이 거미줄이 되느냐 오랏줄이 되느냐는 검찰 하기 나름에 달려 있다고 본다. 대통령의 아들도 불려 나오는판이다. 검찰에서 법이 새파랗게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검찰은 권력의 시녀라는오해를 받아서는 안된다.
검찰이 5월의 신록을 반기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 지금 백성의 심기는 매우 처져 있다. 경제가 말이 아니어서 살 길이 험하고 어느것 하나 훈훈한 것이 없다. 그러니 세상이 마치 고슴도치 등어리 같다. 이럴 때일수록 정치권은 가시방석을 치워주어야 한다. 그러나 당정마다 치우기는 커녕저마다 가시방석을 쳐들고 깔아대려고만 덤벼들어 백성을 심란하게 한다. 그러나 검찰이 한보의혹을 제대로 처리해주기만 하면 백성의 불만을 씻어줄 수 있다.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없이 꽃이 피네. 이처럼 소월(素月)의 산유화를 읊으면서 좀살수는 없을까? 우리는 오순도순 살아 볼 수는 없을까? 그러나 날이면 날마다 우리는 아옹다옹하며 산다. 우리 모두 어리석게 제 손의 도끼로 제 발 등을 찍고 있는 꼴이다.
한보수사가 한보청문회처럼 구겨진다면 검찰은 백성을 절망하게 할 것이 분명하다. 부정부패를뿌리 뽑지 못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캄캄하다. 잘 사는 세상은 덕(德)이 앞서야 한다. 두루두루 통해 밝게 사는 것이 덕이다. 덕은 잘 살게 하고 부덕(不德)은 못 살게 한다. 그래서 법은 부덕한것을 용서하지 않는다. 이것이 동양적 치세관이다.
검찰이 한보의혹을 제대로만 풀어준다면 치세(治世)가 살아나고 침체된 경제도 되살아 나리라. 그러면 백성이 생기를 되찾아 신바람을 일으켜 축처진 세상을 활짝 솟게 하는 힘을 발휘하리라. 돌덩이가 풀을 눌러도 치워내면 풀은 싱싱하게 다시 자란다. 그래서 백성을 민초라고 불렀다. 검찰이 한보의혹의 돌덩이를 말끔히 치워내기만 한다면 민초는 검찰의 덕을 입고 다시 신명나게 세상을 펼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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