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정부역할에 대한 회의에 참석차 워싱턴D.C.에 들렀었다. 본래 회의는 중앙아시아의 시장경제전환을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것이었지만, 오히려 정보화 시대에 바람직한 정부의 기능이가장 활발하게 논의되었다. 즉, 정보화 시대로 이행함에 따라 정부가 어떤 모습으로 새로운 역할을 정립시켜야 하느냐가 활발하게 토론되었다.
*정보화시대의 정부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과 일본, 대만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정부모델에 대한 평가는 매우 역설적이었다. 개발도상국들은 정부의 성공적인 산업화 개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보화 시대에는 버려야만 할 폐습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곳도 바로 동아시아 정부라는 것이다. 그것은 가부장적인 정부문화로서, 규제와 인허가, 경직된 서비스 기능, 자원배분과정에서의 개입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정보화 시대의 정부는 어떤 모습으로 변신해야 하는가? 정보화 시대에 '디지털 경제'를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첫째 관료주의의 유산을 청산하여야 할 것이고, 둘째는 서비스 지향적인 기능으로 변모해야 하며, 셋째는 부(富)를 창출할 수 있는 정보기반을 확충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목표는 일견 산업화 시대의 정부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디지털 경제'를제대로 파악하면 정부역할이 판이하게 달라진다.
디지털 경제에서는 행정관청을 찾아 이곳 저곳을 들락거리며, 근무시간에 맞추어, 수없이 많은 서류를 제출하고 기다리며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수동식 서비스'가 사라져야 한다. 이 모든 일들이'디지털 서비스'로 전환되어야 한다. 컴퓨터 앞에서 24시간 언제라도 간단한 키보드로 처리할 수있어야 한다.
기술의 고도화가 디지털 정부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보장해주며, 서비스의 신속성과 정부비용의절감은 물론 기업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부장적 문화는 폐습
경제의 엔진으로서 정부기능도 크게 달라져야 한다. 산업화시대에는 자원과 노동력, 자본 등 실물자산이 경제발전을 좌우하였다. 그러나 정보화시대에는 이런 것들이 문제되지 않는다. 자본과 기술, 자원이 국경을 넘어 이동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본없는 나라가 자본집약적 제품을 수출한다. 빌 게이츠가 막대한 자본으로 마이크로 소프트를 성공시킨 것은 아니지 않는가.문제는 정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느냐이다. 이미 전자상거래가 세계적으로 보편화되고 있지 않은가. 따라서 정부의 역할은 정보기반을 확충하고 효율적 이용을 촉진시키는 것이다.과거처럼 정부가 개입하여 자원을 배분하는 일이 아니다.
이와같은 정부의 모습은 결코 환상이 아니다. 실제 워싱톤D.C.에는 전자정부(electronicgovernment)라는 시설이 있다. 이름만 들으면 첩보를 수집하거나 만화에 나오는 허구, 또는 컴퓨터의 오락게임같지만 정보화시대의 정부의 모습을 실현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센터이다.*새시대 철학·인재 준비를
교육에서부터 지방행정, 경찰업무, 법원의 행정, 각종 민원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선진국들이 도입하고 있는 각종 디지털 서비스를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면 싱가포르의 입찰 조달업무, 캐나다 지방정부의 각종 민원서비스, 미국의 전자교육, 영국의 우편업무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서비스가 즉석에서 디지털 서비스로 처리되고 있다. 그래서 전자정부의 국정지표는 '모든 정부서비스가 바로 시민의 손에서'이다.
전자정부의 시설비용이 얼마나 드느냐는 나의 질문에 "이것은 거의 모두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바람에 얼굴을 붉혔다. 예산타령으로 미루어야 할 문제가 아니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시대를앞서가는 철학과 시스템을 운용하는 사람이라는 소프트 웨어이다. 디지털 정부를 이끌어갈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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