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 20세기 최고의 지성으로 불리는 기호학자이자 소설가 움베르토 에코는 어느인터뷰에서 인류는종이로 만든 책을 영원히 필요로 할 것 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에코는 책은 낙타위에서, 배 위에서, 사막에서 그리고 화장실에서 읽을 수 있는 유일한 지식 전달수단이기 때문이라고 했다.그런데 에코가 만일 영화 코드명 J 를 보았다면 이같은 장담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코드명 J 의 무대는 서기 2021년이다. 주인공 조니는 어린시절 기억을 지운뒤 새로 삽입한 기억확장 장치를 달고 자신의 뇌에 비밀 정보를 담아 지정된 상대방에게 전달해 주는 일종의 정보 전송인이다.
영화의 처음 부분에서 조니가 컴퓨터 칩과 자신을 연결한 가상공간을 뒤적이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다. 조니는 자신 앞의 허공을 뒤적거리지만 그가 쓴 디스플레이용 헬멧은 그에게 저장된 정보를 하나씩 제공한다.
가상현실장치는 정보가 담긴 종이의 책장을 넘기듯 허공을 향해 내두른 그의 손짓을 감지해서 사이버 공간에서 책장을 넘기고 버튼을 누른다.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은 과학자들이 꿈꾸는 종이가 필요없는 세상 이다. 가상현실은 어떤 특정한 환경이나 상황을 컴퓨터 시스템을 이용해서 모의실험(simulation)을 함으로써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이 마치 실제 상황(환경)과 상호작용하는 것처럼 만들어 주는 진보된 형태의 인간-컴퓨터간의 인터페이스(대면방식)다.
가상현실의 원리는 단순하다. 우리는 공간을 인식할 때 왼쪽 눈과 오른쪽 눈으로 들어오는 영상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3차원공간을 인식할 수 있다. 이것을 이용해서 왼쪽 눈과 오른쪽 눈에 서로 시각차가 있는 영상을 제공하면 3차원영상으로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내가 고개를 돌리는 것을 컴퓨터가 쉴새없이 감지해서 새로운 영상을 공급하면 나는 마치 머리를 움직였기 때문에 그런 변화가 생긴 것처럼 착각하게 된다.
요즘 아이들은 필기하는 것을 무척 싫어하고 모니터의 글을 읽는데 더 익숙하다고 하니 가상현실이 책을 몰아낼 날이 멀지 않아 올지도 모른다. 현실을 그대로 모사한 가상현실기술이 발달할수록 미래의 인류는 사이버 스페이스에서의 삶을 더 즐기게 될 것이다.
미래는 영화가 보여주듯 현실과 사이버공간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묘하게 얽혀있는 디지털 시대가될 것이다. 우리는 그날을 위해 진정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에 대한 답을 미리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정재승〈한국과학기술원 물리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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