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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색의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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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보통 다자이너가 유행을 만들어간다고 생각한다. 물론 디자이너가 다음 계절 상품을 선보이며 주도해가는 것은 사실이나 이미 컬러·원단이 준비된 상태에서 선·이미지·실루엣·장식의 디테일을 통해 옷을 완성하게 된다.

많은 디자이너들은 유행색과 유행소재에 대한 정보를 파리나 밀라노에서 일년에 두차례 열리는 '프리미에르 비종''모다인'을 통해서 얻는다. 내년도 트렌드 컬러는 레드·브라운·그린·블루계열, 유행원단은 스트레치가 강세였다.

온통 색깔의 메시지를 전하는 열기로 가득찬 전시장에서 나는 어떤 아이러니를 느꼈다. 그곳에는나를 포함한 동서양인 할 것없이 대부분 블랙계열의 옷을 입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예술적인 기질을 가진자는 검정을 좋아하기 때문일까.

평소 나는 검은옷 예찬론을 펴왔다. 옷때문에 신경이 분산될 이유가 없고, 근원적인 것은 하나같이 어둠에서 탄생하듯, 검정이 작품에 최선을 다하는 원천을 제공해주며, 수도자의 의상처럼 극도로 점잖고 우아하며 옷 선택에 확신이 없을때 검정을 고르면 대개 성공한다. 또 검은색은 신체의볼륨을 살려주고, 인체 곡선미의 명암을 드리워 날씬하게 보이게한다. 그외에도 검정의 매력은 너무 많다.

그러나 검정이 좋은 메시지만 있는게 아니다. 블랙은 불경기를 상징하는 색이다. 경기가 좋을때는밝고 명쾌한 원색들이 거리를 누비지만 그 반대일땐 블랙계열이 득세한다. 요즘 젊은 여성들이유행색을 뒤로하고 블랙계열을 선호하는 것도 어쩌면 오늘의 우리 경제를 말하는 것 같아 답답하다. 그들이 태양의 색깔인 노랑계열이나 가을하늘빛의 파란색, 열정과 용기의 빨강옷을 입어 경기호전에 동참하기를 원한다면 이 또한 아이러니일까.

〈박동준-패션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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