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성고 서일교 교사(41·달서구 대곡동)는 요즘 색다른 문제로 고민이다. 지금껏 모아온 음료수캔뚜껑 3만여개를 처리할 방법이 막막한 것.
서교사가 캔뚜껑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해 10월. 수업 도중 3학년3반 서영일군(19) 책상 옆에서캔뚜껑이 가득 담긴 통을 발견했다. "휠체어 만드는데 쓰인다"는 말을 들은 서교사는 "혼자 어렵게 하지말고 다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먼저 캔뚜껑을 많이 모을 수 있는 교내식당 입구에 간이모음통을 만들었다. 그리고 모음의 취지를밝히는 글을 붙였다. 엄청난 반응. 1주일마다 1천2백개 가량 모였다. 집에서 노래방을 하는 한 학생도 캔뚜껑을 모아왔다. 경북 영덕에서 초등학교 교편을 잡고 있는 서교사의 아버지도 4천여개를모아 보내왔다.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 정훈(12)이와 딸 지은(10)이도 아버지를 도왔다. 하도 캔뚜껑을 따다보니 손가락 허물이 벗겨진 적도 여러차례. 하지만 의미있는 일을 한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개학일인 지난 5일 이렇게 모인 캔뚜껑을 모아보니 3만개를 넘어섰다. 처음 목표량 1만개를 훨씬웃돌았다. 하지만 모아놓고 보니 문제가 벌어졌다. 처분할 길이 막막한것. 동사무소며 구청, 시청에 문의를 해 봤지만 "모르겠다"는 답변 뿐이었다. 휠체어 제작도 지난 96년 반짝 운동으로 벌어진 것일 뿐 지속적이지 못했다.
서교사는 이번 캔뚜껑 모으기를 시작한 뒤 두가지 교훈을 얻었다. 재활용품 모으기가 결코 어렵지않다는 것과, 아직 우리나라의 재활용 행정은 후진국 수준이라는 것.
"캔뚜껑 재활용이 문제 되는 것이 아닙니다. 공무원 누구도 '알아보고 연락주겠다'는 책임있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서교사는 IMF 사태 이후 전국민적으로 벌어진 고철, 비철금속, 음식물쓰레기 모으기와 같은 재활용운동이 반짝 운동으로 그치지 않을까 걱정이다.
〈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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